"행정도시 한다고 거짓말 하구 땅만 뺏은겨!"

[현장] 전체 138가구 중 5가구 남은 연기군 반곡리를 찾아서

등록 2009.09.11 21:30수정 2009.09.1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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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의 연이은 행정도시 세종시 축소 수정 이야기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10일 연기·공주 수용지인 충남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 주민들을 찾아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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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가 들어설 자리인 금남면 반곡리 마을 초입에 마을 표지석이 외롭게 서 있다. ⓒ 장승현


이곳은 예전에는 금남면에서 대평리를 빼고 제일 큰 마을로 200여 가구가 살던 곳이었다. 수용되고 보상받을 때만 해도 138가구가 살던 곳인데 이젠 덩그러니 5가구만 남아 끝까지 버티고 있어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사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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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연구 라고 되어 있는 곳이 지금의 반곡리다. ⓒ 장승현


금남면은 반곡리 석삼리, 봉기리, 석교리, 장재리 등이 수용되는데 반곡리는 연구소 부지라고 했고 석삼리 봉기리는 대학교 부지라고 했다. 그외 호탄리, 장재리, 황용리 등 일부는 농지만 수용되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마을을 넋 나간 사람처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대전 월평동 단독 주택으로 이사갔다는 김명호(75)씨는 "농지를 임대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대전에서는 답답해서 일주일이면 3, 4일을 고향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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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김명호씨가 동네 사람을 만나 "우리 논에 약줌 혀줘"라고 부탁을 하고 있다. ⓒ 장승현


행정도시가 들어서면 다시 들어올 거냐고 묻자, "물론 들어와야죠. 죽지않으면 들어와서 살아보고 싶어요. 이젠 나이가 들어서 농사는 못 져도 여기서 살고 싶죠. 아내도 나가 있으니까 우리집으로 가재요. 우리 집은 없어졌어도 내가 살던 땅이 그리워 그냥 오는 거지요"라고 말했다.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요. 터가 좋잖아요. 예전에는 200여 가구가 살았지요. 나갈 때만 해도 138가구가 살았는데 이젠 5가구만 남아서 폐가들을 지키고 있지요. 대전에서는 벙어리가 막빡을 쳤는지 다들 닭보듯 하고 살아요. 여기 오면 마음이 편온하고 한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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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집들이 다 헐리고 폐가들만 몇 채 남아 있어 으스스했다. ⓒ 장승현


대평리로 이사해 매일 이곳을 오가며 농사를 짓는다는 진병훈(61)씨를 만났다.


"내년부터는 농사를 못 진다고 그런 말이 있는데 이곳이 학교 부지로 다시 잡혔다고도 하고, 양화리 공사 끝나고 나면 이곳도 곧 공사 시작한다고 하던데… 엊그제는 서울대 들어온다구 하더니 방송 보니께 서울대 들어온다는 것두 전혀 읎는 소리라던디…."

이어 진병훈씨는 "세종시 될지 안될지 몰러. 우리는 잔뜩 기대하구 있는디 어떡키 되는지 모르겄어. 처음부터 시작을 안하든지 우리덜을 오도가도 못하게 맹글어 놓구 어쩌라는겨…"라고 한탄을 했다.


이곳은 진씨 집성촌이었다. 진아무개(53)씨가 "현재 땅을 임대해 6마지기 논 농사를 짓는데 세종시가 빨리 건설되어 딱지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씨는 젊은 층이라 좀더 적극적으로  말했다.

"한나라당이 세종시법을 통과시켜 큰 것덜얼 내려 보내야지 자유선진당이 무슨 힘이 있어. 한나라당은 그런 식으루 하믄 안 돼. 원주민들을 편하게 잘살게 해준다더니 이게 뭐여? 고향만 잃고 말았잖아… 토지공사가 언제까지 집 비우라구 난리 치구 겁주더니 공사가 아직두 시작두 안혔잖어.  2007년부터 나가라고 해놓고 …."

