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층 호텔방에서 내려다본, 송도국제도시 도시축전 전시장 모습과 높이높이 치솟는 우람한 건물. 송도는 갯벌을 메워 시멘트철근 높은 건물과 아파트숲으로 만드는 새도시입니다.
최종규
그래도 어제 저녁은 퍽 오랜만에 친형하고 함께 지냅니다. 목포에서 혼자 살며 일을 하는 형이 모처럼 인천마실을 하면서 형 동무들을 만난다고 하기에, 옆지기는 처가에 늦게 와도 되니까 형하고 어울리면서 하루를 묵고 오라 이야기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적 동무들을 만난 형 옆에서 서로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저녁 열한 시가 될 무렵 형이 졸립다고 해서 잠자리로 찾아갑니다. 우리 집으로 가자 하지만, 형 동무들이 예약해 둔 호텔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가기로 합니다. 예약한 호텔은 송도 국제도시에 있는 송도메트로호텔. 택시기사는 길을 잘 모르고, 네비게이션에는 호텔이 뜨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용케 찾아갑니다. 꽤 높은 호텔입니다. 둘레는 휑뎅그렁한 '공사판을 벌이는 벌판'입니다. 16층으로 올라갑니다. 도시축전을 한다는 전시장이 가까이에 내다 보입니다. 높은 데에서 내려다보아 그런지, 꼭 장난감 같고, 천막 몇 주섬주섬 쳐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살다 보니 호텔에서 잘 일이 다 있네. 태어나서 두 번째 호텔잠인가?' 하고 생각하며 깊이 잠듭니다. 며칠 못 이룬 잠이 한꺼번에 쏟아져 아주 달디답니다. 밤 사이 아기 기저귀를 가느라 깰 일 또한 없으니 아주 개운합니다. 아침을 호텔밥으로 먹은 뒤 형하고 택시를 타고 동인천으로 나옵니다. 형은 동무들을 다시 만나고 저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형 동무가 사는 송월동1가 골목집부터 천천히 걷기로 합니다. 시골로 갈 분들은 일찌감치 시골로 떠나서 조용할 법한 골목길이지만, 큰집으로 있는 골목집은 복닥복닥입니다. 외려 명절날 복닥복닥한 골목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날에는 골목집 사람들이 옛 고향 시골로 갔다면, 이제는 인천 골목집이 고향이 된 분이 퍽 많아, '인천에서 태어난 딸아들(1950∼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 들이 인천으로 돌아오겠구나 싶습니다. 1950년대나 이에 앞서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분(그러면서 골목집에서 내리 살아오신 분)은 인천이 고향이며 큰집일 테고, 모두들 다 자란 딸아들이 있거나 손주를 볼 나이가 되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