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돌담길 따라 산에 오르다

경남 마산시 무학산 산행

등록 2009.10.23 10:01수정 2009.10.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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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마음에 가벼운 날개를 달고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든 떠나고 싶은 가을이다. 까만 그리움처럼 내 마음 한 자락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산에도 놀러 가고 싶고, 소박한 콘서트에 가서 가을의 낭만에도 푹 젖어 있고 싶다.

지난 17일 토요일, 나는 직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혼자서 무학산(761.4m, 경남 마산시)을 찾았다. 신라 시대에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 멀리서 이 산을 바라보며 마치 학이 춤추는 모습 같다 하여 춤출 '무(舞)', 학 '학(鶴)'이라 이름 붙였다고 전해지는 산이다.


정겨운 돌담과 예쁜 그림이 어우러진 골목길

마산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무학산은 마산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산이기도 하다. 무학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인데, 나는 대곡산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무학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로 산행하기로 마음먹고 오후 1시 30분께 만날공원에 도착했다. 내가 대곡산 코스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만날공원에 이르는 정겨운 돌담 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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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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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옥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의 애틋한 만남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만날고개에 말끔한 공원이 조성된다고 했을 때 행여 돌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은근히 걱정을 했다. 그런데 돌담을 그대로 살리면서 다른 밋밋한 벽면에는 그림을 예쁘게 그려 놓아 정겨움과 산뜻함이 어우러진 골목길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더욱이 대곡산 코스는 무학산 정상까지 파란 바다가 계속 따라다녀서 좋다. 조망이 탁 트인 곳뿐만 아니라 여름 내내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 또한 산행을 즐겁게 한다. 정말이지, 산행을 하면서 파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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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산 정상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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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산 정상에 있는 '대곡청송(大谷靑松)'   ⓒ 김연옥


서원곡 코스에 비할 순 없지만 대곡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또한 꽤 가파르다. 대곡산 정상(516m)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20분께. 대곡산을 상징하는 듯 대곡청송(大谷靑松)으로 불리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변함없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곳에서 무학산 정상까지 거리는 2.6km. 나는 쉬지 않고 곧장 무학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학산은 연분홍 진달래꽃들이 피어나는 봄이면 산객들의 사랑을 더욱 많이 받는다. 그러나 계절마다 아름다운 색깔과 특유의 향기가 배어 있는 곳이 산이다. 무엇보다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마산 앞바다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마창대교를 뒤로하고 두둥실 떠 있는 돝섬의 풍경 또한 참 예쁘다.

무학산 산행은 현실과 동떨어진 달콤한 꿈처럼,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하는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내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그 작은 돝섬의 앙증맞은 모습을 몇 번이고 볼 수 있어서 좋다. 군데군데 약수터가 있다는 것도 무학산 산행의 장점이다. 대곡산 코스도 대곡약수터와 해발 621m에 위치한 안개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들이킬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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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761.4m) 정상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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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등산객들. 예쁜 돝섬이 아스라이 보인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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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옥


완월폭포 갈림길과 학봉 갈림길을 지나 오후 3시 30분께 무학산 정상에 이르렀다. 과연 정상 표지석에 기(氣)가 흐르고 있을까. 괜스레 두 팔을 벌려 표지석을 한번 안아 보고 이내 태극기가 펄럭이는 무학산 정상에서 하산을 서둘렀다. 만날공원 입구에 있는 '만날재 옛날손짜장' 집에 들러 맛있는 짬뽕을 사 먹은 뒤 월영마을 공원에서 열리는 마산가고파색소폰 동호회(회장 김화수)의 정기연주회를 보러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물 듬뿍 든 짬뽕에 색소폰 연주회까지

만날공원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4시 40분께. '만날재 옛날손짜장' 집에 들어가 홍합, 조개, 새우 등 신선한 해물이 듬뿍 든 짬뽕으로 나는 먹는 즐거움에 빠졌다. 산행을 마치고 뜨끈한 짬뽕 국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물이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면서 맑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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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맛이 기막힙니다 ~   ⓒ 김연옥


나는 음식점에서 나와 서둘러 월영마을 공원으로 향했다.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다니는 도로에 면하여 있는 공원이라 나는 이 공간을 '도심에서 꿈꾸는 자연'이라 부른다. 공원은 언제나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만의 공간이지 않는가. 느긋함, 한가로움, 그리고 튼튼한 일상을 위한 가벼운 운동과 유쾌한 놀이가 있어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공원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의 감미로운 소리에 나는 가을을 몸으로 느꼈다. 조금은 쓸쓸하게, 그리고 몹시 아름답게. 그렇게 가을 저녁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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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의 아름다운 음률을 선사하는 마산가고파색소폰 동호회(회장 김화수) 회원들.   ⓒ 김연옥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마산 I.C.→산복도로 →만날고개→대곡산→무학산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서마산 I.C.→산복도로 →만날고개→대곡산→무학산
#마산무학산 #돌담 #색소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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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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