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남북간에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여야 간사인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 브리핑에서 "원세훈 원장은 '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원 원장은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접촉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계속된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없다",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원장은 "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하느냐"는 데 대해서는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부인하지 않는 것을 통해, 사실상 남북한 사이에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지난 22일 '남북, 싱가포르 접촉'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익명으로 "현재로선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 문제가 사실이라 해도 극소수만 아는 문제다"고 말해 사실상 시인했다.
이에 대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각각 "아는 바 없다"와 "신문 보고 알았다"고 답했으나, 결국 정보책임자인 원세훈 국정원장이 국정감사라는 공식석상에서 이를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측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남측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
또, 원 원장은 "현재 남북간에 대화는 하고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화는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영선 의원은 "오늘 전체적인 원 원장의 답변을 보면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그가 말한 '대화'는 수해방지실문회담이나 적십자접촉과는 다른 대화로 이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원장이 "왜 남북접촉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하느냐"는 질문에 "상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점에서, 이후 접촉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 원장은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남북한 문제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발언 중에 '어디서든'이라는 말이 없다는 것은, 3차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그 장소가 평양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쌀에 비해 군량미 전환이 어려운 옥수수가 북한 지원에 적합"
원 원장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은 필요하다"며 "특히 북한의 어려운 주민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려면 군량미 전환이 힘든 옥수수 정도를 지원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옥수수는 군량미 전환이 불가능한 것이냐"는 질문에 "보관기간이 짧기 때문에 쌀에 비해 군량미 전환이 힘들다"고 답했다.
북측의 인도적 지원 요청에 대해, 정부가 '옥수수 1만톤'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핵문제 진전이 없을 경우, 정부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대규모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국정원 1급의 50%가 영남출신자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이날 국감에서는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 국정원의 국정현안 개입문제와 패킷감청, 지역편중 인사 등이 논란이 됐다.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 때 우리 정부가 북한에 압록강 대교를 지어주겠다고 제안했고, 중국이 도와주도록 하겠다고 오퍼를 내기도 했지만 당시 북한은 이를 거부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중국에 건설을 요청한 것을 보면 양쪽의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고, 경계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박원순 변호사 사찰 15건, 4대강 문제 개입, '쌀값 관련 농민단체 동향 및 대응방안' 등 국정원의 국정현안 개입에 대한 11가지 사례를 지적했다. 이에 국정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해외 강 사례를 입수해서 국토해양부에 넘겼다"고 답했으나,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부인하거나 답변하지 않았다.
인사편중 문제도 제기됐다. 박지원 의원은 10월 20일 5급 이상 일반직기준으로, 영남출신자가 1급 50%. 2급 34.4%, 3급 44.5%, 4급 39.1%, 5급 37.0%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실은 국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원 원장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와준 국정원 내 109인회에 대해 물었으나, 국정원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패킷감청'에 대한 문제도 제기돼, 원세훈 원장이 의원들과 함께 국정원 내 패킷감청 시설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2009.10.29 16:3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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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장 "남북 예비접촉 확인해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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