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쉬려했다가 영원히 쉴 순 없지 않겠냐"

11월7일 노동자대회 무대 뒤편 이야기

등록 2009.11.08 11:00수정 2009.11.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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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임금쟁취! 조합원들의 손피켓 ⓒ 이호준

▲ 전임자임금쟁취! 조합원들의 손피켓 ⓒ 이호준

한국노총이 지난 7일 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15만여 명의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여의도 광장을 가득 매웠다. 대회시작 전 각 지부와 조합의 대표자들은 전임자임금 쟁취 구호를 담아 삭발식을 진행했다. 광장에 모인 조합원들 또한 '노조탄압분쇄'와 '전임자임금쟁취'의 손 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쳤다.

 

장석춘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을 규탄했다.

 

그는 "현재 노동운동을 둘러싼 환경이 급박해지고 있으며 특히 복수노조-전임자 조항을 통해 노동법을 개악하려는 여당의 움직임은 우리를 더욱 옥죄고 있다."며 "13년간 유예되어 사실상 사문화 된 것과 마찬가지인 전임자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려는 반노동정책"이라고 한나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더불어 "ILO기준 등 모든 국제기준에 반하는 꼴찌 노동정책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으며 투쟁에 위원장 자신이 선봉에 서겠다."며 전면적 투쟁채비를 할 것을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금융노조 부산지역 소속의 한 조합원은 대회 참가 이유에 대해 쑥스럽지만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회사의 불합리한 요구들을 노동조합이 막아준다. 노동조합이 없다면 회사를 다니는 게 훨씬 힘들 것이다.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전임자가 필요하고 전임자임금이 필요하다. 전임자 임금이 없다면 노동조합의 위기가 찾아 올 것이다. 그러면 나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이 힘들어진다."

 

쉴 수 있는 날임에도 애써 자리를 지키는 이유에 대해 체신노조 소속의 한 조합원은 "하루 쉬려했다가 영원히 쉴 순 없지 않겠냐."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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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참가 조합원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눈빛이 칼바람보다 매섭다 ⓒ 이호준

▲ 대회참가 조합원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눈빛이 칼바람보다 매섭다 ⓒ 이호준

광장의 무대 앞쪽은 투쟁의 열기로 뜨거웠으나 뒤편은 조합원들의 이야기 열기가 뜨거웠다. 삼삼오오로 모인 자리 안에는 소주 몇 병과 안주가 놓여 있었고 걸걸한 목소리가 오갔다. 취기가 심해진 일부 조합원은 비틀거리며 "사는 게 점점 재미없고 각박해진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떨어뜨린 고개 밑으로 한숨이 지나갔고 손에 쥔 담배는 초라한 연기를 피워냈다.

 

다른 한편에선 3~40여명의 조합원들이 연출사진을 찍기도 했다. 선전국장으로 보이는 간부는 기수에게는 깃발을 멋있게 들라 주문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준비해 온 피켓을 들게 하는 등 여러 포즈를 요구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들에게 노동자대회는 단합대회 혹은 나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자유롭게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회는 경찰과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여의도광장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며, 각 지부와 조합에선 총파업에 대한 찬반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2009.11.08 11:00 ⓒ 2009 OhmyNews
#노동자대회 #한국노총 #총파업 #11월7일 #여의도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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