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비빔밥>, 임성한 막장 드라마로 다시 귀환하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94] 임성한 스타일 여전... 중년연기자들의 연기변신

등록 2009.09.14 10:41수정 2009.09.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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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비빔밥>
<보석비빔밥>imbc
<보석비빔밥> ⓒ imbc

임성한의 <보석비빔밥>이 4회만에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역시 따뜻한 홈드라마라고 이야기하던 기획의도는 실종된 채 막장 코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여전히 임성한 표 막장 드라마로 흘렀다.

 

그리고 제목만큼은 다양한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비빔밥처럼 막장 요소와 뜬금없는 전개, 알 수 없는 캐릭터 등 역시 임성한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

 

적어도 첫 회에서 불법성형시술이 등장했지만 그래도 이전과 같은 파격적인 설정은 없어 조금이나마 기대케 했지만 그것은 기대로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색다른 내용을 반기는 시청자들도 있다. 임성한 작가가 쓴 수많은 이전 작품들이 인기를 얻어왔고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저러한 말도 안 되는 재료를 한데 모아놓고 50회, 100회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운 정도이니, 작가의 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더는 이러한 류의 드라마를 보는 자체가 거북하다. 임성한 식 드라마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일단, '막장 드라마'로서의 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막말과 막장 비빔밥, <보석비빔밥>

 

우선 불쾌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진상 캐릭터와 현실성 없는 캐릭터다. 궁상식(한진희)과 피혜자(한혜숙) 캐릭터는 진상 캐릭터를 대표한다. 두 사람의 캐릭터는 철 없는 부모 역할인데, 실제 이런 부모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짜증이 밀려온다.

 

 단 4회 만에 본격적인 막장 요소의 내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보석비빔밥>
단 4회 만에 본격적인 막장 요소의 내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보석비빔밥>imbc
단 4회 만에 본격적인 막장 요소의 내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보석비빔밥> ⓒ imbc
세를 주고 불법성형가슴수술을 받으러 간 혜자. 하지만 사고가 나서 병원에 실려가게 되고 누군가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600만 원을 들여 다시금 시술을 받는다. 그리고 나서는 말딸 비취(고나은)에게 뻔뻔하게 돈을 요구한다.

 

물론 수술 받고 그 수술비를 자식이 줄 수도 있지만 형편이 안되는 상황에 가슴수술을 받고, 그 돈을 맏딸에게 요구하는 엄마 모습은 그야말로 '진상'이다.

 

남편 궁상식도 마찬가지다. 사실 1회와 2회에서 그는 그다지 진상은 아니었다. 평생 도어맨으로 근무하며 일을 성실하게 하는 듯보였지만 3회에서 느닷없이 자기 막내 태자라며 어머니에게 데려오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자기 부인 피혜자가 끝까지 반대하면 막내 아들을 자기 어머니에게 맡기려는 한심한 행동과 말을 내뱉는 궁상식이다. 물론 두 사람의 캐릭터가 아주 비현실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보는 시청자들은 불편할 수도 있다.

 

반대로 현실성 없는 캐릭터가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모습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가득한 집은 바로 서로마(박근형)네. 그중에서도 유독 튀는 캐릭터는 서로마의 부인 이태리(홍유진)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그녀는 남편 서로마와 닭살행각은 물론 세상물정 하나 모르는 여성처럼 행동한다.

 

특히 아들 서영국(이태곤)이 세상을 배우기 위해 돈 1천만 원을 들고 나갈 때 그야말로 철부지 아이에 가까운 투정을 부리며 반대한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애를 내모느냐는 식이다. 급기야 자기 생일을 몰라준 남편에게 서운해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그녀의 연기는 마치 연극을 보는 듯, 드라마 속 몰입을 방해한다. 혼자 연극 무대에 올라 눈물을 훔치고, 닭살 애정행각을 하듯 부자연스럽기 그지 없다. 특히 <엄마가 뿔났다>의 장미희를 보는 듯해 더욱더 거북하다. 여기에 서로마 또한 너무나 자상한 남편, 정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듯 작위적인 느낌이다.

 

여기에 궁상식 부모와 보석 네 남매의 대화는 그야말로 막말이 오가는 막장 드라마를 제대로 보여준다. 부모가 철이 없다보니 사건사고를 만들어 내고 이에 보석 네 남매는 할말을 잃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맏딸 비취와 피혜자는 모녀관계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엄마의 가슴수술을 탓하는 맏딸에게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이야기하는 모습과 거들떠보지도 않는 딸의 모습은 그야말로 비정상적이다.

