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자, 기자들 함께 식사... 이전과 달리 마찰없이 진행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나도 다 컸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칠순의 형제

등록 2009.09.27 19:19수정 2009.09.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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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남측 상봉자인 이정호 씨(오른쪽)가 국군포로 형인 북측 리쾌석 씨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남측 상봉자인 이정호 씨(오른쪽)가 국군포로 형인 북측 리쾌석 씨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남측 방문단의 김상일 씨가 북측 동생 김상철씨 가족과 술잔을 나누고 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남측 방문단의 김상일 씨가 북측 동생 김상철씨 가족과 술잔을 나누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추석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7일, 남북한 양측의 진행요원과 기자들이 금강산호텔 12층 스카이라운지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이에 앞서 북측 기자들과 남측의 행사관계자, 기자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런 접촉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전 이산가족 상봉 때는 남북한의 행사관계자들, 취재기자들 사이에 종종 신경전과 몸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행사진행에서의 이견이나 방송기자들의 용어사용, 방송내용을 둘러싼 마찰이었다.

남측 관계자들은 북측이 이번 행사 진행에 매우 협조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측 관계자는 "과거에는 북측 '보장성원'(행사진행요원)들이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는데, 이번에는 남측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는 분위기"라면서 "북측 인사들도 '남측이 매우 신중하게 행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단체상봉과정에서 이뤄진 '특수이산가족' 즉, 납북자·국군포로 가족들의 재회장면 취재도 별 문제없이 진행됐다. 납북자·국군포로 상봉과정 취재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마찰의 소재가 됐었다고 한다.

디카 인화한 사진으로 이야기꽃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을 위해 호텔에 도착한 남측 방문단이 북측 접대원의 인사에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을 위해 호텔에 도착한 남측 방문단이 북측 접대원의 인사에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이날 두 차례의 상봉시간을 가졌으며, 그 중간에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오전 개별상봉은 금강산 호텔 객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북측 가족들이 먼저 지정된 객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남측가족들이 도착했다.  북측 가족들은 술과 가족사진 3장, 그리고 과자 등이 포함된 종합선물세트를 남측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전날 옷가지 등 부피가 큰 선물을 화물차량편으로 일괄 전달한 남측 가족들은, 현지에서 구입한 사탕과 과자 등을 쇼핑백에 담아와 북측 가족들에게 건넸다.


남측 가족들은 특히 전날 단체상봉행사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해 와 북측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웠으며, 상봉에 참여하지 못한 북한의 다른 가족들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아산측은 남측 가족들을 위해 숙소인 외금강호텔 로비에서 임시로 속성 사진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이와 함께 외금강호텔 앞에 이동식 24시간 편의점도 운영하고 있다. 1년 넘게 관광객이 끊기면서 문을 닫은, 온정각 편의점을 대신해 남측 이산가족 등을 상대로 비누, 치약, 양말, 음료와 과자 등 간단한 생필품을 팔고 있다.

남측 이산가족 한 명이 다쳐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이날 낮 공동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금강산 호텔 2층 연회장 계단을 오르던 유재복(75) 할머니가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것. 유 할머니는 적십자사가 준비한 앰뷸런스를 이용, CIQ(출입사무소)를 통과해 속초의료원으로 옮겨졌으며 CT촬영결과 별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후 4시부터는 금강산면회소에서 다시 상봉이 진행됐다. 처음에는 온정각 앞뜰에서 야외상봉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쌀쌀하고 흐린 날씨 때문에 전날 단체상봉이 열린 금강산면회소로 바뀌었다.

국군포로인 이쾌석(79)씨와 남한의 동생 정호(76)씨는 어릴 적 모습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쾌석씨가 정호씨와 어깨동무를 한 뒤 얼굴을 툭 치자 정호씨는 "나도 이제 다 컸다. 얼굴 치지 말라"며 웃었고, 쾌석씨는 "동생 얼굴이 옛날과 똑같다"고 말했다.

의료지원단장도 평양 출신 이산가족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 윤승선 씨(오른쪽)가 남측 윤기선씨 가족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 윤승선 씨(오른쪽)가 남측 윤기선씨 가족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측 이산가족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대한 적십자사 의료지원단장 김석규(74) 인천적십자 병원장도 이산가족이었다. 평양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원장은 1951년 1.4후퇴때 어머니와 여동생을 두고 월남해 의사가 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살다가, 6개월 전에 적십자 병원에 왔다고 한다.

김 원장은 "북측 가족 소식을 접했느냐"는 질문에 "미국에 있을 때 편지를 하고 싶었는데, 전혀 연락이 안됐다"면서 "여기 와서도 평양이 고향인 분이 있을것이기 때문에 고향이 어디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공적인 일로 온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는 상봉자들의 건강관리와 관련해서는 "'신종플루'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면서 "북측도 (남측의 신종플루 소식을 듣고 걱정해) 행사에 참석한 북측 관계자들에게 예방교육을 많이 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흘씩 1, 2차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추석상봉은 28일로 끝난다. 1차 상봉단은 28일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작별상봉 시간을 가진 뒤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 남측 상봉단은 점심식사를 한 뒤 금강산을 떠나 남측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추석 2차 상봉은 29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역시 금강산에서 진행되며,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99명이 재남가족 449명과 만날 예정이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공동취재단) 황방열 기자
#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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