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이콜 아저씨의 정체는?

서아프리카 가나, 교육원조사업 이야기 12

등록 2009.10.31 18:42수정 2009.10.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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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무슨 시험, 그런 거 없어요!"

"시험보고 들어온다니까요!"

"면접시험 정도겠지 무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비정교사로 임명되는 과정에 어떤 시험을 치르는지 물어보는 바람에, 정규 교육대학을 졸업한 현지 사업관리자(local project manager)와 판테아크와 군 비정교사 대표 간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MOU 체결을 위해 아소코레 교육대학으로 가는 중이었다.

 

a 학생 대표와 현지 PM 판테아크와 군 비정교사 대표와 함께 교육대학으로 가는 중입니다.

학생 대표와 현지 PM 판테아크와 군 비정교사 대표와 함께 교육대학으로 가는 중입니다. ⓒ 차동자

▲ 학생 대표와 현지 PM 판테아크와 군 비정교사 대표와 함께 교육대학으로 가는 중입니다. ⓒ 차동자
a 이 '마이콜 아저씨'의 정체는? 콰후노우쓰 군 비정교사 대표입니다.

이 '마이콜 아저씨'의 정체는? 콰후노우쓰 군 비정교사 대표입니다. ⓒ 차동자

▲ 이 '마이콜 아저씨'의 정체는? 콰후노우쓰 군 비정교사 대표입니다. ⓒ 차동자

 

가나에서 교사가 되는 과정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정교사가 되려면 3년제 교육대학(college of education)을 졸업해야 한다.

 

가나 정부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을 교육으로 간주하여 기초교육(유치원, 초등, 중등 과정) 등록률 100% 확보를 위해 외딴 시골 구석구석에까지 기초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뭐 딱히 번듯한 학교시설을 건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이 흙벽으로 지은 학교나 심지어 나무 밑에서 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 위원회와 교사위원회를 갖춘 정식 학교가 꽤나 깊숙이 자리한 시골마을에까지 들어서 있다.

 

늘어나는 학교와 학생수를 감당하기에는 정규 교육대학을 졸업한 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여,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비정교사를 선발하여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선발된 비정교사들이 교사로서의 훈련과정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수업의 질이 낮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정교사들은 월급이나 정년보장 등 여러 가지 대우 면에 있어서도 정교사들과 달라 미묘한 차별의 문제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나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교사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정교사로 양성하는 특별과정을 개설했다. 공식명칭으로는 '기초교육기관 비정교사 대상 학위수여 과정(Untrained Teachers Diploma in Basic Education)이다.

 

a 아소코레 교육대학 교정 판테아크와 군 비정교사 179명이 여기서 정교사로 양성되는 훈련을 받습니다.

아소코레 교육대학 교정 판테아크와 군 비정교사 179명이 여기서 정교사로 양성되는 훈련을 받습니다. ⓒ 차동자

▲ 아소코레 교육대학 교정 판테아크와 군 비정교사 179명이 여기서 정교사로 양성되는 훈련을 받습니다. ⓒ 차동자

a 정겨운 모습 아소코레 교육대학 내 조형물입니다.

정겨운 모습 아소코레 교육대학 내 조형물입니다. ⓒ 차동자

▲ 정겨운 모습 아소코레 교육대학 내 조형물입니다. ⓒ 차동자

 

총 4년이 소요되는 이 특별과정은 방학 중에 실시하는 것이라, 교사들이 수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고 졸업 후 정교사로서의 자격과 그에 따른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발한 프로그램이다. 참, 가나에는 방학이 세 번 있다. 4월 경 부활절 방학이 3주, 8월 경에 우리나라에서는 여름방학이라 할 수 있는 장기방학(long term vacation)이 4주, 그리고 12월 크리스마스 방학이 3주로 총 연간 10주간 방학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는 동안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명목상 이 프로그램의 수업료는 전액 국비지원이다. 하지만 자세한 내역을 들여다보면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우선 전 과정에 필요한 각종 교과서들을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기숙사비와 식비, 거기다가 위생비며 전산장비 사용료라는 이상한 명칭의 비용까지 있다. 그리고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시험을 치르는데 이에 따른 응시료를 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다 합하면, 대략 4주 과정 기준으로 130세디(12-13만원)가 소요된다. 교사들의 월급(100~120세디)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거기다 교육대학이 마을에서 두어 시간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먼 거리에 있으니 오가는 데에 드는 교통비도 만만치가 않다.

 

결국 이 모든 과정에 들어가는 별도 비용이 수업료 전액 무료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교사들이 이 과정을 마치고 정교사가 되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혜택이 뒤따르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친 교사들의 경우 수업의 수준도 높아지게 되니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시골지역의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그 혜택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어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인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KOICA 월드비전 협력사업으로, 우선 2009년 8월 여름방학 기간 중에 판테아크와 군과 콰후노우쓰 군 비정교사들이 이 과정에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처음 계획으로는 두 지역 전체 비정교사들 중 90명을 선발하여 이들이 교육을 마칠 때까지 집중적으로 지원하려고 했으나, 선발과정에서 수혜교사와 비수혜교사들 간에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을 우려가 있어 1인당 지원금액을 낮추는 대신 비정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균등하게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a 콰후노우쓰 군 비정교사 아베티피 교육대학을 통해 비정교사 447명의 훈련을 지원합니다.

