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힘' <세바퀴>, 아이돌 특집 눌렀다

2009 추석 특집 프로그램, 여전한 것과 달라진 것

등록 2009.10.05 09:16수정 2009.10.05 09:23
0
원고료로 응원
구관이 명관? 시청자 우롱하는 짜깁기? '재활용'이 대세!

명절 TV 프로그램의 재탕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올 추석에도 역시 지상파 3사는 '앙코르' '베스트' 등의 이름으로 짜깁기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KBS2의 <1박 2일 베스트> <해피투게더 베스트 오브 베스트>, MBC의 <세바퀴 종합선물세트> <다시 보고싶은 무릎팍도사> <무한도전이 뽑은 베스트 7>, SBS의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 <붕어빵 베스트> 등은 기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를 편집한 추석특집 프로그램이었다. KBS2의 <이승기의 이상형 월드컵> 역시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에 속해 있던 코너를 독립 편성한 것이다. 한편 MBC의 경우는 드라마 <선덕여왕>을 90분짜리 영화 2편으로 재편집하여 방송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선덕여왕 고정팬들의 지지를 확보하면서도, 드라마 중반 이후 새로운 시청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아예 편집도 하지 않은 채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재방송하는 경우도 많았다.  KBS1의 경우, 10월 3일에는 <나홀로 학교에> 10월 4일에는 <어떤 고향, 피화기>를 방영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작년 추석에 특집으로 방영된 바 있다. 또한 지상파 3사는 10월 4일 오후시간대(12시-5시)를 모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으로 편성했다. 반면 추석을 맞아 등장하던 파일럿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SBS 토크쇼 <강심장>과 <토끼열전>은 추석연휴 이후로 파일럿 방송이 미루어졌다.

a

10월 4일 편성표 (일부) 10월 4일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의 편성표. 붉은색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이 재방송이다. ⓒ 한국경제



케이블 TV 등을 통해 지상파 프로그램이 재방, 삼방까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추석특집 편성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는 어려웠다. 방송사도 나름 속사정은 있다. 연휴가 짧고 주말이 끼어서 기존의 주말예능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추석특집 프로그램을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지상파 3사 모두가 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작비도 넉넉하지 않다. 기존 프로그램의 고정팬들을 '안고 가는' 전략이 가장 진부하지만 가장 안전한 전략인 셈이다.

'식도락형' 프로그램 대신 한식 세계화로 눈길 돌려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한 가지가 먹을거리이다. 기존의 추석 음식 프로그램은 전통 음식을 소개하거나, 기존의 맛 프로그램을 짜깁기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추석에는 '한식 세계화'를 주제로 다룬 프로그램이 지상파 3사 모두에 편성되어 눈길을 끌었다.

a

KBS 떡볶이 세계화 프로젝트, MBC 스타미식기행 일본을 맛보다 지상파 3사는 한식 세계화를 주제로 한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 KBS, MBC


KBS1는 10월 3일과 4일 <떡볶이 세계화 프로젝트>를 방영했다. 정부가 한식 대표주자로 선정한 떡볶이의 다양한 요리법과 세계화 방안을 살펴보았다. KBS2는 10월 2일 <서바이벌 한식왕>을 방영했다. 외국인 출연자들이 한식 명인의 요리 비법을 전수받아 한식 재해석에 도전했다. MBC에서 10월 2일 방영한 <스타 미식기행 일본을 맛보다> 역시 단순한 일본 요리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음식의 세계화 비결을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10월 4일 방영된 SBS의 <추석 특집다큐 한식오딧세이>는 한식 명인들의 노하우와 함께, 건강식으로서의 한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각 방송사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한식 세계화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자체 제작한 것은, 최근 한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를 한식 세계화의 원년으로 선언하는 한편,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내년도 예산 240억을 편성해 놓은 상태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슬로 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도 한식 붐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이돌 천하 vs. 세대공감의 힘

"야, 쟤들이 이엔이일(2NE1)이냐?"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이미 구세대. 명절에 만나는 조카나 자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아이돌(idol) 관련 지식은 필수다. 올 추석 특집프로그램 역시 아이돌 그룹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MBC의 경우에는 <여성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 - 달콤한걸>을 방영하며 걸 그룹 강세를 반영했다. SBS의 <아이돌 빅쇼>, MBC의 <스타 댄스 대격돌 바꿔!> 역시 아이돌 그룹이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다.

a

SBS 아이돌 빅쇼와 MBC 세바퀴 서로 다른 전략으로 안방 시청자를 공략했던 두 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 SBS , MBC


반면 MBC <세바퀴>는 추석연휴 3일 내내 90분 편성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세바퀴>는 아이돌 스타가 아닌 중년 연예인들의 입담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10월 3일 방송된 <세바퀴>는 전국기준 16.0%의 시청률을 기록,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된 SBS <아이돌 빅쇼>는 8.8%로 예상보다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또한 <라디오 스타-Go Go 90s>를 통해 이현우, 윤상, 김현철, 룰라 등 90년대 가수들의 기존 출연분을 재편집해 방영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올해 초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최양락의 활약이 보여줬던 '왕의 귀환'을 떠올리게 한다. 청소년들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 매체로 이동하는 반면,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TV 앞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왕년의 스타들이 지지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청소년과 중장년층에게 두루 사랑을 받는 스타가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가수 이승기는 추석 연휴 3일 동안에만 KBS2 <강호동의 1박 2일> <쉘위댄스> <이승기의 이상형 월드컵>, SBS <아이돌 빅쇼>에 모습을 드러낸다. 청소년층에게는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를, 중장년층에게는 연기자로서 아들처럼 친근한 이미지를 모두 잡아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족들이 다함께 모이는 추석이니만큼 어느 세대가 보더라도 낯설지 않은 연예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추석특집 #TV #예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그래픽 디자이너 찾습니다... "기본소득당 공고 맞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