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그렇게 못 났습니까? 억울합니다. 내 잘못도 아닌데...
김진수
쭉쭉빵빵 잘 나가는 미인들 축엔 못 들지만, 나도 다듬고 가꾸면 왜 그 축에 못 들겠어요?
요즘 세상에 타고 난 미인이 몇이나 되나요?
미인 되려고 얼마나 수고를 하는데요. 거름 주죠? 약 쳐 주죠? 봉지 씌워 주죠? 풀 베어 주죠? 그리고 예쁘게 포장해 줘야 그나마 미인 축에 끼는 게 아닌가요?
자꾸 미인 미인 찾다 보니, 미인 되기가 점점 어려워지더군요. 웬만하면 좀 참고 요 정도면 됐어 하면서 사는 사람 파는 사람 서로 아량을 베풀면 될 텐데...
나 비록 못 생겼지만 할 말 많다구요. 어디 다른 것들한테 그렇게 정성들일 때 나한테 관심 한번 주셨나요?
그렇다고 뭐 그리 서운한 건 아니지만, 말로는 날더러 아예 못 생긴 게 더 예쁘다고 하고선, 볼 때마다 "이게 못 생긴 모과야"하는 건 또 뭔가요?
나도 과일인데, 그런 소리 자꾸 들으면 자존심 팍팍 상한다구요. 좀 못 생겨도 "이게 제대로 된 모과야"하면 누가 잡아 가나요?
▲보세요? 내가 처음부터 못생긴 건 아니잖아요? 나도 족보 있는 과일이예요.
김진수
좋습니다. 나도 나름 살 방도를 찾아야지요. 아무도 날 봐 주지 않아, 나 모질게 컸습니다. 모질게 자란 만큼 누가 내 손 잡아 주기 전에 맨땅에 헤딩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까짓 죽기 아니면 까물치기죠. 별 수 없어 뛰어 내렸습니다. 이놈 벌레들이 내 몸 다 갉아먹기 전에 말이죠. 죽도록 아팠습니다. 그래도 나 울지 않습니다. 울어 봐야 날 달래 주는 이 없으니깐요.
▲사정없이 터졌습니다. 아파도 울 수 없는 이 마음 아세요? 정말...
김진수
다행히 맘 좋은 사람 만나 손길 한번이라도 타면 나 영광입니다. 그리고 부탁드리는데, 지나다 날 보시면 제발 공차듯 발로 뻥 차지 마세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차요? 내 참, 그렇잖아도 서러워 죽겠는데, 차긴 왜 차요?
▲발이 근질거려요? 차고 싶어세요? 네? ...나 정말 많이 참습니다.
김진수
부탁합니다. 나, 어렵게 자라서 자수성가한 고생 생각해서 한번쯤 손잡아 주세요. 그리곤 " 너 이정도로 자란 것도 참 기특하다"라고 하면 난 그저 눈물이 핑 돌 거예요.
▲나도 과일이예요. 인간답게 아니 과일답게 대접 받고 싶어요. 지금 이 기분 짱이예요.
김진수
오늘, 내 밑에서 더 모질게 자라는 탱자놈이 그러데요. 타고 난 팔자가 좋아야 한다고. 그러면서 제법 폼을 잡고 하는 말이, "모과야 내 말 들어 봐. 잘 생긴 나는 뭇사람 발길에 놀아도, 못 생긴 유자는 기생 품속에서 논다. 알겠어?" 뭔 말인지 잘은 몰라도 못생긴 나로서는 귀가 번쩍 띄는 소리데요.
그 말 듣고 보니 나 힘이 납니다. 못 생긴 나에게 볕들 날 있으려나....
그래요.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나 정말 실속 있는 놈이어요. 한번 봐 주세요. 내가 어떻게 좋은지.
모과의 효능 |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당분(과당)·칼슘·칼륨·철분·비타민C가 들어 있고, 타닌 성분이 있어 떫은맛이 나며 사과산·시트르산 등의 유기산이 들어 있어 신맛이 난다.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기능을 좋게 하므로 속이 울렁거릴 때나 설사할 때 먹으면 편안해진다. 신진대사를 좋게 하여 숙취를 풀어주고, 가래를 없애주어 한방에서는 감기나 기관지염·폐렴 등에 약으로 쓴다. 목 질환에도 효과적이나 소변의 양이 줄어듦으로 주의해야 한다.
차를 만들거나 술을 담가 먹는다. 차를 만들 때에는 2㎜ 두께로 얇게 썰어 말려두었다가 생강 1쪽과 함께 끓이거나, 살짝 삶아 꿀이나 설탕에 재었다가 뜨거운 물에 넣어 마신다. 술은 얇게 썰어 소주를 붓고 설탕을 넣어서 만든다. 그밖에 푹 삶아 꿀에 담가서 삭인 모과수, 삶아 으깬 다음 꿀과 물을 넣어 조린 모과정과 등을 만들어 먹는다. (두산 백과 사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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