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 반갑다, 후나야마 고분

[한ㆍ일 민간단체의 역사문화 교류] ③ 전방후원분

등록 2009.11.09 09:47수정 2009.11.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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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아도 새롭고 의미 있는

a  후나야마 고분 주변 지도

후나야마 고분 주변 지도 ⓒ 이상기


야마가의 장식고분관을 나와 찾아간 곳은 기쿠수이(菊水)에 있는 에다(江田) 후나야마(船山) 고분이다. 에다가와는 기쿠치가와의 지류로 기쿠치와 에다가 만나는 지점에 후나야마 고분이 있다. 후나야마 고분은 일본의 대표적인 전방후원분이다. 전방후원분이란 앞부분이 사각형이고 석관이 들어 있는 뒷부분이 둥그런 고분을 말한다. 후나야마 고분지역으로 들어가니 눈에 익다. 작년 2월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차를 고분 옆길에 세우고 후나야마 고분으로 다가간다. 전방후원분은 고분 주위로 해자가 있다. 해자를 넘어 봉분 쪽으로 올라가니 석관으로 들어가는 연도 문에 이른다. 유리로 차단되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 불이 켜져 있지만 안이 어두워 석실 내부는 잘 보이지 않는다.

a  후나야마 고분 석실 입구

후나야마 고분 석실 입구 ⓒ 이상기


후나야마 고분은 국제교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고분이라고 니시다 도세이(西田道世) 선생이 설명한다. 이때 교류의 대상은 중국과 한반도이다. 국제교류의 흔적은 출토유물을 통해 확인된다. 이곳에서 나온 유물로는 도검류, 동경, 옥과 금귀걸이 등 장신구, 관모, 갑주, 마구류 등이다.

민속자료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후나야마 고분 출토유물들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은 국보로 지정되어 모두 도쿄 박물관에 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의 역사민속 자료관에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어 그나마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철제 단갑(短甲)이다. 단갑이란 몸통을 가리는 짧은 갑옷이다. 녹이 슬고 허리 부분에 약간 훼손이 있으나 완형에 가깝다. 우리나라 합천의 옥전고분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a  철제 갑옷

철제 갑옷 ⓒ 이상기

a  철제 투구

철제 투구 ⓒ 이상기


그 옆에는 철제 투구가 있다. 일본식 이름으로는 충각부주(衝角付胄)다. 이것도 역시 우리의 가야식이다. 갑옷과 한 세트로 보인다. 그 다음에는 큰칼 즉 환두대도(環頭大刀)를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용무늬가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용무늬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또 철륜등(鐵輪鐙)이라는 마구(馬具)도 보이고 청동 방울도 보인다. 이들도 모두 국보이다.


다음에는 금으로 만든 장신구들이 있다. 금구, 금환, 금귀고리, 금동제 신발, 금동제 관모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금동제 신발이 눈에 띈다. 함께 간 장준식 교수가 이것은 완전히 백제계라고 말한다. 익산 입점리 고분에서 발굴된 것과 똑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히고(肥後) 고대국가의 교류 대상이 가야와 백제라는 얘기다.

a  금동제 신발

금동제 신발 ⓒ 이상기

a  금동제 관모

금동제 관모 ⓒ 이상기


그 옆에는 금동제 관모가 있다. 용무늬를 투조(透彫) 형식으로 만들었다. 일부가 훼손되기는 했지만 모양이 역시 익산 입점리에서 출토된 것과 거의 같다. 누가 봐도 백제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거북이 등딱지 무늬를 한 금구(金具)도 보인다. 금구란 금동관의 띠 역할을 하는 부속품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러 가지 문양의 동경들이 보인다. 대부분 신령스런 짐승들이 돋을새김 되어 있다. 화문대동향식신수경(畵文帶同向式神獸鏡)에는 그림 무늬와 신령스런 짐승이 표현되어 있다. 신인이 마차를 타고 가는 모습이 새겨진 '신인거마화상경(神人車馬畵像鏡)'도 있다. 모두 6점으로 다 국보로 지정되었다.

a  신인거마화상경

신인거마화상경 ⓒ 이상기


또 하나의 전방후원분 고쿠조즈카(虛空藏塚)

후나야마 고분을 보고 우리는 고쿠조츠카 고분으로 향한다. 이 지역에는 네 개의 고분이 있다. 이들의 특징과 계보를 보면 교츠카(京塚) 고분이 가장 오래된 원형의 고분이다. 그리고 고쿠조츠카 고분이 교츠카 고분의 직계 자손으로 전방후원분이다. 앞에 본 후나야마 고분은 교츠카 고분의 방계로 역시 전방후원분이다. 고쿠조츠카 고분 서쪽에 있는 츠가보즈(塚方主) 고분은 고쿠조츠카 고분의 직계로 전방후원분이다. 그러므로 원형분에서 전방후원분으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a  고쿠조즈카 고분

