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거북선 원형 찾아서 국보1호로 삼자"

[인터뷰] 이창희 21세기이순신연구회 회장... 거북선 찾기 2단계 사업 추진

등록 2009.09.12 12:36수정 2009.09.1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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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희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회장 겸 경남발전연구원 원장.

이창희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회장 겸 경남발전연구원 원장. ⓒ 윤성효


사단법인 '21세기이순신연구회' 이창희(58) 회장은 남해안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400여년 전 거북선을 찾아 '국보1호'로 삼아야 한고 말했다. 지난 8월 2대 회장에 취임한 그는 갖가지 사업 계획을 세운 뒤, 10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1세기이순신연구회는 경남도가 2007년부터 '이순신프로젝트'(28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만든 사단법인이다. 거북선 찾기 사업은 1단계가 마무리된 상태며, 남해안 칠천도 바다 등지에서 뻘 속에 이상물체가 있는 지점 60곳을 발견했다. 연구회는 재원을 마련하는 대로 2단계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구회는 '백의종군로 등 임진왜란 승첩지 대장정'과 '임진왜란 조선수군 군수품 복원제작 타당성 조사용역' '이순신 정신 선양사업' 등을 벌인다. 연구회는 '이순신 프로젝트'를 위한 학문적 뒷받침을 하기 위해 갖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창희 회장은 진주고와 한양대를 나와 국회 입법조사관과 상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경남도 정무부지사 등을 지냈고 지금은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 있다. 다음은 이창희 회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창희 사단법인 21세기이순신연구회 회장.

이창희 사단법인 21세기이순신연구회 회장. ⓒ 윤성효

- 지금 시대 이순신 장군은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이순신 장군하면 '성웅'으로만 되어 있었지, 한 마디로 정의가 되지 않았다. 케네디 하면 '뉴 프론티어', 링컨하면 '노예해방'이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학자와 전문가, 국민들이 연구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려고 한다. 우리의 5000년 역사에서 외국에 자랑할만한 인물도 많고 영웅호걸도 많지만, 이순신 장군만한 인물은 없다고 본다.

나라가 망할 때 몸을 던져 막은 사람이고, 모함에 의해 삭탈관직을 당해도 백의종군했다. 흔히 23전23승을 했다고 하는데, 백전백패를 하더라도 그 정신이 중요하다. 지금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익만 쫓는다. 이익이 되지 않으면 돌아서고 애국은 두 번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이순신 장군은 자기보다 국가를 앞세웠다. 그 정신을 배워야 한다."


-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경남도는 2007년부터 '이순신 프로젝트'를 세워 시행하고 있다. 모두 28개 사업인데, 나름대로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북선 찾기'와 '백의종군로 정비·걷기'다. 정신과 물질을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거북선 찾기 사업은 1단계를 마쳤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2단계 사업을 벌일 것이다. 이순신과 임진왜란 바로 알기를 하고, '뮤지컬'도 만들어 전국과 세계에 공연할 계획이며, '노량 평화공원' '세계로봇함선 해정 페스티벌' '거북선·판옥선 제작' '이순신 비엔날레'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거북선 찾기 사업은 어디까지 추진됐는지?
"1단계가 마무리 됐다. 조선업체의 도움을 받아 경남도에서 벌였다. 탐사를 했지만 아직 거북선을 찾지는 못했고, 고려청자 유물은 조금 발견했다. 남해안 칠천도 부근 바다에 거북선이 묻혀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크다. 뻘 속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칠천도 바다의 뻘층에서 이상 물체가 발견되었는데, 다시 탐사를 해야 한다. 2단계 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정도 마련해야 하고, 문화재청의 발굴허가도 받아야 한다. 재정 확보를 위해 산업은행과 연간 5000만원씩, 10년간 5억원을 받는 것으로 MOU를 체결해 놓았다. 네티즌한테 성금 모금도 추진하고 있다. 2단계 사업의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국비와 도비 등 재정이 확보되는 대로 시행할 것이다."


- 왜 거북선 찾기인지?
"임진왜란 때 사용되었던 거북선이 없다. 전국 몇 군데 있는 거북선은 모형이다. 거북선을 원형 그대로 찾으면 좋지만 일부만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 임진왜란 때 사용된 거북선을 찾으면 '국보 1호'로 지정했으면 한다.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데다 나라를 구한 배로 상징성이 크다. 2단계 사업은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한 뒤에 벌일 것이다."

 경남도는 남해 바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선을 찾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거북선을 찾아라' 출항식 때 김태호 경남지사가 북을 치는 모습.

