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유성호
- 도시전문가로서 행정복합도시에 대한 견해는?
"행정복합도시 과정에 쭉 참여했다. 기본 개발계획 세워서 받는 데까지 2년이 걸렸다, 2년도 꽤 짧게 걸려서 한 것이다. 굉장히 어려운 것을 아는데, 정운찬 총리는 1월에 대안 발표해서 하자고 하는데, 말이나 되는 것인가. (웃으며) 정 총리가 내 클래스(학급)에 들어오면 그냥 가는 거지. 학습태도와 사전 자료 준비도 안돼 있고, 숙제도 안해오고 그럴 것 같아.
내가 최근에 쓴 <도시 읽는 CEO> 책의 한 꼭지가 임시행정수도와 행정복합도시다. 내가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박정희 정권 때의 임시행정수도에 참여하게 되면서다. 당시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니다가, 우연히 픽업이 되서 임시행정수도기획단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때 도시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고 유학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정희 정권이 끝나면서 그 계획이 다 죽어버렸는데, 만약 그때 임시행정수도를 했었더라면 우리나라의 도시 체계라든가 지방과 수도권의 관계가 어떻게 됐을까가 항상 머리를 땡기던 의문이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서도 굉장히 위험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그 문제를 심사숙고하고 거기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정정당당히 내놓고 그랬다. 그러면서 사회 논쟁의 수준도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스타일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다. 오늘 인사말에서 그 부분(노 전 대통령은 세종시를 정정당당하게 추진했다)을 얘길 하니까 의원들이 소리를 치고 난리를 치더구만."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문제 접근은 초등학생 수준"- 기획단에서 일한 것은 언제였나. "78~79년이다. 77년부터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는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그때 지도교수님이 기획단에서 일을 하셨다. 그때 처음으로 스카우트라는 걸 당해봤다. 당시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소셜 믹스'(다양한 사회 계층이 한 동네에 어울려 사는 거주형태)를 주제로 논문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배가 전화를 해서 다음날 바로 포트폴리오를 갖고 오라고 했다. 인생에 여러 가지 계기들이 있는데, 그것이 도시 건축에 대한 눈을 트이게 한 프로젝트였다."
-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솔직히 정치적인 해석을 먼저 해야겠다. 근본적으로 정운찬 총리가 처음에 이 문제를 들고 나올 때 나는 우스워했다. '박근혜 대표가 절대 OK 안할 것을 왜 들고 나올까', 이렇게 생각했다. 박 전 대표도 당시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거쳐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와 관련해 특히 높이 평가하는 게 그런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당시 한나라당에서 반대가 굉장히 많았음에도 합의를 끌어낸 것은 대단한 것이다. 원래 좋은 정책이란 것은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정 총리가 자족도시, 행정효율성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초등학생이 하는 얘기인 것 같아서 굉장히 답답하다. 행정복합도시가 안된다고 하면서 인구가 50만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인구 50만은 2030년까지의 목표다. 보통 도시 하나가 형성되는데 20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확실하게 30%를 확보하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돼 있다고 얘기한다.
행정복합도시의 경우, 20만은 무난하다, 나머지는 이 도시가 얼마만큼 잘하느냐에 따라 빨리될 수도 있고 좀 늦게 될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50만 이상으로 될 가능성 높다. 행정복합도시가 성공적으로 되면 계획보다 커질 수도 있다. 여태까지의 도시 개발에서는 항상 계획보다 커지는 것이 문제였다. 세종시가 그렇게 될 핵심기능을 갖고 있느냐인데 나는 세종시가 이미 그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족기능이 6~7% 밖에 안된다, 이런 바보 같은 얘길 하는데, 토지의 6~7%만 산업기능, 즉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기능이 뭐냐면 업무지역이라든가 상업지역이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그곳이 녹지가 많아서 한 50% 정도 된다. 통상적으로 녹지는 12% 정도이고 12%면 절대 작지 않은 수치다. 행정복합도시는 가능하면 혼합형으로 하려고 한 것이다. 주거지구에서도 주상복합처럼 업무와 주택이 같이 들어오는 게 좋다 해서 주거지구에서도 업무가 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용도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숨어있는 퍼센트(%)가 상당하다.
토지 용도가 복합적으로 돼 있는 이런 것은 앞으로의 도시 모델이 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이런 개념을 전혀 모르니까, 산업단지, 의료단지, 이런 것만 얘기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저렇게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도시 운운하면서 포항이나 울산처럼 기업이 가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지금 어느 기업인들 모가지를 비틀어서 세종시에 가게 할 수 있겠나.
교육기관이라고 하면, 그때 세종시에 가겠다고 MOU(양해각서)를 맺은 곳이 고려대와 KAIST다. 그 나머지 큰 대학 중에서도 내려오고 싶은 곳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에서 그냥 내려가라고 할 수 있나. 또 9부 2처 2청뿐 아니라 수많은 공공기관이 가게끔 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총리가 아마추어처럼 얘기하고 있다. 총리가 되니까, 이제는 아는 척해야 하는 딜레탕트(예술이나 학문 따위를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 삼아 하는 사람-편집자)가 돼버렸다. 너무 심하게 얘기했나."
"용산참사 푸는 방법은 '사바사바' 아닌 공공적인 차원의 것이어야"- 예전에 용산이 지역구였는데. "작년에 비례대표하면서 지역위원장을 관뒀다. 4년 동안 지역위원장 했다. 용산은 과거와 미래의 문제, 8도의 문제가 다 있는 곳이라고 내가 항상 얘기한다. 용산의 문제를 잘 풀면 서울도, 대한민국도 잘 풀린다는 얘기다. 용산에서 그런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도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용산참사 문제가 청와대와 총리실, 서울시가 모두 관련된 복합적인 문제인데 서로 조금씩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쓸데없이 정 총리가 나와서 (해결이) 더 안되는 꼴이다. (정 총리가 개입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오세훈 시장과 샅바싸움 하는 게 있다. 그래서 오세훈도 하는 척했다가 총리가 나오니 물러나 있고 그런 모양이다.
공직 자체에 앉아 있다보면 거기서 하는 행위가 그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치는 영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사람들에게 임시상가를 해주면 그 전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오세훈 시장 논리도 맞다. 하지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총리도 마찬가지다. 국가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 공공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개인적 경험을 얘기하면, 고건 서울시장 때, 매달 한 번씩 토요일에 민원데이트란 게 있었다. 누구든지 피켓 들면 불러들인다. 그러면 항상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온다. 그러면 시에서 시청이 할 것과 구청이 할 것, 민간회사에서 할 것, 이런 것에 대해 원칙을 조정해줬다. 지금은 전혀 그런 것에 대한 신뢰를 다 잃은 것이다. 시장이나 총리나 다 공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다 잃은 것이다. 그 와중에 법원 판결까지 나버려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해결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다. 민원데이트 당시 나는 민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는데, 판관으로 앉아 있다가 현장에 가서 욕도 먹고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싸우더라도 그 앞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