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놓은 민심 어떻게 책임질 텐가?

[지역언론 별곡 305] 행안부 행정통합안 번복 한목소리 '의제'

등록 2009.11.15 11:58수정 2009.11.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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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일이 또 벌어졌다. 주무 장관이 공식 발표를 해놓고 이틀만에 뒤집었다. 가뜩이나 짧은 통합논의 과정에서 찬·반 두 갈래로 민심을 갈라놓더니 결과를 엎치락뒤치락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공분을 살만하다.    

 

대통령이 8.15 광복절 연설에서 강조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너무 빠르게 달렸다. 원칙과 절차도 무시됐다. 이런 와중에 행정안전부(행안부)가 행정구역 자율통합을 추진할 6개 지역, 16개 시·군을 10일 선정해 발표한 지 이틀만에 번복했다.

 

자율통합 건의서를 낸 전국 18개 지역 46개 시·군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 50%를 넘는 지역들이다. 통합대상은 수원·화성·오산, 성남·하남·광주, 안양·군포·의왕, 창원·마산·진해, 진주·산청, 청주·청원 등으로 수도권 3곳, 경남 2곳, 충북 1곳이다. 대구와 경북에서 자율통합을 신청한 구미·군위는 찬반 의견이 오차범위 내여서 지방의회가 통합지지 의견을 낼 경우 후속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기어코 문제를 생산했다. 12일 행안부는 6개 행정구역 통합안 중 진주·산청과 경기 안양·군포·의왕을 제외시켰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달곤 행안부장관이 이날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밝힌 이유가 더욱 가관이다. 국회의원 선거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다.

 

팽팽히 갈라선 지역 민심을 다시 부글부글 끓게 했다. "그럴 거라면 애당초 사정을 감안해 방안을 마련해야지", "현지주민 여론조사를 거쳐 찬성률이 과반인 지역을 선정해놓은 후 곧바로 취소하는 경우는 뭔가?", "국민을 우롱해도 유분수지 이럴 수는 없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갈등을 넘어 지역 간 분열마저 우려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의 성급한 밀어붙이기의 반작용이 얼마나 큰지 입증되고 있다. 지역과 서울의 신문들이 정부를 향해 거의 한 목소리를 냈다.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인천·경기] "통합발표 이틀만에 안양권 제외?... 졸속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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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우롱... <경인일보>가 13일 1면 머리기사로 내보낸 기사. ⓒ 경인일보

▲ 정부가 국민우롱... <경인일보>가 13일 1면 머리기사로 내보낸 기사. ⓒ 경인일보

 

행정구역 통합논의 과정에서 경기도에 거의 직할시급 규모의 시가 2개나 등장한다면 어떨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일각에선 경기도와 통합시의 사실상 분리로 행정의 불협화음이 심해질 것은 물론, 지역발전의 균형도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런데 정부의 통합안 발표 후 이틀만에 안양권이 제외된 데 대해 해당지역 민심은 갈기갈기 찢기는 양상이다. 지역 언론들은 갈등으로 얼룩진 민심의 향방을 쫒느라 비상이다. <경인일보>는 13일 '통합발표 이틀 만에 안양권 제외… 정부가 국민우롱?'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과 3면 관련 해설기사에서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난했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역 안팎의 갈등을 여론조사로 봉합해 통합대상에 선정됐다 제외된 자치단체들의 격렬한 반발은 물론, 통합대상 권역내의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선거구 획정권한이 국회에 있음에도 불구,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행정구역 통합대상 지역을 발표한 것은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기사는 이어 "이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안양·군포·의왕시 통합추진 세력들은 일제히 반발했다"며 "민간단체로 구성된 3개시 행정구역통합위원회는 13일 오전 행안부를 항의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장관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뿐 아니라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이 장관 발언 백지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라고 민심을 전달했다.

