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빚으며 맞는 추석 "니가 만든 건 니가 다 묵어"

<안양나눔여성회> 3대가 즐거운 '우리 모여 여럿이 한마당'

등록 2009.09.26 19:16수정 2009.09.2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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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이들이 만든 송편, 어른들이 도와준 흔적도

아이들이 만든 송편, 어른들이 도와준 흔적도 ⓒ 이민선

아이들이 만든 송편, 어른들이 도와준 흔적도 ⓒ 이민선

 

추석은 <안양나눔여성회>부터 찾아왔다. 머리가 희끗 희끗한 할머니와 손자, 손녀 벌 되는 아장아장 한 아이들이 어울려 송편 만들기에 분주하다.  며느리 벌 되는 선생님들(문해교육 교사)이 오늘만은 할머니들 제자다. 고수(할머니)들 송편 만드는 모습을 보며 따라 하기에 바쁘다. 쌀가루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서 '주물 럭 오물 럭' 거리자 금세 예쁜 송편이 만들어 진다. 송편 만들어 지는 모습도 재미있지만 할머니들 입담이 더 구성지고 재미있다.

 

"니는 우짜 이렇게 조그맣게 만드냐?"

"나가 조그맣게 만드는 것이 아녀, 언니가 손이 큰겨"

"니가 만든 것은 니가 다 묵어라~잉"

"언니가 만든 건 언니가 다 먹어~ 참 배부르것네"

 

a  송편 빚기

송편 빚기 ⓒ 이민선

송편 빚기 ⓒ 이민선
 

송편 만드는데 막걸리와 부침개도 한 몫 한다. 송편 만드는 한 편에선 부침개가 지글거린다. 잠시 후, 누런 부침개가 접시에 담겨서 막걸리와 함께 할머니들 앞에 놓여진다. 막걸리를 한잔씩 들이켜니 할머니들 입담이 더 구수해지고 반죽을 주무르는 손에 신명이 붙는다. 뚝딱 하는 사이에 송편이 다 만들어 져 곧바로 큰 솥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면 맛있는 송편이 접시에 담길 터. 

 

a  할머니들이 만든 송편

할머니들이 만든 송편 ⓒ 이민선

할머니들이 만든 송편 ⓒ 이민선

 

아이들은 신기한 놀잇감을 발견한 듯 눈이 반짝 거린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반죽을 주물럭거리며 송편 비슷한 모양을 만드느라 애를 쓰지만 대부분 만두 모양 송편이 만들어 진다.  솜씨 좋은 아이들은 제법 송편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꽝'을  만드는 아이도 있다. 콩이 들어가지 않은 쌀떡을 만들어 놓고 '꽝' 이라 이름 지었다.  표시 나지 않게 송편사이에 섞어 놓았다고 하는데 누가 보아도 '꽝' 처럼 보인다. 아마 '꽝' 은 만든 아이가 먹어야 할 듯하다.

 

외계인 모양 송편, 사람 얼굴 모양 송편, 선물 박스 모양 송편도 등장했다. 모두 아이들 작품이다. 물론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들이 약간 도움을 주기는 했다. 기괴한 모양 송편을 한 곳에 모아 놓으니 예술 작품 같기도. 반죽을 뜯어 몇 개 만들어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신통치 않은 솜씨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째서 내가 만든 것은 울퉁불퉁 한지 원~. 어렸을 적, 송편을 만든다고 반죽 옆으로 달려들면 엄마, 누나가 말렸다. 작품 망치지 말라고.

 

a  송편, 아이들

송편, 아이들 ⓒ 이민선

송편, 아이들 ⓒ 이민선

드디어 솥에서 송편이 나오기 시작. 맛있다. 떡집에서 사는 미끈미끈하고 달기만 한 송편하고는 차원이 다른 맛 이다. 콩을 넣은 것 보다는 깨를 넣은 것이 더 맛있다. 쫄깃쫄깃 야들야들...입안에서 씹히는 송편 살이 부드러워 배가 부른데도 자꾸 먹게 된다. 이러다가  배탈이 나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안양나눔여성회> 풍물패 '휘모리' 와 안양사랑청년회풍물패가 함께 사물놀이를 시작하자 마을전체(안양 호계동 과 군포 사이, 한무리 나눔의 집)가 들썩거리는 느낌이다. 할머니들 어깨는 신명에 겨워 덩실 거리고 아이들은 풍물패를 따라다니며 손을 흔든다.  

 

a  풍물

풍물 ⓒ 이민선

풍물 ⓒ 이민선

9월26일(토) <안양나눔여성회>가 <경기 문화 재단> 후원으로 마을 주민,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3고(배우고 나누고 즐기고) 3대 가 향유하는 전통문화 잔치 '우리모여 여럿이 한마당' 을 열었다.  이날  송편 빚기와 전통 한지로 찾잔 받침 만들기 전통 문화공연인 '길놀이, 사물놀이 가 펼쳐졌다.

 

<안양나눔여성회> 는 안양지역 여성인권운동단체다. 성 평등사업, 노동 복지사업, 사회교육사업 을 하고 있으며 사회 교육사업의 하나로 <안양시민학교> 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모인 할머니들은 <안양시민학교> 에 다니는 할머니 들이다. <안양시민학교> 에서는 비문해 자들을 위한 한글, 영어, 한자 기초 교육 과 문화 예술 교육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2009.09.26 19:1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송편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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