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23명의 친구를 찾았습니다

카페운영 1년, 소중한 추억도 되찾아

등록 2009.11.21 15:21수정 2009.11.21 15:2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추억을 담아 운영하고 있는 초등학교 카페 처음엔 미약했지만 지금은 23명의 친구들을 만났고,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과 성인이 된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내용이 풍성해졌습니다. 앞으로 남은 11명의 친구를 찾으면 동창회도 열 계획입니다. ⓒ 김동이


지난해 11월 7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우연히 만난 한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졸업한 학교가 폐교가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문득 동창생들의 소식도 궁금하고 달랑 한 장밖에 없는 졸업사진을 찾기 위해 카페 하나를 열었다.(관련기사 : 23년전 졸업사진 구하러 카페를 열다)


처음에는 연락처를 알고 있던 몇몇 친구들만이 카페를 방문해 살아가는 소식도 전하고 기쁜 일, 슬픈 일도 함께 공유하며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페 운영초기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졸업사진도 찾아냈다. 작년 이맘때쯤이면 친구들이 살던 고향마을이 대부분 행정중심복합도시 편입지역에 포함돼 서둘러 고향을 떠나 이사를 갈 무렵이었다.

하여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한 친구가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찾았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내 한 장의 소중한 졸업사진은 우리 카페 메인 화면에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졸업사진이 카페에 올라오자 가입했던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시절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렸고, '우리들의 이야기'란을 통해 그 시절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비록 몇몇이었지만 친구들의 소중한 추억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카페운영 1년, 23명의 친구를 만나다

그 후 1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비록 카페를 통해서지만 그동안 친구들과의 꾸준한 교분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또 다른 많은 친구들을 찾았다. 연락처는 물론 어디에 사는지, 결혼은 했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등등 지금은 많이 변해 있을 친구들의 면면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졸업당시 전교생 140여명, 그 중에서 동창생들은 34명이었다. 전교생이 한 반 밖에 없는 시골마을 초등학교여서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카페를 열어 수소문을 하면 금방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나의 의도는 빗나갔지만 지금까지 23명의 친구를 찾았다.

이제 11명만 더 찾으면 사이버공간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34명을 다 찾는 순간 동창회도 열 계획에 있다. 비록 졸업한 초등학교는 폐교가 되었고, 또한 친구들도 대부분이 고향마을을 떠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까닭에 학교에서 동창회를 열기는 어렵겠지만 어렵사리 만난 만큼 장소는 그리 중요치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얼굴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변한 모습을 보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도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카페에는 운영자인 나에게 동창회 개최와 관련한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친구들도 모두 그 시절의 친구들이, 아니 추억들이 그리운가보다. 비록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어린 아이들과 아옹다옹 사느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겠지만 자주 이런 건의를 하는 것을 보면 때로는 일상에서 탈출해 순수함을 간직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인가보다.

비단 이런 마음은 몇몇 친구들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마음도 같으리라 생각된다. 아니 빡빡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소시민들의 소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정부비판에 이르기까지 토론의 장으로

a

우리들이 카페에는... 어린시절 추억도 있고, 교정의 모습도 있고, 오늘을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도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건 친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 김동이


카페 운영초기 단순히 안부를 묻고, 아이를 키우며, 때로는 직장생활을 하며 하소연할 곳이 없이 카페에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며 실소를 자아낸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아이들의 장래와 관련된 이야기로부터 아이가 학교에서 시험을 잘 봤다며 자랑도 하고, 먹을거리 하나를 놓고 아이들이 울며불며 다투는 이야기, 여행을 다녀왔는데 가볼만 한 곳이라며 사진까지 올리는 등 이제 카페는 그 내용이 풍성해졌을 뿐만 아니라 정보까지 주고받는 친구들만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신종플루와 관련해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전한다. 한 친구는 "우리 아이가 요즘 감기가 심한데 신종플루 아냐?"하며 걱정하면 다른 친구들이 이와 관련해 걱정을 잠재우는 안도의 글을 달아 마음을 안정시켜 주기도 한다.

중학교 교사인 한 친구는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과 잘 맞아 올 1년이 즐거웠고, 최근에는 기말성적이 좋아 웃을 날이 많았다며 헤어질 날을 생각하면 아쉽다는 말도 전했다. 하지만, 이 친구 또한 신종플루로 인해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고.

또 한 친구는 살고 있던 집이 계약기간 만료돼 집을 구하러 나섰는데 전세 대란으로 인해 집구하기 어렵다면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전세대란 하는 게 내문제가 될 줄이야..."하며 친구들에게 집을 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서 대해서 몇 가지 일러주기도 했다.

이제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신종플루, 전세대란에 이르기까지 친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추석이나 설명절에 즈음해서는 고향마을과 관련된 걱정의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예정지에 포함돼 고향을 떠나 행복도시 건설청 인근 마을에 자리를 잡은 부모님을 찾은 한 친구는 고향을 떠난 아쉬움을 "고향 하늘은 그대로인데 우리 사는 모습은 많이 변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행복도시 건설로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명절을 맞는 친구들도 생겨나고 그로인해 명절 때면 볼 수 있었던 친구들도 이제는 어렵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이 서운한 마음이 든다. 반곡리, 봉기리(포함지역)를 지날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라 생각해~ 몸은 다들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소중한 내 고향 친구들이 옆에 있다는 생각으로 지냈으면 좋겠다."며 서운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올 추석에 고향을 찾았던 친구의 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달리했다는 소식은 친구들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와 함께 연민의 정도 느끼게 해 주었다.

좋은 소식만 하염없이 들려왔으면 좋으련만 슬픈 소식을 접하게 돼 카페 운영자로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지만 그나마 친구 혼자서 짊어지어야 했던 슬픈 소식을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니 그로 인해 조금이나 위안을 삼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쁜 소식도 슬픈 소식도 함께 하며 조금씩 풍성해지고 있는 카페를 보며 앞으로는 좋은 소식들만 전해지길 기대하며, 찾지 못한 11명의 친구들도 하루빨리 만나서 34명이 다 모이는 날 동창회가 열리길 손꼽아 기다려본다.

'보고싶다 친구들아!'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카페 #금석초등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3. 3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4. 4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5. 5 윤 대통령 탄핵 청원 100만 돌파, 야당과 북한 지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