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때기 잡사 봐, 참 맛있어!"

전남 광양 진상면 어치리 곶감마을, 백학동마을

등록 2009.11.20 11:31수정 2009.11.20 13:4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할머니(71.김서운)가 햇볕에 내다놓은 빼때기를 손질하고 있다.

할머니(71.김서운)가 햇볕에 내다놓은 빼때기를 손질하고 있다. ⓒ 조찬현


a  빼때기는 감을 쪼개어 말린 '감말랭이'다.

빼때기는 감을 쪼개어 말린 '감말랭이'다. ⓒ 조찬현


"감을 쪼개서 몰린 것이 빼때기여라~ 꼬들하고 달콤하니 맛있어라, 떡에도 넣고 약밥에도 넣어먹고… 지금 잡사 봐 참 맛있어!"


빼때기는 감을 쪼개어 말린 '감말랭이'다. 햇볕에 감을 말려 놓으면 달콤하고 꼬들꼬들한 게 그 맛이 아주 그만이다. 할머니(71.김서운)가 햇볕에 내다놓은 빼때기를 손질하고 있다. 달콤한 감 향 때문인지 벌들이 자꾸만 날아든다. 할머니는 물러진 대봉감은 빼때기를 만들고 단단한 것은 곶감을 만든다고 했다.

곶감이 있는 풍경과 마당 한쪽에 놓여있는 가마솥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는 가마솥에다 곰국을 고와먹고 허드렛물도 끓여 쓴다고 한다.

a  신황마을은 집집마다 곶감을 말리고 있다.

신황마을은 집집마다 곶감을 말리고 있다. ⓒ 조찬현


a  백운산 억불봉의 청정지대인 이곳에는 밀시 감나무가 많이 자생한다.

백운산 억불봉의 청정지대인 이곳에는 밀시 감나무가 많이 자생한다. ⓒ 조찬현


곶감으로 널리 알려진 전남 광양시 진상면 어치리의 신황마을이다. 일명 백학동마을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500여 년 전부터 이곳 백운산 자락에 터전을 잡고 살았다. 예로부터 지리산 청학동과 쌍벽을 이루는 백학동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백운산 억불봉의 청정지대인 이곳에는 밀시 감나무가 많이 자생한다.

19일 오후에 찾아간 신황마을은 집집마다 곶감을 말리고 있었다. 이제 곶감 깎기의 시작이라고 한다.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주홍빛 감이 진풍경을 이룬다. 마을 고샅길을 걷다 감이 있는 풍경에 매료되어 가던 발걸음을 몇 번이나 멈추어 섰다.

감 홍시다.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는 익을 대로 익어 톡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만 같다. 입안에 군침이 돈다. 자연에서 숙성된 밀시감 홍시 맛은 생각만으로도 달콤함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a  이제 곶감 깎기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제 곶감 깎기의 시작이라고 한다. ⓒ 조찬현


a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주홍빛 감이 진풍경을 이룬다.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주홍빛 감이 진풍경을 이룬다. ⓒ 조찬현


a  얼마 전 갑작스런 추위에 대부분의 감이 냉해를 입었다.

얼마 전 갑작스런 추위에 대부분의 감이 냉해를 입었다. ⓒ 조찬현


마을은 조용하다. 낯선 인기척에 누렁이가 컹컹 짖어댄다. 곶감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자 누렁이 녀석도 짖기를 멈추고 호기심에 두리번거린다.

감농원이다. 냉해를 입은 감은 멍이 든 것처럼 까맣게 변했다. 탁인기(31)씨는 얼마 전 갑작스런 추위에 대부분의 감이 냉해를 입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밀시감이 얼어갖고 그래요. 대부분의 감이 지난번 추위에 냉해를 입었어요."

a  친환경으로 재배한 밀시감 홍시 맛이 최고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밀시감 홍시 맛이 최고다. ⓒ 조찬현


a  감을 절반으로 쪼개자 달콤함이 쏟아져 나온다.

감을 절반으로 쪼개자 달콤함이 쏟아져 나온다. ⓒ 조찬현


그는 친환경으로 재배한 밀시감 홍시 맛이 최고라며 껍데기 채 먹어보라고 한다. 감 껍데기에 영양가가 많다며. 하기야 옛날에는 곶감 만들 때 나오는 감 껍데기를 말려서 간식거리로 먹곤 했었다.

"밀시감 홍시도 정말 맛있습니다."

자연적으로 감나무에서 잘 숙성된 밀시감 홍시를 한개 땄다. 감을 절반으로 쪼개자 달콤함이 쏟아져 나온다. 밀시감 홍시를 입에 넣는 순간 찬란한 주홍빛의 부드러운 속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학동마을 #어치계굑 #광양 #곶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혼해주면 재산 포기하겠다던 남편, 이 말에 돌변했다 이혼해주면 재산 포기하겠다던 남편, 이 말에 돌변했다
  2. 2 "쿠팡 심야 일용직 같이 하자했는데... 3일 만에 남편 잃었습니다" "쿠팡 심야 일용직 같이 하자했는데... 3일 만에 남편 잃었습니다"
  3. 3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건 새뿐만이 아니다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건 새뿐만이 아니다
  4. 4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5. 5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