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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슬머리이고 붓질 몇번만 쓱쓱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내던 밥아저씨가 그린 것 같은 가을 풍경 속 산막이 가는 옛길입니다. ⓒ 임윤수
밥 아저씨가 다녀간 모양입니다. 뜬금없이 밥 아저씨가 누구냐구요? 그 왜 있잖습니까. TV에 나와서 붓질 몇 번 쓱쓱 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내던 TV 속의 곱슬머리 아저씨 말입니다.
마음을 따라 찾아간 고향마을, 산막이 가는 옛길로 복원된 그 길에 드리운 늦가을은 밥 아저씨가 자주 그리던 물가의 풍경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열심히 탄소동화작용을 하였을 나무들이 겨울잠에 들려고 옷을 벗고 있는 찰나, 치렁치렁 하였던 이파리 옷들은 이미 벗어버렸고, 속옷처럼 알록달록하게 걸치고 있던 단풍잎들을 막 벗고 있는 순간입니다.
얼마만의 이파리를 속옷처럼 입고 있는 나무들이 물가에 앉아 살짝살짝 흔들립니다. 동심으로 바라보니 잠들기 전에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고, 연정의 마음으로 보니 잠자리를 유혹하는 여인의 애교며 비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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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막이 가는 옛길! 물가를 따라 만들어진 그 길을 끼리끼리 함게 걸으면 저절로 행복해 질듯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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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하늘이 강물에 텀벙하고 뛰어들어 멱을 감고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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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물결 이는 강물에 잠긴 산은 잠투정을 부리듯 반짝입니다. ⓒ 임윤수
물가를 따라 만들어진 산막이 가는 옛길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님이 걸으면 선녀가 되고, 내가 걸으면 나무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길입니다. 산과 하늘이 맑은 물에 담겨 발장난을 끼리끼리 걸으면 선녀가 되고 나무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길입니다.
몸뚱이로는 함께 할 수 없는 여인을 맑은 물에 담겨진 그 길에 풍덩하고 던졌습니다. 풍덩하고 빠져드는 님이 모습을 따라 내 마음도 첨벙하고 뛰어듭니다. 그렇게라도 물길에 만들어진 그 길을 타박타박 걷고 싶은 아침입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회색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그 곳이 또 가고 싶어집니다. 붙여놓은 엿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찍어 먹을 수 있는 꿀단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잠투정을 부리듯 마음이 징징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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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막이 가는 옛길 건너쪽에 있는 과수원에서는 빨간 사과로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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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가가 그리는 내년 가을 그림에는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내 마음도 두루뭉술할지언정 한 장의 낙엽으로라도 함께 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임윤수
밥 아저씨도 매년 그리고 싶어 할 만큼 아름다운 가을 속 그 길입니다. 누군가가 그리는 내년 가을 그림에는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내 마음도 두루뭉술할지언정 한 장의 낙엽으로라도 함께 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낙엽귀토(落葉歸土), 떨어진 이파리가 땅으로 되돌아가듯, 제아무리 교통편이 좋아져 왕래가 잦다 하여도 고향을 떠나서 사는 마음은 고향 길을 걷게 됩니다. 아침 문뜩 걷고 싶은 그 길이기에 마음으로나마 타박타박 걸어봅니다. 덧붙이는 글 | 내용 중 사진은 11월 7일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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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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