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연기자들의 연기변신 웃음 만발
하지만 <보석비빔밥>에도 웃음을 주는 이들이 있다.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변신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상 임성한 식의 대사는 조금 과장된 느낌이 많았다. 금술 좋은 부부의 모습을 묘사할 때도 닭살스러운 대사, 일상 대사보다 평범하지 않은 대사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러한 대사를 연기자들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거북한 느낌을 준다. 일례로 이태리가 바로 단적인 예이다.
하지만 허영기 많은 피혜자로 분한 한혜숙과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궁상식으로 분한 한진희, 그의 친엄마와 장모를 연기하는 김영옥과 정혜선의 연기는 극의 흐름의 중심을 잡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3회에서 백조(정혜선)와 결명자(김영옥)는 카일(마이클 블렁크)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였다. 젊은 외국인 한 명을 두고 서로 잘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할머니들 연기는 웃음을 주었다. 카일에게 김치를 앞다퉈 선물하는 장면에서 명자는 "백조가 준 김치는 중국산 고춧가루를 썼지만 나는 태양초다. 내 김치를 먹고 다른 김치는 찌개나 끓여 먹어라"고 질투어린 말을 건넸다.
여기에 명자는 가슴확대 재수술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혜자에게 가서 "가슴 부풀렸다며. 별로 티도 안 난다. 손주 볼 나이에 노망이 난 것도 아니고 큰 돈을 왜 거기에 쓰냐"고 비아냥 거렸고, 사돈지간인 백조에게는 붉은색 립스틱을 칠하고 짙은 화장을 비꼬며 "미친년 꽃다발"이라고 놀렸다. 또한 백조는 혜자에게 '마귀할멈'이라 응수하며 바지를 벗기는 소동을 벌였다.
또한 자기 아들이 밖에서 나온 아들을 데리고 오자 아들을 때리며 또 궁상식이 아들 태자를 바라보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프지 않냐"고 하자 명자는 "눈에 넣어도 안아프긴... 난 쳐다만 봐도 아프다..."라며 재치있게 응수한다.
임성한 스타일 고수는 여전
사실상 막장 드라마의 내용과 현실성 없는 드라마의 구성이지만 중년 연기자들의 확실한 연기변신으로 이제껏 임성한 드라마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모습이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뜬금없는 전개와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의 장면을 지루하게 묘사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가령 루비가 의사의 남자친구 어머니와 첫 만남 자리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 뜬금없이 사장(서우림)이 병원에서 할머니와 입씨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다시 루비의 모습을 비춘다.
이러한 전개는 예전부터 임성한이 즐기던 전개방법이다. 전혀 상관없는 내용에 연계성 없는 장면은 삽입한다. 그 이유는 본인 스스로 알겠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어이가 없다. 더욱이 사장이라 하는 캐릭터는 루비 병원에 입원한 환자인데, 아직까지 정체불명의 캐릭터이다.
이뿐이 아니다. 음식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과거 <인어아가씨>에서 음식에 대한 예찬이 쏟아졌던 것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임성한 작가가 얼마나 식도락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보석 비빔밥>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결명자가 백조의 김치는 중국산 고추가루를 만들었기 때문에 하얗다고 타박하는 장면과 비취가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그러하다. 아예 비빔밥을 젓가락을 비비는 장면을 뜬금없이 클로즈업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이러한 전개 스타일은 임성한 작가가 고집하는 스타일인데, 어쩐지 어색함을 만들어 내는 특유의 스타일이다. 이것이 장기라고 하면 장기인데, 이러한 모습들이 <보석비빔밥>에 몰입도를 오히려 떨어트리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변한 임성한 작가 스타일과 기존 스타일이 한데 어우러져 얼마나 맛난 비빔밥을 만들어 낼지는 조금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막장 코드에 속하는 내용들이 진부하게 펼쳐지고 있어 막장 드라마의 오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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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비빔밥>, 임성한 막장 드라마로 다시 귀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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