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시사기획 <쌈> 한 장면. 가해자에 대한 온당한 처벌을 바라는 나영이가 그린 그림.
KBS
씻을 수 없는 고통. 이 말은 너무나 쓰고 싶지 않은 말입니다. 왜 씻을 수가 없냐고, 왜 이겨낼 수 없냐고, 그런 말이 더 절망을 만든다고 반문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 말 속에서 함께 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영이 사건 기사를 보면서 많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그날의 사건을 떠올리고 몸과 마음의 기억 속에 담고 살아야 했던, 지금도 계속되는 아픔으로 울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있는 나영이를 보면서, 우리는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공존하고 있는, 공존해야 하는, 공존할 것인 살아감과 죽음의 고통을 느낍니다. 가해자에 대한 온당한 처벌과 사회적인 상식에 대한 염원을 담아 그린 나영이의 절묘한 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음과 동시에, 나영이의 고통과 또 나영이의 삶에 대해 온 몸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사형에 대한 요청은 그 이면으로 더 처절하게 삶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제는 제발,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가해자 앞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수치심, 분노, 무력감, 혐오를 느낍니다. 그러나 이 분노의 에너지는 더 좋은 세상에 대한 씨앗이 되어야만 합니다. 나영이가 살아갈 세상에서 우리도 함께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나영이를 만들지 않도록, 나영이가 자신을 자신으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다음 세상은 반드시 달라져야 합니다.
PS - '나영이사건' 은 시사기획 쌈 보도과정에서 가명을 이용하여 사건에 붙인 명칭입니다. 성폭력 사건에 피해자 이름이나 피해자 관련 명칭을 붙이는 관행이 많습니다. 이는 많은 이들이 피해자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방식일 때도 있지만, 반면 피해자에게 낙인이나 비난의 위험을 불러오거나 여론의 집중이라는 부담을 지우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시사기획 쌈 제작진과 해당 사건의 가족이 피해자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여 결정한 사항이기를 바랍니다. 사건 명칭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가 계속 필요하며 즉각 변경이 필요한 경우 네티즌과 언론들이 앞서 발빠르게 변경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블로그에도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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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했어도 술 마셨다면 심신미약 인정? 나영이 사건 가해자, 이대로는 용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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