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통할 정도로 위력적
.. 소이탄이라고는 해도 직격으로 맞으면 사람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관통할 정도로 위력적이었습니다 ..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50쪽
'직격(直擊)으로'는 '그대로'나 '곧바로'나 '고스란히'로 다듬고, "사람의 머리에서"는 "사람 머리에서"나 "머리에서"로 다듬습니다. "관통(貫通)할 정도(程度)로"는 "꿰뚫을 만큼"으로 손질해 줍니다.
┌ 위력적 : x
├ 위력(威力) : 상대를 압도할 만큼 강력함
│ - 위력을 발휘하다 / 그의 말은 위력이 있다 /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
├ 위력적이었습니다
│→ 힘이 대단했습니다
│→ 힘이 엄청났습니다
│→ 힘이 놀라웠습니다
│→ 힘이 셌습니다
└ …
보기글에서는 "위력이 있었습니다"쯤으로 적어 줄 수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나마 적는 분은 퍽 드뭅니다. 어김없이 '-적'을 붙이고, 끝없이 '-적'을 달아 놓습니다. 자꾸자꾸 '-적'에 끄달리며, 한결같이 '-적'에 휘둘립니다.
┌ 위력을 발휘하다 → 큰힘을 내다 / 놀라운 힘을 내다
├ 그의 말은 위력이 있다 → 그 사람 말은 힘이 있다
└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 너른 자연 큰힘 앞에서
그나저나, 한자말 '위력'은 '강력'을 뜻합니다. '강력(强力)'은 "힘이 강함"을 뜻하고, '강(强)함'이란 "물리적인 힘이 세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곧, '위력 = 강력'이요, '강력 = 강함'이요, '강함 = 힘이 셈'인 셈입니다. 한자말로 적는 '위력'이든 '강력'이든 '강함'이든, 그예 '힘이 셈'을 가리키는 꼴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말뜻과 말흐름이 이러하다면, 우리들은 처음부터 우리 말 짜임새에 따라서 "힘이 셈 = 힘셈"이라고 해서 '힘셈'을 한 낱말로 삼을 수 있지 않았는가 하고. 이와 맞물려 '힘셈'과 맞서는 낱말로 '힘여림'을 쓸 수 있지 않는가 하고.
┌ 강약 (x)
└ 셈여림 (o)
노래에서는 '셈여림'이라는 말을 씁니다. 오늘날에도 두루 쓰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첫머리에는 학교에서 '셈여림'을 말하면서 노래를 가르쳤습니다. 그 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강약(强弱)'으로 바뀌었는데, 세월이 훨씬 흐른 다음 가만히 헤아려 보니, 중고등학교 때 듣고 배운 '강약'이란 다름아닌 '셈여림'을 한자로 옮긴 낱말일 뿐이었습니다.
조금 더 살피면, '셈여림'은 국어사전에 안 실려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갖가지 찌끄레기 낱말이 실린 모습을 헤아려 본다면 뜻밖이지만, 우리네 국어사전이 우리 말글을 알차게 실어 놓지 못하는 매무새를 더듬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그래도, '셈여림'이라는 낱말은 죽지 않고 있으며, '셈여림표'라는 낱말은 '강약 기호'라는 낱말보다 좀더 널리 쓰고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
┌ 공을 빠르고 위력적이게 던지는
│→ 공을 빠르고 세게 던지는
│→ 공을 빠르고 묵직하게 던지는
├ 주먹보다 손바닥이 더 위력적인가 → 주먹보다 손바닥이 더 센가
└ 위력적 총파업으로 → 거센 총파업으로 / 힘찬 총파업으로 / 굳센 총파업으로
인터넷으로 '위력적' 쓰임새를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곳에서 끊임없이 쓰고 있어 놀랍습니다. '위력적'을 쓰는 곳은 거의 모두 운동경기이고, 야구와 축구에서 아주 자주 씁니다. 빠르고 '묵직한' 공을 던지는 투수한테, 또는 '무거운' 공을 던지는 투수한테 으레 씁니다. 웬만한 공은 펑펑 날려 버리는 타자한테도 '위력적'이라는 말마디를 붙입니다. 대포알처럼 공을 차는 선수한테도 이 말마디를 붙이고, 배구에서 공을 잘 때리는 선수나 테니스에서 공을 힘차게 날려 보내는 선수한테도 이 말마디를 붙입니다.
┌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 대단한 공을 던지며 / 타자를 누르는 힘센 공을 던지며
├ 강물의 위력적인 흐름이 → 거세게 흐르는 강물이 / 거센 강물 흐름이
├ 전자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 전자업계 흐름을 이끌 만큼 대단하다
│→ 전자업계 흐름을 뒤바꿀 만큼 놀라웁다
└ …
이밖에 사회와 경제와 정치 곳곳에서 '위력적'이라는 말마디가 튀어나옵니다. 힘이 있는 누군가를 가리킬 때 흔히 쓰고, 다른 상품이나 회사를 내리누를 만큼 대단하다는 무엇인가를 알리려 할 때 으레 씁니다. 이곳저곳에서 나날이 쓰임새를 넓히는 '위력적'을 돌아보면, '힘이 센-힘이 넘치는-거센-묵직한-대단한-놀라운-센-엄청난-무시무시한' 같은 낱말을 넣어야 알맞춤하구나 싶은 자리이곤 합니다.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쓰임새가 너른 '위력적'이라 한다면 그대로 둘 때가 한결 나을까 하고. 또는, '위력적'이 너무 거세게 온갖 곳에 쓰이는 가운데 숱한 우리 말이 밀려나거나 사그라들고 있는 만큼, 우리 스스로 우리 매무새를 더 단단히 여미면서 우리 말과 삶을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 힘이 센 / 힘이 있는
├ 힘센 / 힘찬 / 힘있는
├ 거센 / 드센 / 굳센
└ …
힘이 센 모습이니 말 그대로 '힘세다'인데, 같은 뜻으로 '기운세다'를 써도 잘 어울립니다. 옛날 텔레비전에서 흐르던 만화영화 가운데 "기운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 하고 주제노래를 부른 〈마징가 제트〉가 있습니다만, 이 마징가 제트라는 로봇은 '강철'이 아닌 '무쇠'로 만들었고, '위력적인' 로봇이 아니라 '기운센' 천하장사 같은 로봇이라고 했습니다.
┌ 힘세다 / 기운세다
├ 힘여리다 / 기운여리다
├ 힘넘치다 / 기운넘치다
└ …
그러고 보면, 우리 스스로 처음부터 '힘세다'와 '기운세다' 같은 낱말을 알뜰살뜰 엮어내어 국어사전에 싣고 우리 깜냥껏 우리 생각과 삶을 우리 말에 담아내고 있었다면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어떠한 말썽거리도 생기지 않습니다. '힘차다-기운차다' 같은 낱말을 국어사전에 싣듯이 '힘세다-기운세다' 또한 국어사전에 실어 놓아야 하며, 우리는 우리 손을 써서 우리 힘으로 우리 삶터와 마음터 일구는 일에 좀더 뜻을 모두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1.17 10:3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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