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이 제아무리 높다 해도 소나무 아래 있나니 잘난 척 하지마라. 자네보다 잘난 사람 숱하다네’
임윤수
야트막한 산, 소나무 숲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희끗한 뭔가가 보입니다. 뭐지? 좀 더 다가가니 파란색 글씨가 써진 흰 판자가 걸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뭐라고 써놨을 까? 글씨의 내용이 궁금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읽어보았습니다.
한자로 '白頭山高松下在'라는 글씨가 세로로 써져있고, '백두산이 제아무리 높다 해도 소나무 아래 있나니 잘난 척 하지마라. 자네보다 잘난 사람 숱하다네'라는 설명도 옆에 세로로 달려있습니다.
'꼴값 떨지 마!'하며 후려치는 몽둥이에 한 방 얻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떨 꼴값도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소나무에 걸린 그 글을 읽는 순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선승을 일깨우는 고승의 일갈, 사정없이 내려치는 장죽소리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