 

또한 둘째딸 루비의 결혼에 대해서 피혜자가 '넌 의사 만나려고 간호대학에 간 거잖아'라고 하는 대사는 과연 엄마로서 해야 할 말인지 의심케 한다. 이처럼 보석 네 남매의 대화를 들어보면 부모를 부모로 생각하지 않는 자식들과 부모로서 행동을 잘 하지 못하는 부모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게 등장하고 있다.

 

물론 철없는 부모 밑에서 자란 네 남매의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이러한 설정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남자 잘 만나 가난을 벗어나고픈 욕구를 가진 큰딸과 둘째딸도 정상 모습은 아니다.

 

 막장 드라마에서 그나마 중년 연기자들의 파격적인 변신해 드라마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에서 그나마 중년 연기자들의 파격적인 변신해 드라마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imbc
막장 드라마에서 그나마 중년 연기자들의 파격적인 변신해 드라마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 imbc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변신 웃음 만발

 

하지만 <보석비빔밥>에도 웃음을 주는 이들이 있다.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변신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상 임성한 식의 대사는 조금 과장된 느낌이 많았다. 금술 좋은 부부의 모습을 묘사할 때도 닭살스러운 대사, 일상 대사보다 평범하지 않은 대사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러한 대사를 연기자들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거북한 느낌을 준다. 일례로 이태리가 바로 단적인 예이다.

 

하지만 허영기 많은 피혜자로 분한 한혜숙과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궁상식으로 분한 한진희, 그의 친엄마와 장모를 연기하는 김영옥과 정혜선의 연기는 극의 흐름의 중심을 잡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3회에서 백조(정혜선)와 결명자(김영옥)는 카일(마이클 블렁크)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였다. 젊은 외국인 한 명을 두고 서로 잘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할머니들 연기는 웃음을 주었다. 카일에게 김치를 앞다퉈 선물하는 장면에서 명자는 "백조가 준 김치는 중국산 고춧가루를 썼지만 나는 태양초다. 내 김치를 먹고 다른 김치는 찌개나 끓여 먹어라"고 질투어린 말을 건넸다.

 

여기에 명자는 가슴확대 재수술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혜자에게 가서 "가슴 부풀렸다며. 별로 티도 안 난다. 손주 볼 나이에 노망이 난 것도 아니고 큰 돈을 왜 거기에 쓰냐"고 비아냥 거렸고, 사돈지간인 백조에게는 붉은색 립스틱을 칠하고 짙은 화장을 비꼬며 "미친년 꽃다발"이라고 놀렸다. 또한 백조는 혜자에게 '마귀할멈'이라 응수하며 바지를 벗기는 소동을 벌였다.

 

또한 자기 아들이 밖에서 나온 아들을 데리고 오자 아들을 때리며 또 궁상식이 아들 태자를 바라보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프지 않냐"고 하자 명자는 "눈에 넣어도 안아프긴... 난 쳐다만 봐도 아프다..."라며 재치있게 응수한다. 

 

임성한 스타일 고수는 여전

 

사실상 막장 드라마의 내용과 현실성 없는 드라마의 구성이지만 중년 연기자들의 확실한 연기변신으로 이제껏 임성한 드라마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모습이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뜬금없는 전개와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의 장면을 지루하게 묘사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가령 루비가 의사의 남자친구 어머니와 첫 만남 자리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 뜬금없이 사장(서우림)이 병원에서 할머니와 입씨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다시 루비의 모습을 비춘다.

 

이러한 전개는 예전부터 임성한이 즐기던 전개방법이다. 전혀 상관없는 내용에 연계성 없는 장면은 삽입한다. 그 이유는 본인 스스로 알겠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어이가 없다. 더욱이 사장이라 하는 캐릭터는 루비 병원에 입원한 환자인데, 아직까지 정체불명의 캐릭터이다.

 

이뿐이 아니다. 음식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과거 <인어아가씨>에서 음식에 대한 예찬이 쏟아졌던 것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임성한 작가가 얼마나 식도락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보석 비빔밥>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결명자가 백조의 김치는 중국산 고추가루를 만들었기 때문에 하얗다고 타박하는 장면과 비취가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그러하다. 아예 비빔밥을 젓가락을 비비는 장면을 뜬금없이 클로즈업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이러한 전개 스타일은 임성한 작가가 고집하는 스타일인데, 어쩐지 어색함을 만들어 내는 특유의 스타일이다. 이것이 장기라고 하면 장기인데, 이러한 모습들이 <보석비빔밥>에 몰입도를 오히려 떨어트리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변한 임성한 작가 스타일과 기존 스타일이 한데 어우러져 얼마나 맛난 비빔밥을 만들어 낼지는 조금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막장 코드에 속하는 내용들이 진부하게 펼쳐지고 있어 막장 드라마의 오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보석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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