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고 좁은 고시원 통로. 그 끝의 희망을 잡기 위해 사는 이들이 있다.
나영준
'고시원'이란 단어에서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소득 혹은 소외계층, 나 홀로 족, 일용직 근로자들…. 그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간 우리 사회에 고시원이 자리 잡은 이미지에는 다소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탁 트인 실내와 반짝반짝한 개인용 욕실, 고사양 컴퓨터로 무장된 이른바 원룸형 고시원들이 속속 등장, 일부 고시원이 보여줬던 '쪽방' 개념에서 탈피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아지긴 해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을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다. 여전히 고시원을 이용하는 이들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25만 원 내외면 방과 전기, 수도, 난방 등이 해결되고, 때로는 밥과 김치 정도지만 어느 정도 굶주림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직장에서 밀려나고, 집에서 버림받은 이들이 쉽게 찾아드는 곳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 사람이 간신히 몸을 누일 공간. 어슷비슷한 방들이 줄지어 놓여 있는 길고 좁은 복도. 과연 그 좁은 길을 지나면 다시 희망의 끈을 붙잡을 수 있을까. 아니 그마저도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이들은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할까.
갈 곳 없는 이들에게 무료인 고시원이 있다고?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에 위치한 '금촌 고시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눈에도 깨끗이 정리 된 실내가 펼쳐진다. 운영자의 마음가짐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고시원 다른 어느 곳과도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갈 곳 없는 이들에게 '무료'로 방을 내어준다는 것.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부 할인'도 아닌 무료라니? 혹시 이곳, '쉼터' 등의 사회단체가 아닐까. 하지만 아니다. 어디까지나 엄연히 고시원이란 간판을 단 사업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식의 운영이 가능할까.
"살다보니 세상에는 문제가 있는 분들이 많더군요. 가출 청소년, 가정불화로 한밤에 쫓겨난 주부들, 긴 수형생활을 마치고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디딘 분들…."
그 해답은 쾌활한 목소리의 오윤환(57) 원장에게서 읽을 수 있었다. 지난 2002년부터 고시원을 운영해 왔다는 오 원장은 당장 밤이슬을 피할 곳도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냐고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