홍종운씨는 자식들이 다 나가고 혼자 살고 있었다. 홍종윤씨는 서면 성제리에서 이사와 사는데 이곳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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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윤씨가 전화를 받아 "배추 심고 고추 걷고 나간다"고 말하고 있다 ⓒ 장승현


  
아내는 15년 전에 돌아가시고 아들 셋과 딸 한 명이 있다며, "돈이 있어야 나가지. 보상 쥐꼬리 만큼 나온 거 애들 주고 여기서 나가라고 하면 애들한테나 가야지"라고 말했다.

홍종윤씨는 "잠깐 집을 비운 사이 고물장사들이 와서 문짝얼 다 때려 부수구 고물, 책상 같은 걸 쓸만한 걸 다 가져갔어. 조상묘 5구는 태워서 납골당으로 갔구 집사람 묘두 태워서 절이다 갖다 넣었다"고 했다.

유일하게 부부가 집을 지키고 나가지 않고 있는 진왕식(71)씨를 만났다.

진씨는 "돈이 있어야지 땅이 있어야지 땅이 읎어서 보상두 못 받구 못나가구 있어. 이사 비용두 안주구 어떻게 나가. 땅이 하나두 읎구 빚져서 2005년에 집 하나 짓자 마자 난리가 난 거여"라고 말하고 "공사 안하믄 계속 살거여. 공사 하면 움막 치고라도 나가야지 어떻허겄어"라고 자포자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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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이 걸려 일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는 진왕식씨 부부 ⓒ 장승현


진씨 부인은 "우리 둘다 아퍼요. 저 양반은 위암 수술 받아 일두 못하구 집 보상 받은 거 애들 쪼금씩 나눠주고… 갈데가 없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진씨는 "내가 아퍼서 일을 하면 하는데 꼼짝을 못허니 방법이 읎어. 아직 급허게 나가라구 안허니 그냥 지내는 거지요. 서울대 공대가 일부 온다구 허더니 낭설이라는구먼, 근거가 읎는 얘기랴…"며 실낱같은 기대를 가졌다.

마을을 나서는데 멀리 콘테이너 박스가 보였다.  그곳에 가보니 동네사람 중에 마지막 남아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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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옥씨가 살고 있는 콘테이너 박스에서 멀리 세종시 중심 전월산이 바라보인다. ⓒ 장승현


   
진병옥씨와 진병걸씨인데 두 사람은 콘테이너에서 살며 농사를 짓고 있었다.

"말루만 들어온다구 허구 안온댜. 난 갈데가 읎어. 농사 20마지기 보상 받았는디. 건물 공시지가가 5800만 원인디 건물가 2100만 원을 받았어. 난 강제 철거 하기 전에 못 나가."

소를 기르던 진병걸씨는 "토지공사에서 실태조사 헐때 소가 읎었유. 축산이나 논두 휴경기간이 있는데 소를 출하하고 그때 실사조사가 나온 거죠. 그때 바로 소를 넣었어야 하는데 공백 기간에 실사를 해서 폐사로 되어 보상을 못받았죠. 이는 폐업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토지공사, 언제 간다고 얘기도 없이 와서 소가 없다고 보상을 안해주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반곡리에서 나간 138가구 중 1억 미만을 보상받은 사람들이 80, 90% 정도 된다"며 "그들은 도시 나가 다들 셋방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진병옥씨는 "행정도시가 들어와야하는데 그짓말 혀서 땅만 뺏어가지구 내쫒아 버렸다"며 "나간 사람들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정부서 행정도시 한다니께 땅을 내줬지 그렇다고 안하면 정부가 사기 치는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들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평생 삶의 터전이었던 논밭에 나와 농사를 짓고 있어 평화로왔다.

그러나 생계조합에 의하면, 내년부터는 일절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우선 수리시설에서 물이 끊길 것이고 토지공사에서는 땅에 대한 영농 임대도 하지도 않을 방침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도 제대로 건설되지 않으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행복도시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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