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의 비밀, 부재자투표에 무심한 침묵의 카르텔

등록 2009.10.12 10:12수정 2009.10.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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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이 글의 목적은 오는 10월 28일 재보궐선거의 부재자투표신고기간이 10월 9일~13일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부재자투표 신고기간에 대한 언론과 정당, 그리고 정부의 무관심

a  18대 총선 당시 어느 투표장.

18대 총선 당시 어느 투표장. ⓒ 권우성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 중 가장 쉬운 방법이자 핵이다.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는 것보다, 담벼락에 대고 욕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내가 가진 주권을 나의 생각, 나를 위한 정책을 펼칠 사람에게 투표함으로써 그 생각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투표가 '쉽지 않은 사람'도 있다. 바로 '부재자'다. 학업, 취업, 직장 등 일로 인해 해당 지역을 떠나있는 사람들은 투표하러 가기가 어렵다. 하여 생긴 제도가 '부재자투표'다.

대개 부재자투표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신청기간이 종료한 후 '총 00명 신청' 수준에 그치고 만다. 부재자투표신고일에 대한 안내는 단신으로 간략하게 지면 구석에 배치될 뿐, 그동안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정당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후보자의 인물, 공약 등을 알리기에 급급할 뿐, 부재자투표신고기간을 알리는 후보자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지역을 타겟으로 하는 온라인광고나 지인카드 작성에 목을 맨다. 정당 홈페이지에서 부재자투표신고기간임을 알리는 배너나 팝업광고, 뉴스레터를 받아본 일이 있는가?

선관위 홍보 역시 마찬가지다. '부재자'는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로서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사람(공직선거법 제37조)'를 말한다. 하지만 선관위의 부재자투표신고기간 홍보는 해당 지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치혐오주의'에서 '참여정치'로 변신한 미국


정치 : '우리네 범죄집단 중에서 보다 저급한 족속들이 즐기는 생계수단' 또는 '사리를 위해 공리를 운영하는 것'
정치인 : 조직사회라는 건물을 세울 토대가 되는 진흙 밭 속에 사는 뱀장어
국회의원 : 자신의 이익과 상충되지 않는 한도에서 자기 선거구 주민의 이익을 지키는 신사

미국 저널리스트 암브로스 비어스(Ambrose Bierce)가 펴낸 <악마의 사전>(1911년)의 단어풀이다. (조국, <성찰하는 진보>, 25면). 냉철한 풍자의식으로 정의된 단어를 보며 '정치혐오증'이나 '정치허무주의'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헌데 최근의 미국 정치는 1911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미국 대선 당시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영국 BBC 인터넷판, 2008년 10월).

106세 미국인 수녀가 56년만에 다시 투표에 참여했다. 주인공은 세실리아 고데트 수녀. 그는 1952년 대선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대한 지지표를 마지막으로 수녀원에 들어오면서 모든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 위해 56년만에 부재자 투표를 신청했다. 

세실리아 수녀는 오바마의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여전히 미 대선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속세를 떠난 수녀님의 관심을 미 대선으로 돌렸으며, 그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이끌었을까?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가장 큰 바람이 뭐냐?' 수녀님께 물었다.
수녀님의 답은? "평화"다.

일본 젊은이, 54년 집권정당을 심판하기 위해 '투표용지'를 들다

지난 8월 30일 제45회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480석 중 과반수(241석)을 크게 넘은 308석을 차지했다. 의석수보다 그 투표과정에 주목한다.

전체 유권자의 13.4%에 달하는 1398만 4866명이 부재자투표(기일전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이전 선거 때에 비해 1.56배나 증가했다(8월 30일, 일본 총무성). 투표율 역시 69.52%로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병립제도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실시된 5차례의 중의원 선거 가운데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다.

올해 8월 30일은 사상 최초로 일본 국민이 자기 손으로 정권을 갈아치우며, 역사를 새로 쓴 날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은 통계다. 이러한 높은 투표 참여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 젊은 층'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세계 경제위기로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층은 무능한 자민당을 심판하기 위한 수단으로 '투표용지'를 든 것이다.

한국 젊은 층은 왜 투표율이 낮을까?

일본 총선결과를 바라보는 한국 민주당의 시선은 희망 반, 답답함 반이다. 일본 민주당처럼 한국의 민주당 역시 다시 세력을 확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반,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 세력 부족으로 인한 답답함 반.

"당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일본 민주당의 집권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좌절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한화갑 고문)
"재보선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일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신기남 고문)

민족대명절인 한가위를 앞둔 9월 30일,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민주당 고문들의 말이다.

한국의 젊은 층은 왜 투표율이 낮을까? 한 대학생이 민생포장마차 사장으로 변신한 천정배 의원에게 질문의 형식을 빌어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이내창 열사 20주기 추모 천정배 의원 초청 강연회. 10월 7일)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정치인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고 그 원인은 정치인들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청년들의 투표 불참, 일종의 이유 있는 의사표시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실 생각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4선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민생포차' 사장이 되어 거리로 나온 천 의원의 변이다.

"민생포차에서 느낀 점이 정치와 유권자 사이에 일체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와 국민 사이에 공감이 전혀 없고 괴리감만 컸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왕도가 없습니다. 스스로 반성하고 스스로 쇄신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진정성으로 더욱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진실'이 답입니다."

10월 9일~13일은 10.28 재보궐선거 부재자투표 신청일

그렇다. 진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역시 '진실'이 답이다. 하지만 이명박 행정부의 최근 지지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는 '홍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MB의 친서민정책 체감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3%였다(헤럴드경제, 10월 5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홍보'는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10.28 재보궐선거의 의미는 '홍보'와 '진실'의 싸움이다. 시민들의 무기는 '투표'다. 이번 투표 결과는 10월말로 예정중인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선고결과는 물론, '4대강'을 비롯한 내년도 예산편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투표권 행사의 한 방법인 부재자투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제 그동안의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 낮은 투표율을 비판하는 언론, 낮은 투표율에 희비가 엇갈려온 정당은 물론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는 부재자투표신고기간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정당은 물론, 언론들의 자발적인 홍보를 기대한다.

10월 28일 재보궐선거 부재자투표신고 안내
이번 10.28 보궐선거의 부재자투표신고기간은 오늘(9일)부터 13일까지다. 신고대상은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자이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http://www.nec.go.kr/) '정보광장' 메뉴의 '선거자료' 게시판에서 부재자신고서식을 출력·기재해 13일 오후 6시까지 본인의 주민등록지 행정관청에 도착하도록 우편 발송하거나 방문해 접수하면 된다.
부재자 신고 접수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발송한 투표용지에 지워지지 않는 볼펜, 만년필 등으로 'ㆍ' 표를 한 후 이를 회송용 봉투에 넣고 봉함해 선거일인 28일 오후 8시까지 도착되도록 발송하면 된다.

#부재자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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