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9일 국회 연설의 핵심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중단'과 '민생예산 확보'였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4대강 사업은 지금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22조원의 막대한 4대강 예산은 서민우선, 민생예산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와 관련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고 내일(10일)부터 영산강 승촌보와 낙동강 합천보·달성보·구미보 등 4대보의 하천물을 막는 가물막이 공사를 시작한다.

"2010년 예산안은 빚더미‧양극화 가계부"

강 대표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위한 전 단계사업으로 국가재정은 물론 복지, 지역, 농촌, 환경파탄 등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무엇 때문에 고단한 서민의 삶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토건사업을 강행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4대강 사업의 강행을 비판했다.

강 대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들어갈 예산을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자·청년실업자 등의 고용안전망 구축 ▲신종플루 전국민 무상의료(1조원) ▲쌀값폭락 대책(1.1조 원) ▲340만 명 빈곤층 지원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에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재정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하면 이 모든 것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부동산 투기꾼과 건설족만 배불리는 4대강 사업을 중단시켜 서민우선, 민생예산 확보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강 대표는 국회에 제출된 2010년 정부 예산안을 "빚더미 가계부", "양극화 가계부"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현 정부 집권 5년 동안 176조 원의 나라 빚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경제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부자감세로 90조 원을 깎아주고 4대강 사업과 같은 비효율적인 사업에 국가예산을 낭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40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298.9조 원)에 비해 108.2조 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강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특권층의 세금을 깎아주고 국가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진심으로 친서민을 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부자증세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부자증세의 방향으로 "부유층 금융소득·부동산 소득에 더 놓은 세금을 높이고, 과표구간을 조정해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할 것" 등을 내놓았다. 이전부터 민주노동당은 '부유세 신설'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강 대표는 "우리가 다시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유층 0.2%의 반대 때문에 국민 전체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산안 어디에도 양극화 해소 고민 없어"

또한 강 대표는 "올해 들어 상위 20%와 하위 20% 사이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이로 인한 교육격차, 자산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예산안 어디에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양극화 해소 없이 오히려 투기꾼과 건설족만 배불리는 이번 예산안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부자증세와 4대강 사업 중단은 얼토당토 않는 부실덩어리 예산안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 대표는 ▲용산철거민참사 문제 해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철회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