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여성 특성 고려한 '병역 의무' 시행하자

병영 환경 개선하고 봉사 영역 확대... "의무 이행 후 권리 주장" 여성계 시각도 호의적

등록 2009.11.17 17:25수정 2009.11.17 18:07
0
원고료로 응원

현행 병역제도, 법적·사회적 논란 많아

 

우리나라 최고법인 헌법은 병역의무 대상에 남녀구분을 두지 않는다(제39조 1항). 그러나 하위법인 병역법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병역법 제3조 1항). 주된 이유는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환경이며, 부차적 이유는 이로 인해 형성된 남성 위주의 병영체계이다.

 

남성계는 병역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동시에,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군복무 기간(과거 최장 36개월, 현재 24개월, 2014년 18개월)이 사회적 공백기이므로, 여성에 비해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계의 주장은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여성의 출산과 기타 노동이 병역의무를 대체할 정도가 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도 군복무를 하고 싶고 해야 하나, 현행 법체계와 여성에게 부적합한 병영 환경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1999년 이전까지 정부는 공무원 시험 등에서 5%의 가산점수를 부여하여, 남성의 군복무 기간을 보상해 주었다. 그러나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이 제도는 폐지되었다.

 

이후 국방부 등에서 가산점수 제도를 부활(가산점수 2%)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답보상태에 있다. 이에 정부는 여성지원병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그 목적은 여성에게 군 입대 창구를 개방함으로써 남성의 반발을 점차 잠재워 나가며, 점점 줄어들고 있는 병력자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평등권을 내세우는 남성과 부적합한 병영 환경을 내세우는 여성계의 반발에 봉착해 있다. 또한 병력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나 전투력 유지에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병역제도 개선은 '평등의 원칙'을 기준으로

 

병역제도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남성계와 여성계를 모두 만족시키며, 점점 부족해지는 병력자원을 확보하고,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분명 해법은 존재한다. 바로 민주주의 원칙 중 '평등'을 적용하면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평등은 "인간은 똑같이 존엄하다"는 의미이다. 물질세계에서 똑같다(평등)는 말이 통용되지만, 인간세계에서 똑같다(평등)는 의미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모든 인간이 물리적, 지적으로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에서 평등은 "인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평등은 법 앞에서의 평등, 기본적 수요에서의 평등, 기회의 평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도 병역의무 이행해야

 

병역제도의 개선은 큰 틀에서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즉 병역법을 개정하여 남녀 모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되어온 헌법과 병역법 간 불합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동등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남녀불평등을 주장하는 남성계의 불만을 제거해 줄 수 있다. 또한 병역자원을 확대시킴으로써, 군대의 전력누수도 방지할 수도 있다.

 

남녀의 동등한 병역의무에 남성계는 환호할 수 있으며, 일부 여성계는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그러나 평등한 병역의무가 똑같은 병역의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러한 평등에는 "인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는다"는 민주주의적 의미의 평등이 결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이나 사회적'이라는 의미는 어떤 '인위적·사회적 기준'을 말한다. 이 단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나타내며, 현실적으로는 획일적이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차이의 감안'을 의미한다.

 

평등한 병역의무는 '남녀간 차이'를 감안한 병역의무가 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육체적 능력이 떨어지므로, 특히 이 부분에 대한 세밀한 주의가 요구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성에게 가장 적절한 징병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전투부대와 비전투부대(헌병·행정·군수·보급·통신·취사·수송·정비·의료 등)로 입대하게 하는 것이다. 시작단계에서는 부족한 병역자원을 보충하는 선에서 여성의 현역입대를 추진하고, 점진적으로 남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성에게 적합한 병영환경과 병영문화는 단기간에 구축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역으로 입대할 수 없는 여성을 위해, 현행제도를 개선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상근예비역, 공익근무요원,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특별보충·전환복무요원, 제 2국민역, 병역면제제도 등이 바로 그들이다. 또한 심리적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장점이 많으므로, 새로운 제도를 수립해 봉사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양로원, 고아원, 저소득계층(소년소녀가장·기초생활보호대상자·한부모가정)에 봉사하는 단체의 설립이 실례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의 개선과 수립, 그리고 여성자원의 적절한 분배는 선호와 적성의 견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병역제도 개선할 수 있는 시기 도래해

 

남성만의 병역의무! 남성계와 여성계는 이 제도를 두고 끊임없이 대립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지속적 헌법소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계없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대상이 되고 있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는 제도라는 반증이다. 역대 정부도 사실상 남성계의 주장에 동의해 왔다. '공무원 가산점제도'의 실시와 '폐지 후 재실시 검토'가 바로 그 증거이다.

 

이제 정부는 가산점제도의 부활이나 여성지원병제도 같이, 땜질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보다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의미하는 평등의 관점에서, 병역의 평등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행스럽게도 병역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이 그리 나쁘지 않다. 병영체계가 현대화 되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적합한 시설을 보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현역 이외 군복무제도는 당장 여성이 투입되어도 될 만큼 전적으로 남성에게만 적합한 제도로 만들어져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 여성계에서 여성의 병역의무 이행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여성계도 의무를 이행한 후, 평등권을 되찾고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성중심의 병영문화를 친여성적 병영문화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 문제는 제도의 점진적인 실시라는 방법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09.11.17 17:25 ⓒ 2009 OhmyNews
#병역 #병역제도 #현역입대 #여성지원병 #여성지원병제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2. 2 카자흐스탄 언론 "김 여사 동안 외모 비결은 성형"
  3. 3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4. 4 한국의 당뇨병 입원율이 높은 이유...다른 나라와 이게 달랐다
  5. 5 '포항 유전' 효과 없었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29%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