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정부 예산안 세외수입에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 5909억원이 포함돼 있다.
오마이뉴스
이명박 정부가 내년부터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왔던 '헐값 매각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 5909억 원을 2010년 예산의 세외수입으로 책정해 놓았고, 이채욱 인천공항 사장이 최근 "일단 지분 10% 정도를 국내 증시에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헐값 매각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인천공항의 지분 중 49%를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분매각은 2010년과 2011년 2년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 5909억 원은 '지분 10%'인가?헐값 매각 의혹은 2010년 예산안에 잡힌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과 이채욱 사장의 "10% 매각" 발언을 핵심 근거로 하고 있다.
2010년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교통시설 특별회계' 중 '공항계정'에 '유가증권 매각대금' 5909억 원을 포함시켰다. 이것이 세외수입으로 잡힌 인천공항 지분 매각 대금이다.
2010년도 세외수입은 올해 21조 5000억 원에서 내년 23조 3000억 원으로 8.2%로 늘어난다. 이러한 세외수입 증가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 대금(5909억 원)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도 "공기업 중에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매각이 계획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작성한 '국가중장기재정계획'(2008년~2012년)에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포함시킨 바 있다.
국가중장기재정계획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인천공항 지분의 49%를 2010년까지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을 세외수입으로 책정해 놓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세외수입으로 잡아놓은 매각대금의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공개하지 않은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의 일부가 2010년 예산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문제는 5909억 원이, 예정된 매각 지분 49% 중에서 얼마를 차지하는 금액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인천공항 주식가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와 직결된다. '헐값매각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인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인천공항 민영화'라는 특별임무를 부여받고 취임한 이채욱 사장의 최근 발언이 눈길을 끈다.
이 사장은 지난 9월 15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일단 지분 10% 정도를 국내 증시에 매각해 적정 주가를 살펴본 뒤 (민영화를)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현재로서는 구체적 지분매각 일정 등 민영화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지분 10% 정도를 국내 증시에 매각하겠다"는 발언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2010년 세외수입으로 잡아놓은 '5909억 원'이 지분 10%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5909억 원이 '지분 10%'에 해당한다면 정부가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49% 지분의 가치는 2조 8954억여 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낮다는 분석도 나왔다.
2조 90억 원에 49% 지분 매각?... 노조 "순자산가치의 77%에 불과"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배영식 의원(대구 남구 중구, 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총 24개 공공기관의 매각 예상액이 18조 8401억 원(2008년 말 기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분의 49%를 매각하는 인천공항의 매각 예상액은 2조 90억 원이었다.
기획재정부는 "매각 예상대금은 작년말 해당 공기업의 순자산 가치에 매각지분율을 곱해 단순 산출한 것"이라며 "향후 기업가치 평가결과, 상장추진 여부, 주가변동 등에 따라 상당 수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노조는 "이 금액은 인천공항의 자산가치를 장부가액으로 계산한 금액에 불과하다'며 "지분매각 대금을 감사보고서에 버젓이 명기된 공시지가보다 못한 가격으로 추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도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총 자산가치는 장부가액으로 8조 2100억 원이고, 보유토지의 공시지가를 반영한 금액은 11조 7867억 원이다.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가치는 장부가액으로 4조 1000억 원, 공시지가를 반영하면 7조 6768억 원이다.
노조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 49%의 지분을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2조 90억 원에 매각하려는 것은 단순한 헐값 차원을 넘어 매국행위"라고 성토했다.
또한 흔히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쓰이는 '주당 순자산가치'로 따져봐도 매각가격은 순자산가치의 77% 수준밖에 안되는 걸로 나온다.
2010년 세외수입으로 책정된 '5909억 원'이 '지분 10%'(7만 2357주)에 해당한다면, 인천공항 1주당 매각가격은 8166원이다(인천공항 주식 7235만 7000주). 하지만 2008년 말 공시지가를 반영하면, 인천공항의 1주당 순자산가치는 1만 610원이다.
매각가격이 순자산가치의 약 77%(76.96%)밖에 안되는 셈이다. 이는 인천공항 지분을 23%나 싸게 판다는 얘기다. 10%의 지분을 5909억 원에 판다면 인수자는 1767억여 원 싸게 지분을 인수하는 셈이다. 이것을 매각할 예정인 49% 지분에 적용하면 인수자는 무려 8662억여 원의 차익을 누리게 된다.
인천공항 노조 "정부 발표 매각 예상금액은 터무니없는 헐값"노조는 16일 "5909억 원이 10% 지분 매각가격이라면 이는 공시지가 대비 77%에 불과한 터무니없는 헐값"이라며 "인천공항의 미래가치를 추산해본다면 지금까지 정부에서 발표한 매각예상금액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헐값인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항이용료 동결과 착륙료 인하 등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일부러 수익률을 낮춰놓은 상태에서 헐값으로 민간에 팔아버린 후 공항이용료 등 각종 요금을 대폭 인상하면 지분매입자들은 그동안 인천공항과 정부에서 국민 몫으로 남겨뒀던 초과이득을 손쉽게 챙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조는 "정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보지도 않고 알짜배기 국민자산을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해외자본과 민간시장에다 팔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용규 노조위원장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10년부터 2035년까지 정부가 가져갈 돈이 무려 37조 원"이라며 "인천공항 지분 매각은, 하루에 황금알을 한 개씩 낳고 있는데 황금알을 두 개 받고 팔아버리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은 지난 2월 '매킨지 인코퍼레이트디'에 의뢰한 지분매각용역(30억 원)을 지난 9월 초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10월 말로 연기했다. 결국 19일 인천공항 국정감사는 용역결과도 제출하지 않은 채 열리게 됐다.
노조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이 용역 결과도 보지 못한 채 인천공항 국정감사를 해야 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동북아 허브공항을 꿈꾸는 인천공항의 미래가 염려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채욱 사장 "외국자본이 인천공항 발전에 상당한 도움"한편 이채욱 사장은 지난 9월 9일 새얼문화재단의 '아침대화' 강연에서 "인천공항의 민영화는 외국기업의 투기자본 대상이 아닌 투자자본이어야 한다"며 "외국의 건전한 투자 자본은 인천공항의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매각 지분 49% 중 15%를 '전략적 매각 지분'으로 규정해 이를 '공항운영전문기업'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운 터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펀드인 맥쿼리그룹의 인천공항 지분 인수 가능성에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 대상에 맥쿼리그룹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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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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