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누구에게나 어렴풋한 추억의 학창생활이 있다. 자신에게 가장 잊혀지지 않는 학창생활은 언제일까? 손수건을 단 초등학교 코흘리게 시절 짝꿍에 대한 사연이 가장 많을 테다. 애 티를 갓 벗은 중학생이 되면 사춘기로 접어 들어 선생님에게 반항도 하고 진짜 선생님의 무서움도 알게 된다. 꿈 많은 고교시절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성숙했다는 반증일까?
인문계와 실업계로 갈리고 이제부터 친구들은 판이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직업을 갖기 위한 기술연마와 대학을 가기 위한 학업연마로 여기서부터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점이 달라지게 된다. 또 대학은 어떤가? 선후배가 확실한 학번은 영원한 코드가 되고 모교는 졸업생들의 간판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학창시절이고 인생의 첫걸음이다.
이렇듯 학교생활은 벗들의 추억의 장이 되는가 하면 점점 더 사회진출에 필요한 배움의 장이니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수록 학창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진하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취직을 위해 공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온 시골촌놈에게 학교와 도시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9년간 또래 친구들과 가족처럼 지내던 초.중 학교생활이 고등학교를 진학하자 모든 환경과 배움이 달랐으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정상이다.
진정한 기능인을 키운다는 수업시간은 선반이라는 기계를 조작하고 용접으로 눈에 아다리(눈에 탈이 남)가 나는가 하면 다듬질이라는 정밀기계 가공은 손에 알이 배기기 일쑤다. 또한 일주일의 절반은 기계에 관한 이론과 실습으로 기름 때를 묻히니 그야말로 이보다 빡센 직업인 양성소가 따로 없다.
꿈 많던 고교시절 대학진학을 위해 영.수를 파고 사는 인문계 학생들과는 달리 실업계 생들은 틈틈이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따는 부류와 노새노새 젊어서 노새 부류로 나뉘어져 놀다보니 어느새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그 시절 여수에서 공고를 다니는 학생들의 꿈은 대부분 여천공단에 입사해 안정된 직장을 가지는 것이었다. 공단에 근무하는 정규직 직원들이 제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은 그렇게 멋있게 보일 수가 없었는데 후일 그 꿈을 이뤘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학연,지연으로 인한 모임은 사회생활의 연속으로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보다. 내가 속한 곳 역시 동문회가 잘 조직되어 동문회에서는 해마다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선후배간에 술잔이 오가며 결국 학창시절 얘기는 끝이 없다.
▲여수공고 재학생들이 들려주는 밴드 연주로 동문회 문위기는 한껏 업되었다.심명남
▲ 여수공고 재학생들이 들려주는 밴드 연주로 동문회 문위기는 한껏 업되었다.
ⓒ 심명남 |
|
학교가 맺어준 인연으로 현재가 이어지듯 가족과 함께 참석한 직장동문회는 무료한 일상속 신선한 이벤트로 다가왔다. 여수산단내 정규직으로 구성된 여수공고 직장동문회는 YNCC, 한화석화, LG화학, GS칼텍스 등 17개 업체로 구성된 800명의 동문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여수산단내 가장 많은 동문들로 산단이 생긴이후 지금까지 지역에서 많은 동문들이 중화학공업의 기수로 중추적인 산업역군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이날 모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행사에는 지역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수공고 후배 관현악 합주부들이 선배들을 위해 흥겨운 밴드 실력을 과시했다.
또한 이날 직장동문회는 제15대 이동근 회장(28회 YNCC)이 취임하는 날이다.
이회장은 "60년 전통 2만5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우리 모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여수산단의 산업평화 정착으로 후배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선배들의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행사는 각 회사별로 구성된 황소.사자.독수리.호랑이 팀이 배구,줄다리기,부인축구대회 등 여러 경기를 펼쳤다. 이중 황소팀(YNCC,대림,제일모직,KCB,KPA화인케미칼)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장기자랑에서도 대상을 차지한 황소팀 부인들의 흥겨운 노래가 압권이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벤트 진행자의 "야야야" 게임으로 이날 동문들의 배꼽을 다 빼놓았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여러 선후배 동문을 한 줄로 세우고 좌우 상대에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야" 소리를 크게 내야만 이기는 게임이다. 목소리가 적은 사람은 자동탈락이 되니 위아래도 없이 막무가내로 상대의 얼굴을 보며 "야" 하며 악을 지르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60년 전통의 선후배 위계질서가 하루 아침에 무참히 무너지는 날이었다. 이렇게 동문회는 막을 내렸다.
20여년전이 흐른 지금 추억이 담긴 모교의 교정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가 첫눈에 들어 온다. 또한 학교입구에 펼쳐진 전국기능대회와 기능올림픽에서 수상한 펼침막은 소문으로만 듣던 기술명문고의 입지를 확실히 굳힌 듯하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비탈진 학교의 문턱을 오르내리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참 많이도 변했다. 휴일인데도 몇몇 후배들은 기능연마에 열중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허나 날이 갈수록 실업계 학생들의 대기업 취업난은 바늘구멍만하다. 취직을 위해 3년동안 연마한 기술을 인정받지 못하고 갈수록 취업난이 심각해 지니 후배들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양반을 중시하고 기술 가진 이들을 천대했던 조선 몰락의 역사를 보면서 영.수에만 의존하는 입시 속에 양극화로 기술인들은 천대받고 있다. 교육과 취업정책의 변화를 촉구할 때다.
2009.09.28 13:41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