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친씨가 살고 있는 산골 동네의 어떤 집
임윤수
베트남 처녀 키우친씨는 팔자 한 번 고쳐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19살이란 어린 나이에 고향으로부터 수억만 리 떨어진 충청도 산골마을로 시집을 왔을 겁니다. 낯설고 물선 타국, 말도 통하지 않고 사는 방식도 다른 이국이지만 자신만 열심히 하면 아내로 사랑받고, 며느리로 귀여움 받으며 잘 살 수 있을 거란 야무진 꿈을 가지고 한국인 남편을 따라 입국을 하였습니다.
키우친씨에게 있어 한국인과의 결혼은 남녀 간의 사랑 이전에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는 빈곤의 탈출구며 멋지게 살 수 있는 희망의 등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결혼 알선단체에 한국인과의 결혼을 신청하므로 남편을 만나 산골마을에 신혼살림을 차리게 된 것입니다.
키우친씨가 신혼살림을 차린 곳은 시골이라는 어감을 훌쩍 넘어서는 산골마을입니다. 각박한 인심이 살아가는 방편이 될 수도 있는 도회지보다는 동네사람 모두가 한 가족 같은 산골동네이기에 통하지 않는 말도, 조금은 다른 듯한 외모도 정착하고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키우친씨가 평생을 의지하며 살아갈 한국인남편은 42살로 그녀보다 곱절이나 나이가 많았지만 도리어 많이 나는 나이 차이는 이해심이 되고 아량이 되어 서툴기만 한 한국판 신혼살림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키우친씨가 시집온 동네는 첩첩산골 궁촌마을키우친씨가 살고 있는 마을은 지금은 세인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졌거나 희미해진 '산골소녀 영자'의 삶을 떠올리게 할 만큼 첩첩산골인 두메산골 산동네마을입니다. 해발 948m나 되는 가파른 산벼랑 밑에 자리해 있는 동네, 고개를 치켜들어야만 끝이 보이는 산이 마을을 흐르는 계곡 건너에 있는 산동네입니다. 산이 높으니 계곡 또한 그만큼 깊고, 그 깊은 계곡에 마을이 자리해 있다 보니 한 겨울이면 하루 중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고작 서너 시간 밖에 안 되는 그런 마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