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비경을 자랑하는 석륜암골을 걷다

소백산 초암사에서 석륜암골 따라 가는 산책길

등록 2009.09.18 08:59수정 2009.09.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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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토) 아침, 영주시 봉현면의 '소백로' 사과나무 길 산책을 마친 다음,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 앞에서 서울에서 내려온 일행들을 만나 소백산 등산을 했다.

 

나는 봉현면 유전리의 본가에서 일찍 아침식사를 하고 나왔지만, 다른 분들은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한 관계로 조식을 위해 순흥면에 있는 '순흥전통묵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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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국망봉으로 가는 길목인 석륜암계곡 ⓒ 김수종

▲ 소백산 국망봉으로 가는 길목인 석륜암계곡 ⓒ 김수종

묵집은 소수서원이나 부석사, 소백산 등반길에 간혹 들리는 곳으로 메밀묵에 양념과 멸치육수를 넣어서 먹는 음식으로 시골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곳이다. 메밀은 영주와 봉화지역에서 생산량이 많아 인근에서 전량 구매하여 쓴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는 식당 앞에 있는 '순흥기지떡집'에 들러 등산하면서 간식으로 먹으려고 기지떡과 인절미를 4~5인분 정도 샀다.

 

맛은 늘 먹는 것이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시골떡집치고는 떡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썰어 비닐포장도 하고 종이 상자 포장이 깜찍하며 깨끗한 매장 인테리어와 홈페이지 관리, 배달, 택배 서비스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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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순흥면에 위치한 비구니 사찰 초암사 ⓒ 김수종

▲ 소백산 순흥면에 위치한 비구니 사찰 초암사 ⓒ 김수종

떡을 커피와 함께 시식한 다음, 차를 타고 초암사로 향했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한 초암사는 소백산 국망봉 남쪽 계곡 아래에 자리 잡고 있은 조계종의 비구니 사찰로, 의상이 부석사 터전을 보러 다닐 때 초막을 짓고 수도하며 임시 기거하던 곳이다.

 

나중에 부석사를 지은 후 이곳에 다시 절을 세웠는데, 우람한 거석 축대, 주춧돌 등으로 미루어 규모가 큰 절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백산 석륜암골의 비경 속에 자리 잡은 청량도량으로 한국전쟁으로 파괴되어 다시 지은 법당이 남아 있으며, 삼층석탑과 동부도, 서부도 등을 소장하고 있다.

 

높이 3.5m의 삼층석탑은 통일신라말기에 조성한 것으로, 사각형 지대석 위에 세워진 이중기단의 각 면석에 우주가 있고, 일주씩 탱주를 모각하였다. 각 층 옥신에도 우주가 있고, 옥개석 아래 4단의 받침이 있다. 상륜부는 없지만, 주변에 그 파편이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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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국망봉 가는 길 ⓒ 김수종

▲ 소백산 국망봉 가는 길 ⓒ 김수종

절을 둘러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주마간산으로 살펴본 다음, 오전 11시경에 석륜암골을 따라 국망봉으로 향했다.

 

초암사에서 출발하여 채 5분도 되지 않은 곳에 죽계구곡의 1곡인 금당반석 푯말이 등장한다. 죽계구곡은 고려후기 안축 선생의 <죽계별곡>의 배경이 됐던 아홉 구비의 절경으로 소수서원에서 출발하여 이곳에서 끝이 난다. 

 

죽계구곡을 따라 소수서원에서 출발하면 도보로 2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시간이면 초암사를 지나 이곳 금당반석에 도달할 수 있다. 죽계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가운데 하나로 지금도 이곳을 보기위해 사계절 찾는 사람이 많다.

