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2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한나라당,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권우성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 등장한 정부들이다.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1987년 이후 점점 '더 나은 정부'로 진화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 다음 정부는 어떤 정부여야 하느냐? 당연히 국민들은 더 나은 대통령, 더 나은 정부가 당선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나?""1997년 서민, 2003년 서민, 2008년 서민이 다르다"23일 저녁 <오마이뉴스>의 경제적 자립을 만들어가는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들의 모임인 '10만인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노회찬 대표도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 한국사회를 "1987년 이전"으로 퇴행시켰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노무현 정부보다 더 나은 정부가 들어서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걸 밝혀내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 다음에 더 나은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보장받을 수 없다. 더 나쁜 MB(이명박), 제2의 MB가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노 대표는 지난 10년에 걸친 '민주파' 정권에서 사회경제적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결과 이명박 정부가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국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뭐냐?'고 물었더니 압도적으로 '경제성장'이라고 답했다. 많은 지식인들이 그 결과를 한탄했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데 10%밖에 안 되냐고, 경제성장에 환장했냐라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거기에는 포만감이 있다. 하지만 경제문제가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고통은 누적될수록 심해진다. 1997년 IMF 체제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사회양극화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더 나은 정부'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노 대표는 이를 "1997년 서민, 2003년 서민, 2008년 서민이 다르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민주파 정부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양극화가 점점 벌어진 것은 모든 통계지표가 증명한다. 그때 누가 나타났나? 변신한 한나라당이 나타났다. 원래 한나라당에는 '독재의 후예'라는 지울 수 없는 문신이 있었다. 하지만 짙은 화장으로 이 문신을 지우고 '먹여 살릴 수 있는 보수'로 나타났다. '진보개혁세력이 망친 경제를 보수가 살리겠다'고."노 대표는 "국민은 민주에는 포만감이 있었던 반면, 진짜 고민하고 아파하는 게 있었다"며 "하지만 민주당 등은 국민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여주겠다'고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에 갇히는 바람이 국민의 '진짜 고통'이 외면당했다는 것.
"구시대 막내가 아니라 구시대를 끝내야 한나라당 극복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