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현재 정부가 확보한 어린이용 신종인플루엔자A(신종플루) 치료제가 30만 명분(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 민주)이 조달청과 질병관리본부의 제출자료를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용 신종플루 치료제는 30만400명 분만 확보됐으며, 이는 14세 미만 어린이 인구(845만 명) 대비 3.6%에 불과한 양이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캡슐 30mg(15kg 이하)과 캡슐 45mg(23kg 이하)이 어린이용인데 각각 13만8300명 분과 16만2100명 분만 확보됐다. 리렌자라는 또 다른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수입되고 있지만, 이것은 7세 미만에는 사용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백재현 의원은 "성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인구 20%상당의 치료제를 구비하겠다는 정부 발표와는 한참 떨어지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519만 명분 확보했다고 하더니 444만여 명분에 그쳐
또한 정부가 제약회사들과 계약한 신종플루 치료제(타미플루/리렌자)는 558만7000명 분이지만, 실제 국내에 들어온 것은 444만6000명 분에 그쳤다.
정부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254만3000명 분의 신종플루 치료제를 입고·보유한 상태이고, 올해에는 190만3510명 분만 입고됐다. 올해 입고된 치료제는 계약체결된 304만4003명 분보다 110만 명분이나 적은 양이다.
백 의원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확보한 치료제까지 포함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총 519만 명분의 물량을 사전 확보했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9월 30일 현재 국내에 입고되어 보유하고 있는 양은 444만6500명 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확보했다고 발표한 양보다 65만여 명 분이 적은 것이다.
백 의원은 "지난 2007년 감사원이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신종플루 치료에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로는 로슈에서 생산하는 타미플루와 글락소스민스클라인에서 생산하는 리렌자가 수입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리렌자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렌자는 7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유효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한 신종플루 치료제를 거점치료병원과 거점약국에 공급해온 점도 우려스럽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월 두 차례에 걸쳐 보건소와 지역거점병원에 총 49만여 명 분의 치료제를 공급했다. "이는 2004년부터 비축되어 유효기간이 짧아 최근 기간이 연장된 제품"이라는 것이 백 의원의 설명이다.
백 의원은 "현재 시중에 유통중인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유효기간을 두 번이나 연장한 제품도 있다"며 "일부 의료계에서는 약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사들 사이에서는 "유효기간이 2년 가까이 지난 타미플루는 40%의 효과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 의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몇 년 전부터 신종플루 출현을 경고해 다른 나라들에서는 미리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확보하는 등 차분한 대응을 해왔다"며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예산을 삭감하고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하는 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2007년 감사에서 "비축량 절대 부족" 지적
한편 감사원은 2007년 4월부터 5월까지 질병관리본부를 대상으로 '신종플루 예방·관리대책'과 관련된 감사를 벌인 바 있다.
감사원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인구대비 20~30%의 치료제를 비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는 아직 비축목표량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2007년 5월 현재 인구대비 2%(100만 명분)에 해당하는 분량만 비축하고 있어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09.09.30 16:51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