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구름이 걸려 멈추는 운길산과 수종사의 다향

서둘러 붉게 물든 나뭇잎과 해체된 밤송이의 잔해들이 보여주는 가을의 한 단면

등록 2009.10.01 09:15수정 2009.10.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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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길산.

  구름이 하늘을 날다가 산에 걸려서 멈춘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 '운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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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운길산 꼭대기에 걸린 하얀 구름 운길산에 오르기 전 산 정상 부근에 걸려있는 하얀 구름이 반가웠다. 이름에 걸맞게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을 오르는 것이 기대되었다. ⓒ 강성구

▲ 실제로 운길산 꼭대기에 걸린 하얀 구름 운길산에 오르기 전 산 정상 부근에 걸려있는 하얀 구름이 반가웠다. 이름에 걸맞게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을 오르는 것이 기대되었다. ⓒ 강성구

  오늘은 그 이름에 어울리는 운길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하얀 솜뭉치를

올려놓기라도 한 양 산과 하늘 사이에 구름이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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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에 잘 가꿔진 채마밭 마치 시골 고향집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지는 등산로 진입로. 조금씩 가을의 분위기가 짙어가는 것 같았다. ⓒ 강성구

▲ 운길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에 잘 가꿔진 채마밭 마치 시골 고향집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지는 등산로 진입로. 조금씩 가을의 분위기가 짙어가는 것 같았다. ⓒ 강성구

  운길산으로 올라가는 길 옆에는 주민들이 가꾸는 농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 누렇게 거의 다 익은 콩, 흙을 밀어올리며 커가는 고구마.

  다양한 작물들이 가을볕에 조금씩 조금씩 더 영글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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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시든 자리에서 탐스럽게 익어가는 호박 호박의 겉표면에 솜털이 또렷하다. 따가운 가을볕 아래에서 튼실하게 영글어 가고 있었다. ⓒ 강성구

▲ 꽃이 시든 자리에서 탐스럽게 익어가는 호박 호박의 겉표면에 솜털이 또렷하다. 따가운 가을볕 아래에서 튼실하게 영글어 가고 있었다. ⓒ 강성구

  따가운 가을볕을 받으면서 영글어가는 호박을 보면서 호박전과 호박된장찌개를

생각하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 혼자 생각하면서 걸어가다가 입에 침이 고인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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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하게 그늘이 진 등산로 큰 비에 피해라도 입은 걸까? 등산로가 심하게 파여 있었다. 한 일행은 홍수나 장마에 대비해서 물길을 조정하는 공사를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강성구

▲ 적절하게 그늘이 진 등산로 큰 비에 피해라도 입은 걸까? 등산로가 심하게 파여 있었다. 한 일행은 홍수나 장마에 대비해서 물길을 조정하는 공사를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강성구

  산을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걷다가 한여름 장마가 할퀴고 간 수해현장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심하게 파헤쳐진 등산로는 불규칙한 돌멩이들로 덮여 있었고 그 때문에 걷는

것이 불편했고 발목 부상의 위협까지 느낀 순간도 있었다. 가을 햇살을 적당하게

가려주는 나무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땅에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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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한켠에서 뿌리가 드러난 채 비틀거리는 나무 말라버린 뿌리를 보니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일수록 등산객들의 안전과 훼손되는 나무들에 대한 안전 대책이 수립되고 운영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 강성구

▲ 등산로 한켠에서 뿌리가 드러난 채 비틀거리는 나무 말라버린 뿌리를 보니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일수록 등산객들의 안전과 훼손되는 나무들에 대한 안전 대책이 수립되고 운영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 강성구

  좀 더 올라가니 아예 뿌리가 드러난 채 휘청거리고 있는 나무도 있었다. 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산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건강한 산이 유지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고, 또

산을 관리하는 공무원들도 훼손 등의 문제점이 있는 부분에 대한 대책을 적기에 수립

하고 실행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산이 지속적으로 보존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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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산로 곳곳에 설치된 시(詩) 목판 다산 정약용의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그 외에도 몇몇 시인들의 시가 나무판에 새겨진 채 등산객들을 맞는다. ⓒ 강성구

▲ 둥산로 곳곳에 설치된 시(詩) 목판 다산 정약용의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그 외에도 몇몇 시인들의 시가 나무판에 새겨진 채 등산객들을 맞는다. ⓒ 강성구

  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시가 새겨진 목판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에 또 한번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던져주었다. 다산 정약용 외에도 김유진의 '한적한 숲길을

걷노라면'도 마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반가움을 더했다. 이렇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위한 아이디어는 운길산 외의 다른 산에서도 강구되고 실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상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운길산 등산로에서는 이러한 시 목판 외에도 적절한 곳에 마련된 나무 의자들을

통해 잠시 땀을 흘리면서 쉬어갈 수도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열심히 오르다 보니 어느새 수종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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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이상된 은행나무와 5층 석탑으로 유명한 수종사 하산길에 들러서 은은한 향의 전통차를 마시면서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다실도 등산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 강성구

▲ 500년 이상된 은행나무와 5층 석탑으로 유명한 수종사 하산길에 들러서 은은한 향의 전통차를 마시면서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다실도 등산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 강성구

  수종사 은행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며 저 아래로 흘러가는 남한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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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폭의 산수화를 연상하게 하는 남한강변의 산자락들 박무에 물든 산들이 아름다운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 강성구

▲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하게 하는 남한강변의 산자락들 박무에 물든 산들이 아름다운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 강성구

 

  아련하게 보이는 산자락들이 그윽한 산수화 한폭을 보는 듯한 감흥을 일으켰다.