 

<경기일보>도 이날 '안양·군포·의왕 통합 제외'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이달곤 행안부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담았다. 기사는 "정부가 안양·군포·의왕을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로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지역에서 제외키로 발표, 졸속 추진 비난이 커지고 있다"면서 "김문수 경기지사에 이어 도의회도 성명을 내고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등 행정구역 통합발표에 대한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기사는 이어 "이 장관의 발언은 안양·군포·의왕이 통합될 경우 안상수 원내대표(한, 의왕·과천)의 선거구가 나눠지고, 진주·산청이 통합되면 신성범 의원(한, 산청·함양·거창) 지역이 분리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부산·경남] "이틀만에 번복된 행정구역 통합, 국민 우롱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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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번복이라니... <국제신문> 14일 사설. ⓒ 국제신문

▲ 이틀 만에 번복이라니... <국제신문> 14일 사설. ⓒ 국제신문

 

행안부가 10일 발표할 때만 해도 행정구역 통합안 중 진주·산청이 포함됐다. 그런데 이틀만에 이 지역이 배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신문들이 일제히 발끈하고 나섰다. <국제신문>은 14일 사설 '이틀 만에 번복된 행정구역 통합, 국민 우롱 아닌가'에서 정치적 입김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 추진이 취소된 이들 두 곳은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 대표와 신성범 원내 부대표의 지역구여서 더욱 꺼림칙하다"고 운을 뗀 뒤 사설은 "힘 있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눈치 때문에 부랴부랴 취소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아닌가. 이래서야 정부를 어찌 믿고 따를 수 있겠나"라고 사설은 말미에서 쏘아 붙였다.

 

<부산일보>도 13일 이 문제를 칼럼에서 짚었다. '오락가락 통합안 정부 신뢰 곤두박질'이란 제목의 기자칼럼에서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무리한 행정구역 통합추진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진주·산청 통합안 제외는 정부의 정치적 의도 속에 졸속으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애당초 정부가 '동일 국회의원 선거구'라는 통합기준을 밝혀 놓고도, 여론조사 결과 찬성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구가 다른 진주·산청을 통합대상에 포함시킨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며 "이번 사태는 정부가 주민여론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우선하고 있음을 드러낸 '씁쓸한 장면'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날 <경남일보>도 '진주·산청 통합대상 제외'란 제목의 기사에서 행안부의 졸속행정을 비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보도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산청과 진주지역에선 '통합 대상지역으로 발표한 뒤 이틀 만에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신뢰를 무너뜨린 조치'라며 '행안부에 강력한 경고와 함께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대전·충청] "갈라진 민심...무산책임 어떻게 질 것인가?"

 

세종시 수정논란으로 민심이 극도로 이반된 지역이다. 그런데 다시 행정구역 통합논란으로 갈등의 골까지 깊어지게 됐다. 이래저래 정부의 조변석개 식 정책으로 심기가 몹시 불편하게 됐다. 

지역신문 사설들에서 민심이 묻어났다. <중도일보>는 12일 사설 '행정구역 통합, 갈등만 부추겨서야'에서 "천안과 아산, 홍성과 예산의 자율통합이 주민여론조사결과 무산됐다"며 "통합 추진과정에서 치열하게 찬반으로 갈려 지역 간 골이 깊게 패인 게 무엇보다 유감"이라고 전했다.

 

"대상지역 선정은 끝났지만 무산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설은 "이해관계가 다르다보니 각각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무리하게 통합을 이루려다 잘 지내고 있는 지역 주민들 간에 분란만 일으킨 꼴이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판했다.

