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낡은 간판이지만 한 때는...
전용호
해안을 따라 걷는다. 오토바이가 따라온다. 나를 앞서가더니 배에서 멸치를 하역 작업하는 곳에 멈춰 선다. 철가방에서 여러 음식들을 바닥에 펼쳐놓는다. 배에서는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표정하다. 언젠가 활짝 웃는 날이 오겠지.
작은 방파제를 연달아 지나치더니 커다란 항구가 이어진다. 국동항(菊洞港)이다. 일명 어항단지.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어항이지 싶다. 조선 세종대왕 때 일본과 통상을 하기로 하면서 삼포(동래, 울산, 창원)를 개항했는데, 지정항 이외에 은밀히 항구역할을 수행할 곳으로 이곳 국포(菊浦)를 지정했다고 한다. 국포(菊浦)란 지명은 지형이 국화(菊花)모양으로 생겨서 유래되었다는데, 지금은 매립되어 옛날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여수의 대표음식. 구석구석 장어요리 집들이
수많은 어선들이 물양장에 줄지어 정박해 있다. 사이사이 빈 공간에서는 낚시를 즐긴다. 가까이 다가가니 물통에는 갑오징어가 먹물을 뒤집어 쓴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요즘 갑오징어가 많이 잡히나 보다.
잠수기 수협 앞 골목은 장어탕 골목이다. 여수하면 장어요리? 다양한 장어 요리가 있다. 가장 고전적인 탕에서부터 구이, 회까지. 이곳 장어탕 골목은 통장어를 끓여 나온다. 특히 굵은 장어를 적당한 크기로 넣어 시래기와 함께 끓여내는 장어탕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