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대나무에게 배우다

-쌍죽골에서

등록 2009.11.06 11:45수정 2009.11.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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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는 스스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 송유미



세상에 병들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가 있을까마는,
대나무는 절개 굳은 선비의 상징이다.
쭉쭉 뻗은 대숲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사철 푸른 대나무들 속에도 세상살이처럼
가난하고 병들고 죽어가는 대나무들도 많다.
사람들 가까이 살아서, 사람의 습성을 많이 닮은 대나무들
혼자서는 살지 못하고, 다 함께 등을 비비며 살아간다.
그래도 사람의 사랑보다 더 뿌리 깊은 연대감이 있다
사람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따라 죽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나무는 다  같이 따라 죽는다.
뿌리에 연결된 대나무 한그루가 꽃을 피우면
그 대나무밭 형제들은 까맣게 다같이 타 죽고 만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전우들처럼, 적에게 고개를 숙이지만
함부로 뜻을 구리처럼 휘지 않는다.


쭉쭉 뻗은 절개의 선비 나무들
바람에 흔들릴 뿐, 스스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몸이 흔들려도 마음까지 흔들지는 않는다.
세상에 흔들리며 살수록, 안으로 넉넉해 지는
청빈의 나무들, 텅 빈 방이 많아질수록
이 세상 그 어떤 고층 아파트 숲이 부럽지 않는
아름다운 이 강산, 대숲 마을이 된다.

덧붙이는 글 | 대나무; 병든 대나무로는 대바구니를 만들 수 없고, 아름다운 소리나는 대금이 된다. 대꽃을 한 그루 피우면 그 대숲은 다 죽고 만다.


덧붙이는 글 대나무; 병든 대나무로는 대바구니를 만들 수 없고, 아름다운 소리나는 대금이 된다. 대꽃을 한 그루 피우면 그 대숲은 다 죽고 만다.
#대숲 #쌍골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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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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