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투발루인!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재앙 막자"고 호소하는 투발루 목사

등록 2009.09.22 16:45수정 2009.09.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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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력한 사이클론이 불어닥치자 나무에 의지해 서있는 투발루 주민들

강력한 사이클론이 불어닥치자 나무에 의지해 서있는 투발루 주민들 ⓒ 루사마


세계 기후변화 위협에 가장 취약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루사마 목사가 여수에 왔다.  그는 '오늘 투발루가 가라앉으면 내일은 당신 차례다'라며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위협에 대해 세계인들에게 설명하고, 투발루를 구해달라고 호소한다.

올해 45세인 그의 이름은 알라마띵가 루사마이다(Rev. Alamatinga Lusama). 이름이 길어  불편하니 '알라'나 '루사마'로 불러달란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4번째다. 외항선 선원의 엔지니어로 근무할 당시 부산에 두 번 방문했고 이번이 4번째라 김치도 익숙하다. 여수 돌산섬을 둘러본 그는 투발루가 돌산도보다 작다며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라며 부러워했다.

a  투발루에서 온  루사마 목사

투발루에서 온 루사마 목사 ⓒ 오문수

전체 인구 중 96%가 기독교이며 월급은 국가에서 나오기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2주간 급여를 받지 못하지만 국가가 처한 위기를 호소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폴리네시아 특유의 까무잡잡하고 건강한 체구인 그는 생태탕 집에서 나온 배추쌈에 고등어를 얹어 먹으며 맛있다고 한다.   

투발루에는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이 인근해역에서 조업한다. 한국 정부에서 자동차 8대, 노트북 컴퓨터, 프린터를 학교에 기증해서 큰 선물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여수 은현교회(김정명목사)에서 지구 온난화의 중대한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지구 온난화 추세를 중지시키거나 되돌리기 위해 투발루 정부가 제시한 4단계 계획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정리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추세를 중지시키거나 되돌리지 않는다면 투발루는 지구 표면에서 사라지게 될 취약한 많은 섬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투발루는 예측할 수 없는 기상현상을 많이 겪어왔으며, 지금도 겪고 있다.

투발루 기상청이 예보한 것과 전혀 다른 기상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맑고 화창하던 날씨가 갑자기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부는 날씨로 바뀌거나 심지어 폭우가 퍼붓는다. 사이클론 시기가 아닌데도 사이클론이 발생하여 피해를 입고 있으며, 우기에 가뭄이 발생하고, 건기에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이처럼 기후가 분명히 바뀌었지만 문제는 이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기후변화는 대기와 바다 표면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더 빈번해지고 강력해진 열대성 사이클론


요사이 투발루에는 더욱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열대성 사이클론이 아주 흔해졌다.  바람의 세기도 시속 100km를 넘기도 한다. 투발루 환초 상의 섬들은 평평하며(해발 4m 이하), 좁기(어떤 곳의 폭은 10m 이내) 때문에 열대성 사이클론과 강력한 바람은 투발루 주민들에게 커다란 위협을 초래한다. 과학자들은 2020년까지 열대성 사이클론의 강도가 5-10%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a  투발루의 주요작물인 풀라카(pulaka)가 해수 침투와 가뭄으로 말라죽고 있다.

투발루의 주요작물인 풀라카(pulaka)가 해수 침투와 가뭄으로 말라죽고 있다. ⓒ 루사마


a  투발루 마을 회관이 물에 잠겨 있다. 높은 산이 없는 투발루인들은 사이클론이 몰아칠 때 높은 곳에 있는 공동회관으로 피신한다고 한다.