 

<대전일보>도 14일 사설 '졸속 추진이 부른 행정구역 통합 파열음'에서 행안부를 호되게 나무랐다. "장관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은 한마디로 무책임한 해명이 아닐 수 없다"며 "더 큰 문제는 해당 지역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당장 충청권의 청주·청원의 통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사설은 "청주는 찬성쪽이지만 청원은 그렇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설사 통합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각론적으로 통합 지역의 명칭, 시청사 위치, 재원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되는 것은 뻔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문제로 들끓는 지역 민심이 갈등을 넘어 분열 양상을 치닫게 됐다며 지역언론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의 성급한 밀어붙이기의 반작용이 얼마나 큰지 입증되고 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대구·경북] "일방적인 통합추진이 화 불러... 다시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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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대비하라? <영남일보> 11일 사설. ⓒ 영남일보

▲ 이제부터 대비하라? <영남일보> 11일 사설. ⓒ 영남일보

"급한 행정통합이 지역민들 간 갈등으로 야기돼 민심이 두 동강 났다"며 이 지역 언론들은 후유증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지역신문들의 제목에서 묻어난다.  

 

''자체 일방추진 주민 반발 불렀다'

'군의원간 사소한 말다툼이 고소로…'

'행정통합 문제, 고소 등 갈등 깊어져'

 

경북 군위군이 구미시와의 행정통합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단체의 구성원이 통합 업무를 담당하는 군청 간부 공무원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행정통합을 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남일보>는 11일 일방적인 추진이 화를 불렀다는 기사를 내보내 시선을 끌었다. ''지자체 일방추진' 주민 반발 불렀다'란 제목의 기사는 '구미-군위 행정구역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행안부의 행정구역 통합 주민 설문조사에서 당초 반대 기류가 형성된 구미 시민은 찬성했고, 압도적인 찬성을 의심치 않았던 군위 군민은 반대의견이 높아 양 시·군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군위군이 행정구역 자율통합을 건의하기 전인 지난 9월 중순, 주민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5.7%가 통합에 찬성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반대가 33.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과는 군위 민심이 불과 2개월 만에 바뀐 것이라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이어 기사는 "행정안전부가 군위·구미 주민의 찬·반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 있는 점을 들어 양 지역 지방의회가 자발적으로 통합 지지 의견을 제출할 경우 통합을 위한 후속절차를 밟기로 하는 등 희망은 남아 있으나 사실상 통합은 무산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예측했다. 이 신문은 이날 사설 '행정구역 개편 지금부터 대비하라'에서 더욱 차분한 분석과 주문을 했다.  

 

"행정의 광역화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장단점이 함께 따른다. 통합 시점이 돼서 허둥대지 말고, 지금부터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자체 간의 단순한 통합을 넘어 소규모 마을단위의 면밀한 통합 방향까지 대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광주·전남] "통합, 출발부터 극심한 지역갈등 야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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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갈등 해소 급하다" <광주일보> 11일자 사설. ⓒ 광주일보

▲ "지역갈등 해소 급하다" <광주일보> 11일자 사설. ⓒ 광주일보

10일 정부가 선정한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지에 호남권은 한 군데도 없었다. 선정된 6곳은 수도권 3곳, 충청권 1곳, 영남권 2곳 등이다. 강원도는 신청한 곳이 없으니 사실상 호남권만 빠진 셈이다.

 

호남권에서는 3곳이 자율통합을 신청했다. 광양만권(여수ㆍ순천ㆍ광양ㆍ구례), 무안반도(목포ㆍ무안ㆍ신안), 전주ㆍ완주 등이다. 그러나 이들 세 곳은 자율통합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역민심이 두 쪽으로 갈린 데 대한 불안감과 탈락한 데 대한 서운함이 교차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역 언론들은 성찰의 계기로 삼자며 에둘러 주문했다. 

 

<광주일보>는 11일 사설 '시·군 통합 무산 지역갈등 해소 시급하다'에서 "광양만권과 무안반도 등 전남지역 2곳에 대한 행정구역 통합이 무산됐다"며 "행정구역통합 시도는 출발부터 극심한 지역갈등을 야기시켰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는 반대하는 지자체들의 불참으로 반쪽 공청회로 전락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통합 반대단체를 지원하거나 찬성 서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는 사설은 "연말까지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했다"며 적절치 못한 시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사설은 "이제 주민 갈등을 접고 지역 발전에 힘을 모아야 한다. 무안반도 역시 무안공항 활성화 등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지역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소모적 논쟁을 되풀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했다.

