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1.15 14:31수정 2009.11.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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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눈이 왔다. 올해 첫눈이다. 창 밖에 눈이 쌓여 있다. 첫눈이 반갑다. 오늘 15일 충북 지방에 올해 첫눈이 내렸다.
오늘 아침 내가 사는 진천군 백곡면에 첫눈이 내렸다. 나무 가지에 쌓인 눈이 아름답다. 충주 기상대에 따르면, 15일 새벽 1시부터 진천을 비롯한 충북지역에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충북 지역은 찬대륙고기압 전면인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구름대의 영향으로 산발적으로 밤새 눈이 내렸다. 찬대륙고기압은 잘 모르겠으나 첫눈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숲에 쌓인 눈을 보면 자연이 경이롭다. 서울에서는 잘 모를지도 모른다. 아침이 되면서 도로에는 눈이 녹았으나 산과 나무와 지붕과 자동차 지붕에는 눈이 남아 있다.
이번 진천 첫눈은 예년보다 빠른 편이다. 서울에는 눈이 내렸다가 금방 녹았다고 하나, 여기 시골에는 아직도 눈을 많이 볼 수 있다. 집 앞에서 바로 눈내린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집 근처의 밭에도 눈이 쌓여 있다.
집 바로 뒤 백곡천에도 눈이 내렸다. 멀리 관인봉 자락에 눈이 쌓여 있다.
집앞의 천주교 백곡 공소에도 눈이 왔다. 종탑과 공소 건물이 보인다. 숲과 차와 정자 지붕에도 눈이 쌓였다. 공소는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서울에서 온 사람들은 시골 공소가 뭔가 싶어 신기한지 가끔 단체로 구경을 온다. 작은 관광 명소이다.
사람과 콘크리트로 복닥거리는 서울과 달리 여기는 텅빈 공간 속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나도 시골에 사는 기쁨을 발견한 예전 서울 촌놈이다. 나는 가끔 창 밖으로 펼쳐지는 자연을 보며 내가 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집 바로 앞에 이런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것은 최대의 복이며 물론 공짜이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공짜이다.
집 밖으로 나오면 사람이 별로 없으며 텅빈 고요함이 반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울 촌놈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널리 퍼져 살도록 국토 계획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서울 촌놈들은 서울만 사람 사는 곳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가 사는 곳을 용감히 벗어나지 못하는 촌놈이다. 시골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뭐 서울에는 일자리가 있는가.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아는 사람들은, 진천이 살기 좋은 곳으로 생거진천이라는 것을 다 안다. 시골이라고 해도 국도 34호선 바로 옆에 있으므로 차 타고 10분만 가면 읍내에서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고, 차 타고 35분만 가면 청주시내가 나온다. 안성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우리집이니 서울에서 멀지도 않다. 서울 반포 기준으로 차 타고 오면 한 시간 15분이 걸린다.
시골로 이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시골에 살지만 아파트라는 공동 주택에 살므로 집 안에서는 도시에 사는 것과 똑같다. 공동 주택은 외딴 곳에 집을 새로 짓는 것보다 시골로 이사하는 문화 충격이나 부담이 적다. 집값은 서울의 같은 평수 아파트의 20분의 1이면 살 수 있다. 차 타고 20분 가면 안성 시내가 나오는데 여기서 고속버스를 타면 서울 반포까지 딱 한 시간이 걸리니 맘만 먹으면 서울 출퇴근도 할 수도 있다.
서울 수도권 촌놈이 시골 삶에 적응하는 방법은? 그동안의 빠르게 살기를 멈추고 느리게 살기에 도전해 보시라. 서울에 사는 세계 최고의 초스피드 생활 양식에서 벗어나, 극도로 빠르게 살기를 멈추고, 조금 더 느리게 사는 맛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즐겁다. 이 단계가 되면 서울 거리의 막힌 길이나 서울 지하철의 수많은 인파를 보면 극도로 밀집해 사는 것이 불쌍해 보이기 시작한다. 텅 비어 있고 인간이 별로 없는 여기에 살면 교통 체증이 뭔지 잊어버린다.
더불어 며칠 전 비온 뒤 안개 낀 백곡천 풍경을 둘 덧붙인다. 집 바로 뒤이다.
집 안에 있으면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것과 다른 것이 없는데, 집 밖으로 걸어나오면 마치 먼 시골로 여행 와서 걷는 것 같은 시간 공간 이동 착각에 빠지곤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즐거운 착각을 공유하고 싶다.
2009.11.15 14:3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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