투발루 마을 회관이 물에 잠겨 있다. 높은 산이 없는 투발루인들은 사이클론이 몰아칠 때 높은 곳에 있는 공동회관으로 피신한다고 한다. ⓒ 루사마


해안 침식 

투발루의 모든 섬에서 해안이 침식되고 있다. 만조시기와 1년에 두 차례 있는 최고 만조시기인 킹타이드(king tide) 때에는 해수면 높이가 3미터나 상승하기 때문에 섬에서 바닷물에 잠기지 않는 땅은 채 1미터 높이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거센 바람이 불면 높은 파도가 일어 해안선의 토양을 휩쓸어 간다. 사이클론도 해안선을 침식하는 높은 파도를 유발한다. 이렇게 해안이 침식되면 섬의 크기가 줄어들고 해안선에서 자라던 나무가 쓰러지는 피해가 발생한다.

산호초 백화현상

투발루의 모든 해안지역 뿐만 아니라 깊은 바다에서도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나며 산호가 죽어가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과 다양한 오염물질이 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섬들을 둘러싸고 있는 산호초는 폭풍 해일로부터 섬을 보호하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또한 산호초는 섬 주변의 바다 환경을 아름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많은 물고기와 해양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킹타이드

투발루 사람들은 바다를 사랑한다. 바다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수영을 즐기며, 건기에 물이 부족해지면 바다에 들어가 몸을 씻기도 한다. 하지만 해변을 휩쓸어 버리는 킹타이드와 높은 파도는 투발루의 작은 섬과 사람들에게 점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킹타이드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과학자들에 의하면 바닷물 온도와 해수면이 상승하여 앞으로 30년 후에는 투발루의 일부 지역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것이라고 한다.

가뭄과 해수 침투

물 없이는 아무도 살 수 없다. 투발루에는 산이나 강이 없으며, 민물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다.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투발루의 급격한 기후 변화로 폭풍만 더 잦아진 것이 아니라 건기도 길어져 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물이 부족하면 사람들이 땅을 파서 지하수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지하수가 오염되었을 뿐만 아니라 바닷물이 광범위하게 침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뭄은 투발루의 동식물과 특히 사람들에게 더 큰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바닷물이 지하로 침투하면 투발루의 주요 작물인 풀라카(pulaka)와 코코넛 나무를 서서히 죽게 만든다.

최근 들어 뉴질랜드와 하와이, 호주, 마샬군도 등지로 이주하는 투발루 사람들 숫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주 신청서에 기후변화의 영향 등을 이주 사유로 적어낸 투발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가 투발루를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

"투발루는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이며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땅입니다. 투발루를 구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입니다. 투발루 사람들은 우리 민족과 문화, 전통, 믿음을 계속 유지하고 지킬 방안을 찾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하느님이 만드신 투발루 외에 다른 투발루가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a  루사마 목사가 여수은현교회(김정명목사)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투발루를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루사마 목사가 여수은현교회(김정명목사)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투발루를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오문수


a  세계를 돌아다니며 환경보호 퍼포먼스를 벌이는 최병수 화가가 루사마 목사와 함께 여수 백야도에서 의자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의자에서 모든 결정이 이루어졌는데 코펜하겐에서 있을 환경정상회의에서 절망을 결정할 것인지, 희망을 결정할 것인지 묻는다는 의미다. 11시는 인류 문명의 시간을 가리킨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환경보호 퍼포먼스를 벌이는 최병수 화가가 루사마 목사와 함께 여수 백야도에서 의자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의자에서 모든 결정이 이루어졌는데 코펜하겐에서 있을 환경정상회의에서 절망을 결정할 것인지, 희망을 결정할 것인지 묻는다는 의미다. 11시는 인류 문명의 시간을 가리킨다. ⓒ 오문수


투발루 정부에서는 국제사회가 기후변화를 줄일 방안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투발루를 구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4단계 계획을 제시했다.

▲교토의정서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회의가 되게 한다 ▲교토의정서를 개정하여 신흥산업국가와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한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를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 기후변화협약 하에 새로운 법적인 장치를 개발하여 개발도상국과 특히 선진국이 배출 감축 의무를  이행한다. ▲ 기후변화의 영향에 적응하기 위해 포괄적인 지구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모든 투발루 사람들의 생사를 가르는 문제다. 투발루 같은 나라를 구하기 너무 늦기 전에 세계의 모든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투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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