경남도는 남해 바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선을 찾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거북선을 찾아라' 출항식 때 김태호 경남지사가 북을 치는 모습. ⓒ 경남도청


남해안 칠천도 뻘층에서 이상물체 발견

- 거북선 찾기 사업이 막대한 예산만 들어가고 성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던데?
"일부 맞다. 1단계 사업에는 4대 조선업체에서 1억원씩 내고, 도에서 9억5000만원을 내서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거북선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1단계는 진짜 거북선을 찾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칠천도 바다 등 남해안에서 이상 물체가 있는 곳을 60군데 확인했다. 2단계는 그 곳을 집중적으로 탐사할 것이다. 뻘 속을 살펴보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거북선을 찾기 위한 준비단계의 사업을 벌였다고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 남해안 뻘 속에 거북선이 있다고?
"거북선은 목선에 철갑을 두른 배였다. 뻘 속에 있으면 썪지 않는다. 창녕 우포늪에서 7000년 전 목선이 발굴되었다. 그것도 원형에 가깝게 말이다. 노르웨이는 바이킹들이 2000~3000년 전에 탔던 배를 찾아냈다. 일부에서는 일본 배와 싸우다가 불에 타서 침몰했다면 잔해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데, 물에 가라앉았다면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거북선이 남해안에 없다고, 있다고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 거북선 원형을 찾는다면 국보1호로 지정하자는 주장인데?
"지금 국보 1호가 숭례문이다. 불에 타서 새로 짓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국보에 번호를 매기지 말자는 주장도 하더라. 거북선은 역사적 가치나 국난극복, 이순신 장군의 정신 등을 종합해 볼 때 국보1호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어느 정도의 온전한 형태의 거북선이 나오느냐가 하나의 관건일 수 있다. 5000년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만큼 우리를 세계에 알리고 나라를 구한 상징적인 게 없다고 본다."

- 거북선의 원형을 찾기 위해서 벌이는 다른 계획이 있다면?
"거북선의 구조가 2층이냐 3층이냐에 대해서도 학자마다 다르다. 약간씩 이견이 있다. 원형이 발견돼 버리면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팔만대장경 같은 유산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기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오래전부터 기록하는 문화를 가져왔다. 임진왜란에 왔던 일본 배가 거북선을 보고 자기 나라에 보고했을 수 있다. 그때 올린 보고가 지금도 일본 어딘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잘못된 역사도 역사다. 민간 차원으로 소통해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욕하고 말게 아니라 반성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에 있을 수 있는 기록을 찾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 백의종군로 사업은?
"이순신 장군이 삭탈관직을 당하고 내려와서 다시 걸었던 길을 말한다. '백의종군'이란 말은 요즘 정치인들이 잘 쓰는 말 중에 하나가 되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통영통제부에서 진주 수곡, 합천 등을 거쳐 갔다. 권율 장군과 상당한 기간 동안 같이 지내며 상의하기도 했고, 합천에서는 신규 병력을 뽑아 훈련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삭탈관직을 당하거나 현직에 있다가 물러나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가는데, 이순신 장군은 그렇게 하지 않고 백의종군했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백의종군로를 복원해서 그 정신을 배우자는 것이다. 이미 해군생도들이 백의종군로를 따라 한번 걸었던 적이 있고, 진주 대아고는 오래전부터 백의종군로 답사를 해오고 있다. 앞으로 백의종군로와 관련한 사업을 하면서 발대식을 할 경우 대아고에서 할 생각도 갖고 있다. 대아고가 가장 먼저, 오랫동안 행사를 해오고 있는데 고무적이고 격려도 해주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을 영호남 화합 상징으로"

 이창희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회장 겸 경남발전연구원 원장.

이창희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회장 겸 경남발전연구원 원장. ⓒ 윤성효

- '뮤지컬 이순신'은?
"연출가 이윤택씨한테 의뢰해 놓았다. 상당한 대작이 될 것이다. 뮤지컬을 만들면 서울시와 협연할 예정이다. 국비 지원도 받아 추진할 것인데, 서울에서 공연하면 서울시로부터 장소 협조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의 뮤지컬을 수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뮤지컬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 임진왜란이나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여러 사업을 놓고 지역마다 경쟁하는 것 같은데?
"임진왜란 3대첩과 관련된 지역은 경남과 전남이다. 충청도인 아산에 현충사가 있다. 자치단체마다 이순신 장군을 놓고 경쟁하는 게 사실이다. 가령 남해안에 건설되는 새 다리를 놓고 '이순신대교'라는 이름을 서로 붙이겠다고 한다. 그런데 문화예술행사도 경쟁적으로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갈등할 문제가 아니라 서로 협조해서 풀어야 한다. 특히 영남과 호남이 화합하는 정신으로 나가야 한다. 21세기이순신연구회에는 호남지역 인사들도 많이 이사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의를 하면 많이 참석하신다. 상당히 고무적이고 서로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전에 '남해안발전특별법'을 경남도와 전남도가 화합해서 국회에서 만들어지도록 한 적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으로 영호남이 화합을 도모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실제 몸으로 그렇게 보여 주었다."

- 일반인들은 이순신 장군 하면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흔히 이순신 장군을 부도 '불패신화'라는 표현을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표현에 반대한다.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보통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싸우다 보면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한번도지지 않았다고 하면 일반인들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런 부분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일반 사람으로 할 때 친근감이 생긴다. '불패신화'라는 말보다 오직 나라를 위한 정신을 가졌다는 게 더 중요하다."
#이순신 장군 #21세기이순신연구회 #거북선 #이창희 원장 #이순신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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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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