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터미널이제는 유스퀘어라는 이상한 이름이 되어버린 광주터미널
문병호
시간은 벌써 오후 1시. 우선 배를 채우기로 하고 식당들을 둘러본다. 식당을 찾으려고 둘러보니 이 추억의 터미널도 많이 변했다. 터미널 내로 길게 뻗어있던 매표소들은 무인매표기로 변했고 그 자리에는 전국 어디에나 있는 무슨무슨 체인점들이 들어차있다. 잠시 밖으로 나와서 보니 터미널 이름도 '무슨 스퀘어'로 변해있다. 무슨 스퀘어, 무슨 멀티플렉스, 무슨무슨 체인점…. 도시의 일상이 고속버스를 타고 쫓아온 듯해 숨이 막혀온다.
배고픔을 참고, 그냥 담양으로 빨리 탈출하기로 한다.
2. 인심 넉넉한 담양에 도착하다광주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40여 분을 달려 담양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앞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뼈다귀 해장국을 시킨다. 된장과 시래기로 맛을 내는 전라도식 뼈다귀 해장국을 기대했지만 그냥 붉은 국물의 해장국이 나온다. 아쉽게도 뼈다귀 해장국 맛은 전국이 거의 같아져 버렸다. 그래도 각종 나물이 포함된 밑반찬에 흐뭇해하며 한끼를 때운다.
평일 낮에 카메라와 렌즈를 잔뜩 메고온 청년이 관광객임을 눈치챈 주인아저씨의 질문과 고향 자랑이 이어진다. 계획했던 담양여행의 코스들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던 중 첫 번째 행선지가 죽녹원이라고 하자 바로 옆에서 식사하고 있던 손님이 그 근처에 사신다며 차를 타고 같이 가라고 하신다. 옆에서 식사하시던 손님도 흔쾌히 태워 줄테니 같이 가자고 하신다. 좀 걸을 계획이라 넉넉한 시골 인심만 고맙게 받고 정중히 사양했다.
3. 온통 푸르른 죽녹원에 가다식당을 나와, 주인 아저씨가 일러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인데, 때를 맞춰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태워주신다는 걸 거절한 게 잠시 후회도 되지만, 빗속을 걷는 여유도 싫지는 않다. 길을 잘못 들어서 조금 헤맸는데도 30여 분만에 죽녹원에 도착했다.
온통 대나무다. 비가 내리는 덕분에 푸른 대나무는 그 절정의 녹색을 뽐낸다. 비 덕분에 사람도 많지 않아 한적하고 여유로운 대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절경을 찍는데는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다. 찍으면 그림같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