  500 살이 넘은 은행나무의 이파리들이 수채화의 중요한 마무리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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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아래에 잔뜩 떨어져 내린 은행나무 열매들 흙길 위에 노란 점들이 찍혀있는 듯 했다. ⓒ 강성구

▲ 은행나무 아래에 잔뜩 떨어져 내린 은행나무 열매들 흙길 위에 노란 점들이 찍혀있는 듯 했다. ⓒ 강성구

  500살이 넘는 노령의 은행나무에서도 많은 은행 열매들이 맺혔고 익었고 떨어진다.

  겉껍질 때문에 은행의 냄새는 고약해도 깨끗하게 씻어두었다가 겨울에 구워 먹으면

맛도 좋고 또 감기나 인후염에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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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모습의 수령 500년 넘은 은행나무 카메라에 다 담기도 어려웠던 수종사 은행나무. ⓒ 강성구

▲ 장대한 모습의 수령 500년 넘은 은행나무 카메라에 다 담기도 어려웠던 수종사 은행나무. ⓒ 강성구

  땅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들은 노랗다 못해 가을을 웅변하듯 투명하기까지 했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서 가을에 열매들을 먹어치우는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은행은 딱딱한 껍질 위에 냄새나는 껍데기를 한겹 더 두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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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게 진이 맺힌 수종사 은행나무의 열매들 다 익어 땅에 떨어진 열매들에 가을이 맺혀 있었다. ⓒ 강성구

▲ 투명하게 진이 맺힌 수종사 은행나무의 열매들 다 익어 땅에 떨어진 열매들에 가을이 맺혀 있었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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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를 거쳐서 운길산 정상을 향해 이어지는 등산로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돌계단이 잘 다듬어져 있다. ⓒ 강성구

▲ 수종사를 거쳐서 운길산 정상을 향해 이어지는 등산로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돌계단이 잘 다듬어져 있다. ⓒ 강성구

  수종사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운길산 정상을 향한 걸음을 계속했다. 돌담과

돌계단이 잘 다듬어져 있었고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한 밧줄도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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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게 물든 단풍잎이 외롭게 매달려 있다 벌레에게도 뜯어 먹힌 채 붉게 물들어 버린 단풍잎. ⓒ 강성구

▲ 성급하게 물든 단풍잎이 외롭게 매달려 있다 벌레에게도 뜯어 먹힌 채 붉게 물들어 버린 단풍잎. ⓒ 강성구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처럼 서둘러 붉게 물든 단풍잎에는 벌레들의 잔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점점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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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 정상 부근의 헬기장은 매점으로 변했나? 긴급한 상황을 위해 준비한 헬기장이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사고 파는 매점으로 바뀌었나 보다. ⓒ 강성구

▲ 운길산 정상 부근의 헬기장은 매점으로 변했나? 긴급한 상황을 위해 준비한 헬기장이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사고 파는 매점으로 바뀌었나 보다. ⓒ 강성구

  운길산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 헬기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각종 행사나

환자 발생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이 매점(?)의 신속한 대처가 과연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걱정을 해 보았다. 땀 흘린 등산객들에게 마치 시원한 선물과도 같은

음료수와 빙과를 제공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헬기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점의 위치나 면적에 대한 검토와 조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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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해발 610m 운길산 정상 사람들의 손길을 많이 타는 하얀 운길산 표지석의 머릿 부분은 몸통 부분과 달리 거뭇거뭇하다. ⓒ 강성구

▲ 드디어 해발 610m 운길산 정상 사람들의 손길을 많이 타는 하얀 운길산 표지석의 머릿 부분은 몸통 부분과 달리 거뭇거뭇하다. ⓒ 강성구

  바람이 거의 불지않아 땀을 많이 흘리면서 올라간 끝에 드디어 운길산의 정상에

도달했다. 운길산 표지석의 키가 그리 크지않아서 사람들이 쉽게 손을 올려놓을 수

있었고 그 때문에 몸통 부분과 달리 윗 부분은 손때가 묻어 있는 듯 했다. 배낭에

준비를 해 간 음료수와 오이를 먹으면서 달콤한 휴식을 했다.

  

땀을 닦은 뒤에 길게 이어진 능선을 따라 멀리 예봉산을 바라보았다.

 

  다음번 산행은 운길산과 예봉산을 종주하는 것으로 해 볼까?

  (운길산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들이 후속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운길산을 찾는 등산인들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은 받는 운길산은 하지만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심하게 패인 등산로와 뿌리까지 드러난 채 신음하는 몇몇 나무들은 땀 흘리며 산을 찾은 이의 마음을 아프고 부끄럽게 했다. 사랑해서 찾는 마음으로 보존하는 데에도 정성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09.10.01 09:1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운길산을 찾는 등산인들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은 받는 운길산은 하지만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심하게 패인 등산로와 뿌리까지 드러난 채 신음하는 몇몇 나무들은 땀 흘리며 산을 찾은 이의 마음을 아프고 부끄럽게 했다. 사랑해서 찾는 마음으로 보존하는 데에도 정성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길산 #수종사 #예봉산 #남양주시 #다산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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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들을 다닌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비슷한 삶의 느낌을 가지고 여행을 갈만한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이나 기분 좋은 풍경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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