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한탄강댐' 밀어붙인 진짜 이유는?

[국감-정무위원회] 이진복 의원, 대외비 문서 등 공개... "특검 결과 축소 시도"

등록 2009.10.05 17:16수정 2009.10.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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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감사원의 한탄강댐 건설사업 특감 결과 축소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진복(부산 동래, 한나라당) 의원이 5일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국무조정실 대외비문건에 따르면, 당시 국무조정실은 "감사원의 한탄강댐 특감 결과 파장을 최소화하는 게 긴요하다"며 특감결과 공개수준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국무조정실과 청와대 등이 감사원의 특감 결과 공개수준 조절을 내부에서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특감결과 발표 내용이 정부측의 요구대로 축소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주민들이 '댐 백지화'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공개수준 조절하라"

감사원은 지난 2005년 1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한탄강댐 건설사업 특감을 벌였다. 이는 전해인 2004년 12월 국회 예결위원회의 감사청구에 따른 조치였다.

감사원의 특감 결과,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을 건설하기 위해 예상 홍수량을 조작했고, 경제성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탄강댐 건설의 대안인 제방건설비를 실제 비용인 5000억 원보다 3배 이상인 1조 8000억 원으로 부풀렸고, 연간 15일 홍수방지를 위해 1조 원 이상 투자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결론이었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으로 같은 해 5월 23일 특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데 특감 발표 전에 국무조정실은 '감사원의 한탄강댐 특감 결과 파장 최소화 긴요'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


국무조정실은 이 문건에서 "(감사원은) 제방축조, 홍수조절용댐, 다목적댐 건설시의 비용대비 효과를 정밀 재검증한 후 사업을 추진토록 권고할 방침"이라며 "특감 결과 공개시 반대단체에 힘을 실어줌은 물론 각종 국책사업 추진에 대한 불신요인으로 작용, 심각한 후유증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감사원 특감 결과 공개에 따른 후유증을 심각하게 우려한 국무조정실은 특감 결과를 공개하기 이전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보고 전 총리실 주관으로 건교부, 지속위 등 유관기관 회의를 통해 특감 결과 발표에 따른 부작용 예방책 강구'

'부작용 예방책'은 "철원군 반대주민들이 '사업 백지화'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최종결과 공개수준 결정"이었다. 이는 한탄강댐 건설 반대세력이 감사원의 특감 결과를 '사업백지화'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특감 결과 공개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특감 결과가 정부에 불리했던 셈이다.

 지난 2006년 7월 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한탄강 유역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탄강댐 강행하는 정부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2006년 7월 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한탄강 유역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탄강댐 강행하는 정부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도 감사원 특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2005년 5월 13일 작성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른 한탄강댐 후속조치 검토'라는 문건에서 "임진강 유역 치수대책의 연착륙 방안 마련"을 후속조치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목과 관련 이진복 의원은 "감사원 결과 발표로 인해 한탄강댐 건설이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댐건설 추진을 보류한 뒤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청와대는 "감사 결과는 건교부의 문제점 지적에 국한되게 관리"하라는 지시도 잊지 않았다. 이는 국무조정실에서 지시한 '공개수준 조절'과 같은 내용이다. 

이후 감사원은 5월 23일 "건교부가 사업비와 홍수량, 홍수조절효과를 과장해 댐건설 효과를 부풀렸다"며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댐건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반대측 "댐건설 백지화 선언해야"... 정부측 "감사원 특감결과 검증해야"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5년 6월 한탄강댐 관련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해 "감사원 특감에서 한탄강댐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한 만큼 건교부에서 댐 건설의 백지화를 선언하고 종합적, 항구적인 임진강 수해방지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한탄강댐 백지화 선언은 댐건설의 포기를 의미하므로 적절치 못하다"며 "국무조정실의 중립적인 전문가들에 의한 앞으로의 검증결과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감사원 특감 결과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국무조정실도 "감사원은 임진강 유역의 홍수량 및 한탄강댐 홍수조절효과 등이 과다 산정되었다고 지적했을 뿐,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평가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이후 국무조정실에는 '검증·평가실무위원회'가 꾸려졌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임진강 홍수대책특별위원회'(임진강특위)도 설치되었다. 하지만 정부가 댐건설 강행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특위에 참석한 내부 인사들 사이에서조차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김준곤 청와대 사회조정1비서관은 "실무위원들이 자꾸 발언 도중에 한탄강댐을 얘기하고 있다"며 "마치 재판장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원고를 승소하게 하기 위해서 어떤 증거를 채택할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상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서성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도 "지금 실무검증단에서 결론을 다 내려서 댐밖에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오늘 이 위원회를 열 필요가 없다"며 "결정을 하기 위해 오늘 위원회를 여는데 '이 방안밖에 없다'고 보고를 받으면 이 위원회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졸속 검증을 우려해 특위활동을 8.5개월(2007년 4월까지) 연장하자는 다수 의견도 있었지만, 2006년 5월 당시 한명숙 총리는 "(2006년) 8월까지 이 문제를 결론짓고자 한다"며 연장안을 일축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홍수조절용 한탄강댐 건설'은 최종 결정되었다.    

임진강 특위까지 설치하면서 댐건설 강행한 진짜 이유는?

그렇다면 왜 노무현 정부는 감사원의 "재검토" 특감 결과에도 한탄강댐 건설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것일까?

이와 관련, 그동안 한탄강댐 건설 반대활동을 벌여온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감사원이 국책사업에 대해 그 정도로 발표했으면 강행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특위를 만들어 한탄강댐을 부활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탄강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결심이 이미 서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특히 한탄강댐 건설과 관련 한 기업의 90억 원 비자금 조성 사건에 노무현 정부 실세 인사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당시 제기됐다"며 "내가 보기에 이미 당시 청와대는 한탄강댐과 관련, 객관적 위치에 서지 못할 사정이 있었던 같다"고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어 이 전 의원은 "검찰이 이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해 W기업의 사장 등을 구속했다"며 "하지만 관련자들이 입을 열지 않아 90억 원 비자금의 사용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상식과 원칙을 앞세운 사람인데도 유독 한탄강댐 건설에는 약했다"며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비자금 문제 등이 있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국감 #이진복 #한탄강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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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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