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어린 신부' 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개도국 여아 7명 중 1명 15세 이전 결혼... 교육 및 경제적 자립 기회 줘야

등록 2009.09.23 14:49수정 2009.09.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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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예멘으로부터 안타까운 기사가 하나 전해져 왔다. 12살의 어린 신부가 출산하려고 3일 간 고통을 겪다 결국 아기와 엄마 모두 숨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산아를 출산하려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이라 한다.

'파지야 압둘라 유세프'라는 이름의 이 임산부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11살의 어린 나이에 사우디아라비아의 24살 농민과 결혼했다.

보통 이 지역의 부모들은 입을 하나 덜어내고, 지참금을 받기 위해 어린 딸들을 서둘러 결혼시킨다. 부족의 관습이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아랍권의 최빈국 예멘에서는 여성의 4분의 1 이상이 15살 이전에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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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의 12살 신부 파지야 압둘라 유세프 파지야 압둘라 유세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11살의 나이에 사우디아라비아의 24살 농민과 결혼했다. 10대 초반의 이 어린 신부는 사산아를 출산하다가 과다출혈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 Middle East Online


남아시아 여성 48% 18세 이전 결혼... 아프리카 60% 상회

개발도상국 여자어린이 7명중에 1명은 15세 이전에 결혼한다. 3억 3100만의 소녀들 중 거의 절반은 20살 이전에 결혼한다고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향후 10년 안에 10억 이상의 소녀들이 즉, 매일 2만5천 명 이상의 소녀들이 조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조혼은 주로 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지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유니세프의 조사에 따르면 남아시아에서 15~24세 사이의 여성 중 48%가 18세 이전에 결혼한다.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는 60%를 상회한다. 중동에서도 조혼이 성행하고 있는데, 예멘이나 팔레스타인 지역의 경우 18세 이전에 거의 절반이 결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조혼의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조혼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결혼 연령은 서서히 늦어지는 편이나 아직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경향을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조혼은 교육의 끝, 가정폭력의 시작

조혼은 모성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10대의 산모들은 출산과 임신과정에서 합병증으로 고통 받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 10~14세의 산모는 20~24세의 산모보다 임신 혹은 출산 중 사망률이 5배 높다. 그리고 조산, 각종 부인병, HIV/AIDS 등에도 더욱 노출되어 있다.


또한 유아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데, 10대 어머니를 둔 아이들은 20대의 어머니의 아이들보다 1세 이전 사망률이 2배 높다. 이 고비를 잘 넘긴다 하더라도 높은 비율의 아이들이 저체중, 저발육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 어린 엄마의 경우 의료정보나 영양공급 면에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면 교육의 기회는 이때부터 사실상 종결된다.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이동성의 제한, 가사, 임신, 육아, 사회적 제약 등으로 다시 교육을 받게 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성은 경제적으로 자립을 할 계기가 영원히 봉쇄되고,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조혼은 가정폭력, 성적학대, 가정과 사회적 고립의 문제성도 가진다. 최근 인도의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전에 결혼한 여성은 그 이후에 결혼한 여성에 비해 2배 더 많은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하였다. 신랑과의 나이 차이가 많기 때문에 가정 내 의사결정에서도 영향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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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어린 신부 유니세프 독일위원회가 주최한 2007 사진공모전(Unicef Photo of the Year 2007 Competition) 대상 수상작. 결혼을 앞둔 아프가니스탄의 열 한 살 난 신부와 마흔 살의 신랑의 모습이다. ⓒ Stephanie Sinclair


11세 이혼녀 누주드의 '목숨 건 소송'

올해 11살이 되는 누주드 알리는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서북쪽에 위치한 카르지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11남매 중 다섯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수학을 좋아하며, 그림 그리는 것과 초콜릿 먹는 것, 푸른 바다 보는 것이 소원인 평범한 어린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지난 해 4월, 자신의 나이보다 3배나 많은 남편과의 강제 결혼, 두 달간의 짧은 결혼 생활, 목숨을 건 이혼 소송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 되었다. 2008년 미국의 유력 주간지 <글래머>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 등과 함께 누주드를 '2008년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아무리 이혼이 흔해진 세상이라지만, 아랍권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자신의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소송'이다. 명예(샤라프, Sharaf)를 중시하는 그 곳의 문화에서 가문의 명예를 손상시킨 여자에게는 가족들에 의한 명예살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누주드의 이혼 소송이 알려지면서 서방 세계의 언론들은 강제 조혼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서방 세계의 반성을 촉구하게 되었다. 누주드가 이혼에 성공한 이후에는 많은 아랍권 소녀들이 이에 자극을 받아 이혼 소송 중을 벌이고 있으며, 이혼 승소 판결을 받아낸 소녀들도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2009년 3월, 예멘 의회는 만 17세 미만 소녀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강제 조혼 폐지 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비이슬람적이라며 반대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이 있지만, 그녀의 용기 있는 도전이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혼은 통탄할만한 어린이 인권 침해

조혼은 여성의 삶에 악순환을 가져온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면 많은 소녀들은 곧바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이후로 낮은 수준의 교육밖에 받지 못한 채로 평생을 살아가며, 시집에서 낮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그녀들은 높은 모성 사망률과 가정 폭력으로 고통 받는다. 조혼은 여성의 생식 기간을 늘리기 때문에 피임이라는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는 가족의 숫자가 많아지는 데에 기여한다. 거기서 낳은 딸은 다시 엄마와 동일한 길을 걷는다.

대부분의 시골 가정들에 있어, 어린 소녀들은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기회조차 없다. 부모가 신랑을 고르고, 결혼 날짜를 정하며, 결혼식을 주관한다. 정작 본인이 결혼에 대해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조혼의 비극적인 결말은 끝없이 반복 재생산된다.

파지야 유세프의 사고 소식을 접한 유니세프의 베너먼 총장은 조혼은 가장 통탄할만한 방법으로 어린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는 어린 시절을 부정하고, 교육받을 기회를 빼앗고, 순결을 강탈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조혼의 악습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에게 의사결정권과 선택의 자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조혼 #유니세프 #예멘 #파지야 압둘라 유세프 #CHILD MARR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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