고쿠조즈카 고분 ⓒ 이상기


이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경총(교츠카: 원형) - 허공장총(고쿠조츠카: 전방후원분) - 총방주(츠가보즈: 전방후원분) - 선산(후나야마: 전방후원분)

고쿠조츠카 고분은 기쿠치가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수장의 무덤으로 보인다. 당시 중앙정치권인 기나이(畿內) 지방의 야마토 조정과 관계를 맺으면서 지역 수장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그래서 고분도 전과는 다른 전방후원분으로 조성한 것 같다. 6세기 초의 무덤으로 보이며, 고분의 길이는 52m이다.

a  발굴 당시를 설명하는 시마즈 부회장(오른쪽)

발굴 당시를 설명하는 시마즈 부회장(오른쪽) ⓒ 이상기


고쿠조츠카 고분은 일한문화교류연구회 부회장인 시마즈 요시아키 선생이 발굴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앞에서 발굴과 관련된 옛날 얘기를 한다. 이곳 횡혈식 석실도 역시 세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가운데가 통로고 양측이 시상(屍上)이라고 한다. 시상이란 시체가 놓이는 장소를 말한다.  

다시 에이안지와 다이보 장식고분으로

이렇게 해서 전방후원분에 대한 답사는 끝났다. 차는 이제 오늘의 숙소인 다마나로 향한다. 그런데 시간이 남아 다마나로 가는 중간에 에이안지(永安寺) 고분을 보기로 한다. 기쿠치가와를 따라 하류로 차를 타고 10여분 가니 에이안지가 나온다. 입구에 에이안지 스님들의 공동묘지가 있어 잠깐 살펴본다. 작은 표석에 이름만이 적혀 있다.

a  에이안지 동고분(오른쪽 앞)과 서고분

에이안지 동고분(오른쪽 앞)과 서고분 ⓒ 이상기


에이안지 고분은 동서에 두 기가 있으며 장식고분이다. 고분 뒤로 대나무숲이 울창하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서고분은 콘크리트를 뒤집어쓰고 있고, 동고분은 잔디로 덮여 있다. 현장에 가니 문화유산해설사인 아라키 다카히로(荒木隆宏) 씨가 나와 있다. 이들 고분은 1999년에 발굴되었다고 한다.

고분은 연도(羨道)와 전실, 현실과 집(石屋)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분에서는 마구와 장신구 등 부장품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서고분의 경우 석실이 붕괴되어 봉분을 콘크리트로 덮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서고분은 내부를 볼 수가 없다. 우리는 서고분의 겉만 보고 동고분으로 이동한다.

a  에이안지 동고분

에이안지 동고분 ⓒ 이상기


아라키 상이 고분 문을 열어줘서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 연도를 따라 연문까지 간다. 그런데 그곳을 유리로 차단해 놓았다. 그 때문에 사진을 잘 찍을 수 없다. 그렇지만 안쪽 전실 벽에 빨간색의 삼각형과 원 문양이 선명하다. 그 안쪽으로는 석옥형 구조물이 보인다.
 
이제 장식고분 구경이 끝난 줄 알았더니 가까운 데 다이보(大坊) 장식고분이 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보러 간다. 다이보 고분은 히쇼산(飛松山) 자락에 위치한다. 광덕사 옆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역시 콘크리트로 축대를 쌓은 다이보 고분이 보인다. 이곳 역시 석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안을 보니 역시 연속 삼각형과 원 문양이 보인다. 색깔은 적색과 흑색과 청색이다.

a  다이보 고분 석실 내부

다이보 고분 석실 내부 ⓒ 이상기


이곳에서도 역시 토기류, 금제 장신구, 철제 마구류, 검 등 무기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가 내일 방문할 다마나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고분은 1년에 한 번만 일반에게 공개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특별대우로 볼 수 있었다. 심포지엄 덕에 정말 장식고분을 원 없이 보았다. 내일 심포지엄을 제대로 준비한 셈이다.

밖으로 나오면서 보니 덴만구(天滿宮) 신사가 보인다. 작년에 다자이후에서 덴만구를 본 적이 있는데 같은 신을 모시는 신사라 한다. 사실 신사는 사람을 모시면서 신을 모신다고 한다. 덴만구에서 모시는 신은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이다. 그는 교토 출신으로 다자이후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다자이후 덴만구가 첫째고, 교토 덴만구가 둘째라고 한다.

a  덴만구 신사

덴만구 신사 ⓒ 이상기


이곳의 덴만구는 그들에 비하면 격이 훨씬 떨어진다. 그렇지만 덴만구 신사를 세운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성실한 도를 수호하고(誠道守護), 학업을 성취하고, 재난을 쫒고 복을 불러들이려는(除災招福) 염원이 들어 있다. 우리도 학문을 하는 사람들로서 이곳을 들르게 된 게 어쩌면 필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나야마 고분 #에다가와 #민속자료 박물관 #고쿠조즈카 고분 #에이안지와 다이보 장식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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