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인적 청산' 바람 부나

별정직 간부에 갑작스런 '대기발령' 인사... 행안부 시정 요구 그대로 이행

등록 2009.09.30 21:01수정 2009.09.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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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7월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읽고 있다.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7월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읽고 있다. ⓒ 서유진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7월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읽고 있다. ⓒ 서유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부당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인권위는 간부급 직원 A씨를 대상으로 대기발령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는 정기 인사도 아니고, 그 대상이 단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이같은 조치의 근거는 행정안전부가 A씨 인사발령에 대해 자체시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조직개편 이후 인사 감사에 들어간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12일 A씨가 조직개편 이후 맡게 된 새 보직이 이전 업무와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가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몇 년 전에도 맡은 바 있다.

 

특히 이번에 대기발령 조치된 A씨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별정직 간부이다. 지난 조직축소 과정에서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은 인권위 별정직 공무원 중에 시민사회단체 출신이 많다는 이유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놓고 인권위의 '인적 청산'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도 대응 나서... "독립성 침해 용인한 조치"

 

이번 인사는 현병철 위원장의 잇따른 독립성 후퇴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인권위 내부 여론이다.

 

이미 지난 9월 1일 월간 업무보고에서도 "행안부의 인사 관련 지적은 위원회 독립성 차원의 문제로 권한쟁의심판청구와도 연결돼 있으므로 심각한 이슈로 받아들여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권위 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위원장이 행안부 시정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위원회 독립성 침해를 용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조직축소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제기한 의미마저 무력화시키는 묶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한 "어제 통보하면서 오늘 나가라는 식으로 진행된 금번 인사조치 방식은 인권을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럽게 한다"면서 "함께 일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한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현 위원장의 조직 운영에 대해서도 "상임위원을 비롯한 위원회 내부 논의 과정을 전면 생략한 채 인사발령을 단행했다"면서 "위원회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인사는 지난 4월 조직개편 당시 인권위원회가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인사 문제를 논의했던 사례와도 대조적이다.

 

현 위원장은 이번 인사뿐 아니라 김옥신 사무총장 내정 과정에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전원위원회에서는 김옥신 내정자의 인권 전문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다. 현재 청와대 차원에서 김 내정자에 대한 검증이 진행 중이다.

 

a  인권단체인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옥신 변호사는 현병철 인권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이나 업적이 전무하다"며 김 변사의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인권단체인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옥신 변호사는 현병철 인권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이나 업적이 전무하다"며 김 변사의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인권단체인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옥신 변호사는 현병철 인권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이나 업적이 전무하다"며 김 변사의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잇따른 독립성 후퇴... "백지인 줄 알았는데"

 

이미 현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인권위가 행정부에 속한다"고 말했고, 조직축소에 대해서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소신을 발언이 아닌 행동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같은 발언 이후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인권위 사무처의 핵심 간부들은 물론이고, 인권위원들 사이에서도 현 위원장에 대한 비판 정서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권위 핵심 관계자는 "초기에는 현병철 위원장이 무색무취한 '백지'라는 점에 오히려 기대를 걸었는데, 상황을 너무 쉽게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2009.09.30 21:01ⓒ 2009 OhmyNews
#국가인권위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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