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하라고 장소까지 지정해주고선 강제 철거"

전교조 경남지부, '시국교사 징계 반대 천막농성장 강제철거' 항의 계속

등록 2009.10.19 21:05수정 2009.10.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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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이 천막농성 하라고 장소까지 지정해 주고 주차해 놓았던 차량까지 치워주고서는 국정감사 온다고, 그것도 강제로 철거할 수 있나."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뿔이 잔뜩 났다. 진 지부장은 19일 오후 5시20분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부당징계 철회 농성장 강제 침탈 규탄대회'에서 권정호 교육감과 정동훈 부교육감을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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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지난 15일 오후 도교육청이 천막농성장을 강제철거한 것에 항의하며 관련 사진을 들고 도교육청 현관 앞에 서 있다. ⓒ 윤성효


도교육청은 시국선언과 관련해 4명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는데 징계절차를 진행해 전교조가 더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지부는 지난 7일 도교육청 마당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으며, 도교육청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오후 1시경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이후 전교조 지부는 도교육청 현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8일 징계 대상자 4명이 출석하지 않자 20일 2차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천막을 강제철거한 것을 규탄하면 전교조 지부 소속 조합원 100여명이 이날 집회를 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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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남지부는 19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부당징계 철회 농성장 강제 침탈 규탄대회’를 연 뒤 도교육청 현관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 윤성효

진선식 지부장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말을 해야겠다"면서 천막농성에 들어가게 된 과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교사 생활 중에 지난 15일만큼 치욕스러운 날이 없었다"면서 "4명의 간부들이 천막 안에 있는데 무려 50여명이 되는 도교육청 직원들이 와서 천막을 강제철거했고, 그 과정에서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로 있다가 도교육청 직원한테 당하기는 처음이다. 절규하는데도 천막을 뜯는 이유 거창했으면 좋겠다"면서 "천막을 설치하기 전 권정호 교육감을 만나 천막농성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권정호 교육감은 대학 총장(진주교대)일 때 학생들이 농성한다고 해서 총장실도 내어준 적이 있다고 했다. 도교육청 바깥에 천막을 치면 경찰이 무어라 할 것이고 도교육청 안에 치기로 했는데, 교육감은 교육청 마당에 주차해 놓았던 차량을 치우라고 지시까지 했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지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교육감처럼 할 수는 없지만, 광주와 전남, 전북교육청에서 하는 것을 보고 하겠다고 했다. 그 3곳은 재판이 끝난 뒤에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그런 말을 하기에 다른 교육감보다 그래도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했던 교육감이 천막을 강제 철거하도록 한 것이다."

진선식 지부장은 "천막은 도교육청 현관 아래에서도 옆으로 비켜나 있기에 국회의원들이 오더라도 얼마든지 보이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면서 "도교육청은 천막을 철거하면서 더 낭패를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늘 도교육청에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더니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참석했다고 하더라"면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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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남지부는 19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부당징계 철회 농성장 강제 침탈 규탄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16일 도교육청 현관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하루 전날 천막을 철거한 것에 대해 항의를 했는데, 교육감이 국회의원들을 영접하기 위해 현관에 나와 있었다"면서 "한 조합원이 '교육감은 각성하라'고 했더니 교육감은 '말 놓아라'고 대답하더라"고 말했다.

김 수석부본부장은 "각성하라고 요구하는데 '말 놓아라'는 게 교육자가 할 말이냐. 그런 말을 들으니 교육에 대한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면서 "천막이 불법이라면 경찰에 요청해서 절차를 밟아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요즘 국회의원 재선거 때문에 양산에 있다가 뉴스를 보고 천막이 철거된 줄 알았다"면서 "이번 징계 요청을 보니 경남도교육청에도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 있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인 그는 "저도 공무원을 해봐서 알지만, 공무원들이 음주운전하다 걸리면 재판이 끝나야 징계절차를 밟는다고 하는데, 교사들에 대해 어떻게 재판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징계부터 할 수 있나"라며 "쓸개가 없고 양심이 없는 공무원 때문에 이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경우 전교조 진주중등지회장은 "시국선언 교사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고 이를 항의하는 천막을 강제철거했다는 소식에 조합원들은 분노하고 있다"면서 "지금 교육 당국은 전교조 전임자와 현장 교사를 분리하려는 의도로 전임자에 대해 징계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교사들은 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집회를 연 뒤 50m 정도 떨어져 있는 도교육청 현관 앞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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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남지부는 조합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부당징계 철회 농성장 강제 침탈 규탄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시국선언 교사 #경남도교육청 #국정감사 #전교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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