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로 보는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가위 잔치

[한국어 교실 이야기 36] 송편도 만들고 한복도 입고 절하는 법도 배우고 윷놀이도 하고

등록 2009.10.09 15:59수정 2009.10.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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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일 토요일에 개최된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가위 잔치는 '한가위'가 무엇이고 어떤 풍습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비디오 상영으로 시작하였다. 비디오를 마친 후에는 학교에서 준비한 비빔밥과 각자 조금씩 가져온 음식들을 함께 나누었다. 직접 김치부침개를 즉석에서 구워주는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처음으로 접한 김치부침개는 아주 인기가 좋았다.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달달 무슨 달' 노래를 함께 배우기도 했다. 동요라서 그런지 아주 쉽게 잘 따라 불렀다. 노래를 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송편 만들기 대회를 시작하였다. 각 팀을 1인 2조로 하여 송편 반죽과 깨와 흑설탕을 섞은 속을 나눠주었다. 시범으로 송편 만드는 것을 시연하였는데 별로 어렵지 않은 듯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만두 모양으로 빚어 놓은 사람부터 속을 너무 많이 넣어서 깨가 밖으로 나온 것 등등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송편 만들 때 만두처럼 반죽을 넓게 펴면 속을 넣기가 힘들고 타원형의 그릇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 번 더 시범을 보여줬더니 그제서야 다들 송편 모양을 갖춘 것들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송편을 빚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꼭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어진 반죽의 양을 모두 송편으로 빚은 후에는 각 팀에서 나와서 자신들이 만든 송편에 대한 설명을 하였고 그 설명과 송편을 본 모든 사람들이 투표로 1등 팀을 결정하였는데, 함께 참석한 여자 친구가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고양이 모양 송편과 하트 모양을 만든 민욱씨와 유민씨 커플에게 1등의 영예가 주어졌다.

민욱씨는 아버지가 미국 사람이고 어머니가 한국 사람인 혼혈인으로 본교를 찾기 전에는 전혀 한국말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고 유민씨는 브라질 사람으로 민욱씨를 따라서 한국어 교실을 찾은 학생이다. 매 학기 수료식에서 두 사람은 꼭 대화식 발표를 완벽하게 하여 큰 박수를 받는 학생들인데 민욱씨의 경우에는 나중에 어머니를 깜짝 놀라게 해 드리겠다고 아직 한국어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송편대회가 끝난 후에 한복을 입고 절 하는 법을 배웠다. 사극의 영향인지 '큰 절'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본 기자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분들께서 기부해주신 한복들이 꽤 많이 모여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복을 입어볼 수 있었다. 다만, 사이즈가 큰 흑인 할머니는 저고리가 맞지 않아서 기자가 입고 있던 당의를 벗어주기도 했다. 조금 유행이 지난 한복들도 있었지만 외국인들이 우리의 한복을 입어볼 수 있다는 사실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입어서 그런지 촌스럽다는 느낌보다는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행사의 하일라이트로 윷놀이를 하였다. 쫓고 쫓기는 접전 끝에 주원씨와 지현씨 커플이 1등 상을 받아갔다. 윷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윷놀이의 유래와 게임 방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윷놀이를 시작했다. 1500년 전에 시작한 놀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윷의 모양이 신기한지 만져보기도 했다. 놀이가 진행되는 가운데 다섯 윷까지 나오는 등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다. 최후의 승자는 한국인 여자친구를 항상 '아름다운 여자 친구'라고 소개하는 미국 엔지니어 이주원씨 커플이 되었다.


함께 즐기고 모든 사람들이 돌아간 후에는 정리할 것도 많고 치워야 할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정말 즐겁고 보람있게 지낸 시간이었다. 오늘 함께 한 외국인들도 한국의 한가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어 #한가위 #어드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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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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