콰후노우쓰 군 비정교사 아베티피 교육대학을 통해 비정교사 447명의 훈련을 지원합니다. ⓒ 차동자

▲ 콰후노우쓰 군 비정교사 아베티피 교육대학을 통해 비정교사 447명의 훈련을 지원합니다. ⓒ 차동자

 

우선,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하는 것이다. 지역교육청과 교육대학이 해당 교육과정을 책임을 지고 철저히 실시하고 또한 비정교사들이 졸업 후 도시로 떠나지 않고 시골에서 계속 사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 인삼차 증정 판테아크와 교육청장과 MOU 문안을 다듬고 가져간 인삼차를 선물했습니다.

인삼차 증정 판테아크와 교육청장과 MOU 문안을 다듬고 가져간 인삼차를 선물했습니다. ⓒ 차동자

▲ 인삼차 증정 판테아크와 교육청장과 MOU 문안을 다듬고 가져간 인삼차를 선물했습니다. ⓒ 차동자
 

 

판테아크와 군 교육청장을 만나 MOU 문안을 다듬었다. 교육청장은 비정교사 대표를 소개해주었고 우리는 인사를 마친 후 바로 교육대학으로 향했다.

 

판테아크와 군의 비정교사들은 동부지역 수도인 코포리두아에 있는 아소코레(지명) 교육대학에서 본 과정을 진행한다. 트로트로를 타고 가면 약 1시간 반 가량 소요되는데, 보통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주말에만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간다. 물론 아주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와서 기숙사에서 키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a 기숙사 아베티피 교육대학의 남자 교사 기숙사의 모습입니다. 한 방에 16명이 거주합니다.

기숙사 아베티피 교육대학의 남자 교사 기숙사의 모습입니다. 한 방에 16명이 거주합니다. ⓒ 차동자

▲ 기숙사 아베티피 교육대학의 남자 교사 기숙사의 모습입니다. 한 방에 16명이 거주합니다. ⓒ 차동자

 

콰후노우쓰 군의 비정교사들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와서 아베티피(지명) 교육대학에서 본 과정을 진행하며 역시 마찬가지로 기숙사 생활을 한다. 배를 타는 데까지 1시간, 배 위에서 30분 그리고 다시 학교까지 한 시간 가량 소요된다.

 

아소코레 교육대학에서 두 학교의 총장을 동시에 면담하고 MOU 체결을 완료했다. 우리는 두 학교에서 4년 과정으로 등록한 두 지역의 비정교사 626여명을 지원하기로 하고, 교육대학과 교육청장은 교육 전후의 관리감독에 따르는 구체적인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a MOU 체결 중 아베티피 교육대학 총장이 MOU에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

MOU 체결 중 아베티피 교육대학 총장이 MOU에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 ⓒ 차동자

▲ MOU 체결 중 아베티피 교육대학 총장이 MOU에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 ⓒ 차동자
a MOU 체결 직후 왼쪽에서 둘째와 셋째가 두 교육대학의 총장입니다. 맨 우측은 3개월간 활동 중인 인턴입니다.

MOU 체결 직후 왼쪽에서 둘째와 셋째가 두 교육대학의 총장입니다. 맨 우측은 3개월간 활동 중인 인턴입니다. ⓒ 차동자

▲ MOU 체결 직후 왼쪽에서 둘째와 셋째가 두 교육대학의 총장입니다. 맨 우측은 3개월간 활동 중인 인턴입니다. ⓒ 차동자

 

전체 비정교사들이 강당에 모였다. 교사대표의 인사가 있은 후 본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나 동부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학교 건축사업, 학습교보재 지원사업, 교사양성사업, 학교기자재 지원사업 그리고 가나 정부의 매칭펀드 사업을 하나 하나 설명하였다.

 

70-80년대 한국 시골의 모습을 이야기해주며, 가나의 미래는 바로 '선생님'들에게 달려 있다고 이야기하는 동안 강당 안의 교사들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a KOICA 교육사업 설명회 아소코레 교육대학에서 167명의 비정교사를 대상으로 KOICA 교육사업 설명회를 진행하였습니다.

KOICA 교육사업 설명회 아소코레 교육대학에서 167명의 비정교사를 대상으로 KOICA 교육사업 설명회를 진행하였습니다. ⓒ 차동자

▲ KOICA 교육사업 설명회 아소코레 교육대학에서 167명의 비정교사를 대상으로 KOICA 교육사업 설명회를 진행하였습니다. ⓒ 차동자
a 학생면담 아소코레 교육대학에서 사업설명회를 마치고 학생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학생면담 아소코레 교육대학에서 사업설명회를 마치고 학생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 차동자

▲ 학생면담 아소코레 교육대학에서 사업설명회를 마치고 학생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 차동자

2009.10.31 18:42ⓒ 2009 OhmyNews
#가나 #비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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