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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영어 배우고 싶은데 학원 다녀도 돼요?'
'이 자식이, 지난번에도 영어학습기로 공부한다고 해서 사줬는데 며칠만에 포기했잖아.'
6학년 아들의 말에 아내보다 내가 앞서서 내뱉은 말에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말았다. 술 한잔 걸친 탓에 생각 없이 말을 해버린 것이다.
다음날, 아침 밥상에서 지난밤 일이 마음에 걸려서 아들에게 영어학원을 알아보자며 살갑게 말을 건네면서 왜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영어 잘하면 좋잖아, 해외(배낭)여행도 다녀보라고 했으니 영어를 배워야 하잖아.'
하지만, 진짜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은것 같다. 그동안 영어숙제를 몇 번 같이 해준 적이 있었는데, 영어로 발표하는 숙제 같은 경우에는 발음과 해석을 우리말로 적기도 했다.
언젠가, 가정통신문에 영어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니 신경 좀 써달라며 담임선생님이 이에 대한 답신을 요청했었다. 요즘 초등학교 영어수준이 높은 것 같다. 잘 못하더라도 널리 양해 바라며 잘 지도해 달라는 취지의 답신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일로 마음이 편치 않아서 학원은 절대 다니지 않겠다는 아들에게 30만 원이 넘는 영어학습기를 사준 적이 있었는데, 며칠간 만지작 거리더니 못하겠다고 해서 중학교에 다니면 다시 해보라며 상자에 넣어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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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학습기는 며칠만에 흥미를 잃어버렸고,이제는 학원을 다니겠다고 한다. ⓒ 오창균
▲ 영어학습기는 며칠만에 흥미를 잃어버렸고,이제는 학원을 다니겠다고 한다.
ⓒ 오창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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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끝난 일제고사 시험에 대비해서 등교시간이 앞당겨지고 매일같이 시험공부와
연습시험을 보느라 아들이 많이 지쳐 보였다. 일제고사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 때문인지
얼굴에는 좁쌀만한 뾰루지들이 생겼다. 피부과 병원에서는 염증이라며 처방을 해주고
며칠 두고 보자고 했는데, 뾰루지는 일제고사가 끝나면서 자취를 싹 감춘 것으로 봐서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어제, 아들과 동네를 걸으면서 영어학원을 찾아보았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집 근처에만 두 곳의 영어학원이 있었다. 가까운 곳에 다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학습과정을 알아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아들은 지난 일제고사 때 한 이야기를 또 꺼냈다.
'아빠, 저번 시험 때 얼굴에 뭐가 나서 선생님이 병원에 가보라고 했잖아,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내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 있느냐고 그러는 거야. 진짜 스트레스 받았는데...'
선생님이 한 말의 의미는 뭘까. 공부도 못하면서 무슨 스트레스냐 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는 것은 오해일까. 영어학원이 아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는 있을까.
2009.10.28 14:5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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