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현 회장의 DNA가 녹아있는 '나미나라' 이야기

[서평] 강우현의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등록 2009.11.01 19:13수정 2009.11.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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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강우현 지음. 나미북스 ⓒ 윤석관

▲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강우현 지음. 나미북스 ⓒ 윤석관

"투자할 돈이 없기도 했지만 꼭 돈을 들여야만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이 있어도 시설을 늘리지 않았을 것이다. 관광은 '기분'을 파는 것이지 시설을 파는 게 아니잖아."

 

그의 말처럼 돈은 없었다. 남이섬이라는 공간만 주어졌을 뿐……. 유원지를 관광지로 변신시키겠다는 일념 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남이섬에 쏟아 부었다. 그 중에는 10년의 시간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돈이 필요하기도 했고, 돈을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녀보기도 했지만 쓰레기를 '쓸 애기'로 바꾸겠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바라보자 남이섬에 널브러져 있는 모든 것은 어느새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고 있는 탁월한 도구들로 바뀌어 있었다.

 

"남이섬에 올 때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세요. 머릿속의 지식도, 체면도 모두 버리고 상상력만 갖고 오세요. 생각 없이 와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세요. '~하지 마세요'란 말로 제한을 두지 않는 곳이 남이섬이랍니다."

 

그는 상상력만 가지고 오라고 한다. 혹여나 놀이동산과 같이 자본이 만들어놓은 거대하고 화려한 시설물을 기대했다면 한참 잘못 찾아오신 것이라 미리 경고한다. 그는 남이섬의 모든 것이 자연이며, 자유라고 한다. '무법천지법'을 헌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미나라 공화국'이란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서 도로 포장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시·도에서는 가을만 되면 처치 곤란한 낙엽 잎들이 남이섬을 운치 있게 만들어주는 재료로서 요긴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강우현 회장처럼 '쓰레기'를 '쓸 애기'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이곳에 필요한 인재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기업체와는 반대로 중요하다. '나미나라' 에서는 거꾸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평생의 경험을 통해 '암묵지'가 쌓인 어르신들이기 때문이다.

 

강우현 회장은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암묵지'의 사용을 독려한다. 아무리 말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공간을 부활시키기 위한 그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나는 <월든>이라는 책을 통해 책으로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었던 자연경관을 마주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거꾸로' 중요하다는 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이런 나의 고통쯤은 그들의 '암묵지'를 통해 시원하게 날려버릴 것이다.

 

"친환경의 틀(Ecology)에 과학(Science)을 담아 흥미롭고(Interest) 좋은 것을(Good), 새롭게(New) 진보시키는(Development) 기술, 그것이 디자인이다."

 

'암묵지'를 통해서 남이섬을 예스러운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 '나미나라'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곳에서 그는 그의 DNA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을 살려 남이섬을 D&A(디자인과 액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즉, 남이섬 내부에다가 특이한 밑그림을 그리고 매 시기 각종 축제를 통한 문화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었다. 생태관광지. 드라마촬영지. 그것만으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관광지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일들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히딩크 감독처럼 강우현 회장 역시나 "아직도 배가 고픈 사람"인 것 같다. 그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남이섬 그 속에 풍덩 빠져들어 남이섬 안에서 탐색하고, 배양하고, 유희하며, 모험하고, 그렇게 얻어지는 수확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각종 언론에서는 남이섬의 성공을 겨울연가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는 그런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평가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새로운 창조물로서 개발되는 공간 남이섬.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남이섬을 한번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한다. 미안하게도 나는 사실 이 책을 통해서 남이섬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남이섬을 여러 가지의 성질을 가진 상상력을 통해 나뉘어 놓은 조각들을 하나씩 들어서 돌려보는 작업은 흥미로웠다. 곳곳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조각나 있는 - '역발상', '상상', '창조', '디자인' 들을 '상상망치'라는 물건으로 뚝딱 소리 내어 짜놓은- 남이섬의 퍼즐판에 우리가 읽은 상상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꽂아놓은 것만 같은 <강우현의 상상망치>.

 

이 책은 우리들로 하여금 남이섬에 직접 와서 사진기가 되었든 글이 되었든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당신의 새로움을 창조해 보라며 손짓하고 있다. 남이섬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한번 떠나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1.01 19:13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 톡톡 치면 팍팍 나오는 현장판 생각놀이

강우현 지음,
나미북스(여성신문사), 2009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강우현 #나미북스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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