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수공, 이틀 동안 부적절한 만남

[국감-국토위] 조정식 의원 "4대강 사업승인자와 시행자가 협작"

등록 2009.10.08 18:04수정 2009.10.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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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과 30일 이틀간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사무실에는 수공과 국토해양부, 그리고 4대강 공구별 용역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실시계획 신청서류'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제는 실시계획 '승인자'(국토해양부)와 '사업시행자'(지방청, 수공)가 함께 '실시계획서류'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조정식(경기 시흥을) 민주당 의원은 이를 "전대미문의 협작"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국토해양부가 실시계획 승인을 위한 협의 대상에서 기초자치단체를 배제해 '한국수자원공사법'(공사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정식 의원은 "수공과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 턴기 1차분의 착공일자를 10월 12일로 정해놓고 이를 맞추기 위해 기초단체 의견 수렴도 배제하고 사상 유례없는 불법 TF팀까지 만들어 실시계획 승인절차를 불법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수공, '합동'으로 서류 작성... 기초자치단체 의견수렴 배제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수공·지방청간 업무분담 및 행정처리 계획'이란 문서에 따르면, 실시계획 신청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합동근무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지난 1일 수공은 국토해양부에 실시계획 승인 요청을 했고, 내일(9일) 국토해양부가 승인을 내주면 12일부터 공사 착공(턴키 1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실시 계획은 사업시행자 신청서 작성→승인 요청→국토해양부 심의·보완·수정을 거쳐 승인을 받는다. 이렇게 실시 계획을 승인받는 데는 최소 1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운하 사업의 경우 33일이 걸렸다.

 

그런 점에서 내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실시계획이 승인받으면 9일 만의 승인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조정식 의원은 "4대강을 파헤치는 사업의 승인 여부를 단 9일 만에 결정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승인자와 사업시행자가 함께 실시계획 신청서류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이는 선생과 학생이 시험지를 함께 작성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조 의원은 "승인자인 국토해양부는 승인신청서가 접수되면 이를 관련법에 따라 심사하고 감독해야 한다"며 "그런데 사업시행자와 함께 합동팀을 만들어 실시계획 서류를 작성함으로써 사업승인자와 시행사가 '협작'을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실시계획 승인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협의를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제한해 한국수자원공사법(10조 3항)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9월 25일 수공과 산하 지방국토관리청 등에 보낸 공문('수공·지방청간 업무분담 및 행정처리 계획')에서 "지자체 협의는 광역시·도 단체장까지만 협의토록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공사법 제10조 3항은 "국토해양부장관 또는 환경부장관은 실시계획을 승인하려면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는 광역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장도 포함된다.

 

실제로 수공은 경인운하사업 실시계획 승인 요청과 관련 인천광역시뿐만 아니라 김포시와도 협의한 바 있다(지난 5월 29일). 수공 스스로도 "수공이 실시하는 경인운하 및 하천정비 등의 사업의 경우 하천관련 사업의 특성상 기초자치단체까지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MB식 밀어붙이기 행정...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내자"

 

조 의원은 "7일 밤 12시 현재까지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실시설계 승인 과정에서 기초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의견서가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4대강 사업은 실시계획 협의 절차를 생략하고 기초지자체 의견 수렴을 전면 배제한 졸속 승인"이라며 "지방자치권에 대한 부정이며 법도 절차도 무시하는 MB식 밀어붙이기 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조 의원은 "이렇게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을 지속시킬 수 없고 국회가 이를 용인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국토해양위 이름으로 오는 12일 예정된 착공에 대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고 제안했다.

 

한편 수공은 8조 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투자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수공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결정됐고, 투자 및 원리금 보장을 받았기 때문에 투자심사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의원은 "수공은 보장받은 '투자 및 원리금 보장 방안'이 무엇인지, 그러한 약속은 받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의 재원 보장방안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9.10.08 18:04ⓒ 2009 OhmyNews
#국정감사 #4대강 살리기 사업 #조정식 #한국수자원공사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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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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