 

<광주매일>도 이날 사설 '무산된 지자체 통합, 성찰의 계기로'란 제목과 함께 "과거 찬성했던 지역조차 이번에 무산된 과정은 또 다른 성찰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채 지역의 경쟁력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통찰하지 않은 정치세력이 먼저 반성할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북] "전주·완주통합, 찬성률 높았어도 통합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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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률 높았어도 통합 못했다? <전북일보 13일자 1면. ⓒ 전북일보

▲ 찬성률 높았어도 통합 못했다? <전북일보 13일자 1면. ⓒ 전북일보

 

민선지방자치 시대 이후 전주·완주 통합논의가 줄곧 제기돼 왔던 지역이다. 이 때문에 민간차원의 통합추진 움직임이 여느 지역보다 활발했던 곳이다. 그런데 실패로 끝나고 말아 아쉬움이 크다.    

 

<전북일보> 13일 '완주 찬성률 높았어도 통합 못했다'란 제목의 기사는 그동안 통합논의가 무의미했음을 전해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반목과 갈등도 치유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시군 자율통합과 관련 완주군민의 찬성률이 높았어도 전주시와의 통합 추진은 아예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기사는 행안부장관이 12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출석 "선거구 조정문제가 포함되면 국회가 가진 선거구 획정 권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두 지역은 제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입장을 전주·완주에 그대로 적용하면 두 지역 모두 통합 찬성률이 높게 나왔더라도 행안부가 이날 통합 대상지역서 제외한 '진주·산청', '안양·군포·의왕'과 국회의원 선거구가 흡사해 자율통합을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밝힌 기사는 "이에 따라 아예 자율통합이 불가능했던 전주·완주에 대해 통합을 유도하면서 파생시킨 두 지역과 주민 사이의 갈등과 반목, 소모적 논란에 대해 행안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완주통합 찬반측 관계자들은 "행안부가 처음부터 할 수도 없는 자율통합을 추진한 꼴"이라며 "정부가 찬반 논란에 따른 전주·완주 주민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 주목을 끈다.

 

이날 <새전북신문>은 '전주완주 통합논의 이제부터'란 제목의 사설에서 "전주·완주 자율통합이 무산돼 허탈함을 지울 수 없다"고 표현했다. 이어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한 통합보다는 번개불에 콩 볶듯 정부의 일방적 추진으로 인해 무산이 예견되기는 했지만 현실로 나타나니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러나 전주시와 전주시의회가 통합 무산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통합논의를 계속하자는 제안은 의미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강원] 통합 대상지역 발표 후 "동해·태백·삼척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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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통합논의 <강원일보>의 통합관련 기사. ⓒ 강원일보

▲ 뒤늦은 통합논의 <강원일보>의 통합관련 기사. ⓒ 강원일보

정부의 이번 행정구역 자율통합을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할 말은 많다. <강원일보>가 민심을 적극 대변했다.

 

11일 '지방행정체제 개편 '사공만 여럿''이란 제목의 기사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방자치 관련 전문가 134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행정구역 개편에 반대하는 의견(64.93%)이 찬성(34.33%)보다 높았다"며 "특히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개편안 중 강원지역에 적합한 방안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도내에서 발생할 진통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기사는 이어 "이번 자율통합 신청지역 가운데 일부 시·군은 자치단체장이 내년 지방선거 시 3선 연임 제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자 중앙정치권뿐아니라 지역에서도 행정구역 개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시각이 많다"며 "통합 시·군 자치단체장은 3선 연임 제한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문은 14일 '동해·태백·삼척 통합?'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뒤 늦게 통합논의를 부추겼다. '삼척시번영회 시의회 방문 통합안 설명'이란 제목의 기사는 "자체 특위를 구성해 행정구역 개편안을 논의해 온 삼척시번영회가 13일 시의회를 방문, 옛 삼척권인 동해, 태백, 삼척 3개시를 중심으로 한 통합안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시번영회는 지난 9월부터 운영위원회의에서 행정구역 개편 특위를 구성, 운영한 결과 옛 삼척권을 중심으로 한 3개시 통합안을 제1안으로 제시하고 도경계를 넘는 통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는 기사는 "역사성과 생활권이 같은 동해, 삼척, 태백을 중심으로 통합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경향>·<한겨레> "시작부터 원칙·절차 분명치 않아...여론조사 문제"

