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교회-성당 '4대강 사업 반대' 펼침막 내건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창립 ... "4대강사업은 경제에 눈 멀어 앞 못 보는 우매한 일"

등록 2009.09.28 14:21수정 2009.09.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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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신부, 목사, 교무 등 종교인들이 뭉쳤다. 부산과 경남지역 종교인들이 평화와 인권, 환경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기로 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가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적으로 특정 사안을 놓고 종교인들이 연대한 사례는 있지만, '평화'를 내걸고 연대가 결성되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단체는 앞으로 ▲ 낙동강 지키기 연대 사업 지원 ▲ 종교간 평화연대사업 ▲ 대북 민간지원 사업 ▲ 6.15, 10.4선언 이행 촉구 ▲ 평화협정체결 촉구 ▲ 용산참사 해결 지원 등을 벌인다.

a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창립을 선언하고 낙동강 지키기 사업을 천명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창립을 선언하고 낙동강 지키기 사업을 천명했다. ⓒ 윤성효


종교평화연대는 첫 번째 사업으로 낙동강 지키기를 선언했다. 앞으로 대구·경북지역의 종교인들과 함께 '낙동강 종교평화연대'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정비사업' 반대를 천명하고 나섰다.

추석 전후 사찰과 교회, 성당 등에 '낙동강 지키기' 펼침막을 내걸고, 홍보전단을 배포한다. 또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해 종교인 릴레이 단식기도를 하며, 추석 뒤 창원 성주사에서 '낙동강 지키기 운동 종교합동 기도회'를 연다. 세미나 등 학술사업도 벌인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세계를 되살려 놓는 역사의 소명에 충실해야 하는 것"과 "평화를 실현하고 통일을 이룩하는 민족의 소명에 충실해야 하는 것", "억압과 빈곤과 질병과 무지에 해방되어야 할 민중의 자유를 위한 역사의 소명에 충실하는 것", "인류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번영의 역사적 소명에 충실하는 것"을 다짐했다.

"낙동강 지키는 일 최우선 사업으로 해나갈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은 설곡 스님(기장나무정사 주지)의 사회로 인사말과 격려사가 이어졌다.


방영식 목사(공동대표, 부산한사랑교회)는 "종교인은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은 일제잔재다.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고 소금이 되라고 했다. 그 빛과 맛을 잃으면 밖에 버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 목사는 "종교가 잘못하면 아편이고, 우민화는 종교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다"며 "깨어있는 종교인이 돼서 평화와 사랑을 펼치는 게 생명력 있는 종교이며, 종교가 나서서 정의를 외치면 어느 목소리보다 강하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다. 목사나 신부나 스님도 마찬가지다. 부산지역에 여러 종교 모임이 있고 참여하고도 있지만, 3.1운동 당시 여러 종교가 연대해서 나갔듯이 지금도 손 잡고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영식 목사는 "이명박 정부는 경제 논리로 4대강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하는 우매한 정책은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낙동강을 살리는 일에 전념해야 하고, 6.15와 10.4선언 이행에도 앞장 서야 하며, 나라에 희망을 주는 모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a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도관 스님이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 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도관 스님이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 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경과보고를 한 도관 스님(공동대표, 흥부암 주지)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4대강 사업 예산을 처리할 것인데, 막아야 한다"면서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연대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관 스님은 "지난 9월 초에 몇 분이 모여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지난 20일 흥부암에 다시 모여 발의해서 집행부를 구성했다"면서 "생명의 강인 낙동강을 지키는 일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사업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균 신부(공동대표, 진주하대성당)는 "평화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다.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 국가도 공동선 추구가 인간 존성엄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지금 정부가 하는 4대강 사업은 강을 죽이는 것으로, 앞으로 사찰과 성당, 교회에 펼침막을 내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개헌 논의가 한창인데 대통령제나 정치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인간과 인권 중심을 어떻게 헌법정신으로 담을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현재 기득권은 헌법을 제대로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기득권 유지에만 신경을 쓰고 있으며, 이는 헌법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교인들이 연대해서 자연 훼손 막아야"

진관 스님(고문, 불교평화연대 대표)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었을 때 종교인들이 모여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면서 "지금 낙동강이 죽어가고 있는데, 종교인들이 나서지 않으면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교인들이 나서서 정치를 개조하는 운동을 해야 하고, 우선 낙동강 권역의 종교인들이 나서서 선거에서 반역자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 종교가 정치에 굴복되는 시대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문 목사(고문, 전 부산NCC증경회장)는 "종교인이 화합해서 영원성과 보편성이 있는 가치관을 갖고 함께 뭉쳐야 한다"면서 "나아가 인류 역사가 공영할 수 있는 선구자, 후원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a  부산과 경남지역 종교인들은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종교평화연대' 창립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과 경남지역 종교인들은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종교평화연대' 창립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김영식 신부(고문, 진해 덕산성당)는 "선거에서 좋은 사람 뽑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 오는 지방선거 때 구체적으로 펼치기 위해 내년 2월 창립할 것이다. 낙동강 살리기 운동과 연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고문)는 "'평화'는 본래 '화평'인데 식민지 때 일본이 바꾸어 불렀다. 화평은 고루 먹고 잘 살고 서로 도와서 어울려 사는 정의 사회를 말한다"면서 "인간은 자연을 거역하면 안된다. 종교인들이 연대해서 자연 훼손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상임대표도 격려사를 했다. 이 상임대표는 "지식인과 종교인이 많은데 왜 통일을 하지 못하느냐. 종교인들이 좀 더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외국에서 통일을 위한 활동도 지켜본 적이 있는데 서글퍼더라. 통일운동에 경남과 부산이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도성 스님(고문, 전 해인사 주지)은 "벌써부터 이런 모임이 있어야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가 단합하지 못해 잃어버린 땅이 많다. 휴전선 이북도 다른 민족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말이 설혹 다르더라도 우리 민족이다. 우리는 이전에 콩 하나도 나누어 먹었듯이, 민족이 서로 나누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해식 전농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민중의 웃음을 찾아주는 게 종교인이다. 낙동강은 민중의 눈물이다. 꼭 지켜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안하원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4대강사업에 문제는 많은데 국민들이 현혹되어 있다. 곧 공사가 진행될 것인데 답답하다. 다른 지역에도 이런 모임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  이정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상임대표가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열린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창립 기자회견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이정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상임대표가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열린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창립 기자회견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자흥 스님, 김홍술 목사, 김준환 신부 협동사무처장 맡아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방영식 목사와 박창균 신부, 도관 스님이 공동대표를 맡고, 설곡 스님이 집행위원장을 맡는다. 자흥 스님(창원 금강사)과 김홍술 목사(애빈교회), 김준환 신부(부산교구)가 협동사무총장을 맡기로 했다.

원불교 부산교구에서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밖에 김석준 부산대 교수와 하원오 부산농민회장,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국장,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 김경철 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a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협동사무처장을 맡은 김홍술 목사와 자흥 스님, 김준환 신부가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에서 창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협동사무처장을 맡은 김홍술 목사와 자흥 스님, 김준환 신부가 28일 오전 부산 광장호텔에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에서 창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윤성효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종교평화연대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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