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사찰 가능성' 논란을 일으켰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예산 31억여 원이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0년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예산으로 31억여 원이 편성됐지만 합동참모본부의 또다른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계획과 중복될 수 있고, 관련법령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산안 31억여 원 전액을 삭감할 것"을 주문했다.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계획은 사업계획-법적 근거 '미비'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은 '국방개혁 기본개혁'에 따라 2012년부터 추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이 일어나자 '사이버전 위협 조기 대비'를 명분으로 창설 계획이 2년 앞당겨졌다(2009년 8월).
기무사 예하부대로 창설될 사이버방호사령부는 기무사의 정보전대응센터 80여 명, 사이버 보안인력 100여 명, 육·해·공군 내 보안인력 240여 명 등 총 420여 명 규모로 구성될 예정이다. 조직은 사이버테러 탐지와 대응을 맡는 '정보보호단'과 사이버방어훈련을 하는 '기술훈련단'으로 구성된다. 사령관은 소장으로 하고 대령 6명에게 주요보직을 맡길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2010년에는 총 31억 39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방위사업청에는 방위력개선비(시스템 개발, 편제장비 임차 등)로 30억 5900만 원, 기무사에는 피복·급식 등 경상운영비로 8000만 원이 책정됐다.
31억여 원은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을 위한 초기 예산이다.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에 들어갈 총 사업비는 초기자금 31억여 원을 포함해 총 1073억여 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예산 편성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나는 합참에서 새로운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0년도 예산안은 합참이 수립한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계획에 근거해 추계·편성되어야 하는데 합참의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계획은 현재 기획과정에 있다"며 "그런 점에서 2010년도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사업의 예산안은 '사업계획 미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예산정책처는 "사이버방호사령부 설치 법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사업예산부터 우선적으로 편성한 경우"라며 "법령 신설을 전제로 한 예산편성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미비한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0년도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예산안은 합참의 계획안이 확정되고 근거 법령이 마련된 이후 시점에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예산절차"라고 강조했다.
"예산 소요 많은 사령부 건물 신축 타당성 검토해야"
특히 총사업비 1073억여 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알려진 사이버방호사령부 청사 신축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기존 건물과 장비들을 활용하면 총사업비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것.
국회예산정책처는 "장소와 거리를 초월하는 네트워크 중심의 사이버 업무특성을 고려하고 사이버운영의 비밀성과 은밀성을 고려할 때 사이버전의 기능과 업무를 1개의 고정된 장소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혹은 위험성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방예산 절약 차원에서도 비용소요가 큰 건물의 신축은 가능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서 언급한 ▲ 사업계획 미비 ▲ 사업의 법적 근거 미비 ▲ 건물 신축의 타당성 검토 필요 등을 이유로 "예산안 31억여 원을 전액 삭감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월 초 기무사의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 계획이 알려지자 "기무사의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다면 국정원의 패킷감청과 경찰의 인터넷 비밀사찰에 이르는 이명박 정권의 '사찰 3종세트'가 완성되는 셈"(백성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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