 

행정구역 통합 대상지역 발표 이후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의 논조가 엇비슷하다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통합론에 일찍이 불씨를 지폈던 보수신문들은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밀어붙일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행안부의 번복에 대해서는 비난의 화살세례를 퍼부었다.  

 

<경향신문>은 원칙과 절차가 분명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14일 사설 '시작부터 졸속·부실 드러낸 지방 통합'에서 신문은 "지방자치단체 통합은 해당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큰 사안이므로 분명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지만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행안부의 일 처리를 지켜보노라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신문은 신뢰감을 주지 못한 원인도 짚었다.

 

"지난 10일에는 이달곤 행안부장관이 6개 지역 16개 시·군을 통합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50% 찬성에 이르지 못한 성남·청원도 포함시켜 다시 시비를 불렀다. 무응답자를 제외한 찬반 응답만 기준으로 하면 50%가 넘는다는 이유였다. 임의로 통합 대상을 늘렸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더니 이제는 이틀 만에 통합 대상 지역을 축소했다."

 

이에 앞서 11일 <한겨레>는 사설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투표로'에서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여론조사는 행정구역 통합 논의의 시작을 의미할 뿐"이라며 "마치 통합이 결정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찬성률 50% 이상을 통합 대상으로 하겠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데다 정부의 일방적 홍보와 지역개발 약속 아래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과 청원은 찬성률이 50%에 못 미쳤는데도 무응답자층을 빼는 방식으로 통합 대상에 포함시켰다.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조·중·동> "번복은 문제...확고한 의지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

 

<동아일보>는 14일 사설 '시군통합 번복, 이 무슨 장난인가'에서 "이번 통합을 주관해온 행정안전부가 선거구 변경이 발생한다는 점을 사전에 몰랐어도 문제이고, 알고도 발표했다가 유력 의원들의 반발에 밀려 발표를 번복했어도 문제다"며 "어느 쪽이든 행안부 측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행정구역 개편 흐물흐물하게 할 거면 포기하라'에서 더욱 강도 높게 질타했다. "행정구역 통합 대상 6곳 중 두 곳을 제외하기로 한 행정안전부의 결정은 잘못됐다"며 "주민 여론조사까지 거쳐 기세 좋게 발표해 놓곤 겨우 이틀 만에 번복해버리니 이런 물렁한 태도로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히는 행정구역 통합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앞선다"고 했다.

 

"이런 식의 갈지(之)자 행보일 바엔 아예 포기하는 게 낫다"고까지 책망하면서도 "여권 지도부부터 희생할 각오를 하고, 장관은 확고한 의지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의 11일 사설과 맥을 함께 하는 내용이다.

 

<조선>은 ''6개 통합시' 성사시켜 행정개편 속도 내도록'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지자체 간 통합 원칙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통합시의 명칭을 뭐로 할 것인지, 시청을 어디에 둘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쟁점을 놓고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며 "정부가 대폭적인 지원과 행정권한 이양을 통해 이런 장애물에 부딪혀 행정 통합이 주저앉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비슷한 주문을 했다.

2009.11.15 11:58 ⓒ 2009 OhmyNews
#행정통합 #지역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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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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