 

금당반석에서 1~2분 정도 더 가면 나무다리가 하나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월전계곡을 따라 달밭재가 나오고 여기서 조금 더 전진하여 갈림길에서 길을 오르면 비로봉 가는 길이고, 내려서면 달밭골과 비로사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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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석륜암계곡에서 도토리를 발견하다 ⓒ 김수종

▲ 소백산 석륜암계곡에서 도토리를 발견하다 ⓒ 김수종

우리 일행은 우측으로 길을 잡아 국망봉으로 오른다. 중간 중간 계곡이 좋고,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른다. 9월 중순에 나무그늘이 좋고, 날씨까지 흐려서 전혀 덥지 않다. 힘들면 쉬면서 개울물에 세수도 하고 탁족도 하고 싶었겠지만, 간간히 자연수를 마시면서 가는 것도 좋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나무다리가 4~5개 정도 있고, 경사가 심한 곳은 철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완만한 곳은 그냥 등산로, 중간 정도의 코스에는 나무기둥과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어 길을 가는 것이 편하다.  

 

너무 좋은 것은 골짜기를 따라서 물이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 등산을 하는 것이다. 산세가 좋고 절경이라 지루함도 없어 너무 좋다. 하지만 코스는 올라갈수록 상당한 경사 때문인지 오르기에 편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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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초암사에서 국망봉 바로 아래 능선까지 오른 82세의 박씨 할머니,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 김수종

▲ 소백산 초암사에서 국망봉 바로 아래 능선까지 오른 82세의 박씨 할머니,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 김수종

젊은 사람은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 극기 훈련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들 것 같다. 중간에 82세의 할머니가 아들들과 함께 국망봉을 오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뉴스에 나올 것 같은 일이군요"라고 말하고는 돼지바위까지 동행했다.

 

초암사에서 국망봉까지는 천천히 걸으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길이다. 직선거리로 4KM라고 하니 평지라면 1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심해 녹록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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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석륜암계곡에서 만난 고목, 정말 5백년은 넘게 된 느낌이 들었고, 중간에 큰 구멍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 김수종

▲ 소백산 석륜암계곡에서 만난 고목, 정말 5백년은 넘게 된 느낌이 들었고, 중간에 큰 구멍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 김수종

이러니 옛날 퇴계 이황 선생이 48살의 나이에 이곳을 오를 때 처음에는 도보로 오르다가 힘이 들어 중간에 두 사람이 어깨에 메는 쪽 가마를 타고 국망봉에 올랐다는 기록이 실감났다. 젊은 나도 힘이 들어 자주 쉬면서 올랐다.

 

점심시간이 가운데 걸리는 등산이라 따로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떡을 가지고 가서 배가 고프면 먹으면서 오르니 허기는 지지 않았다. 아쉽게도 음료수와 등반 시 반드시 마셔야하는 막걸리가 없어 너무 아쉬웠다. 목마름도 허기도 달래주는 막걸리는 등산갈 때는 필수품이다.

 

2시간을 넘게 오르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는 흐리기만 한다고 했는데 비가 와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포기하고 하산을 할까? 그냥 오를까?' 다행히 미리 준비한 우산이 있어 비를 피해가며 20분 넘게 그냥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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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석륜암터에 있는 돌답 ⓒ 김수종

▲ 소백산 석륜암터에 있는 돌답 ⓒ 김수종

우의를 미리 준비한 사람들은 우리 일행들이 등산로 가운데 한참을 서 있는 동안 계속해서 하산을 하면서 우리들에게 '비 오는데 왜 하산하지 않느냐?'는 눈치다. 하지만 우리들은 지나가는 소나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기다렸다. 시간은 자꾸 간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날이 개일 것 같다.

 

정말 지나가는 소나기인지 20분 정도 비를 맞고 추위에 떨다보니 하늘이 맑게 개였다. 다시 힘을 모아 길을 좀 더 가다보니 소백산 국망봉의 8부 능선에 위치한 봉두암 쉼터(석륜암터)에 도착한다.

2009.09.18 08:59 ⓒ 2009 OhmyNews
#소백산 #영주시 #초암사 #석륜암터 #국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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