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행복반란', 안성에서 터졌다"

안성여성회원들, 그녀들이 대한민국 주부로 살아가는 법

등록 2009.11.22 11:45수정 2009.11.22 11:4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자연체험 지금은 아이들과 자연체험 중이다. 여름 들녘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 안성 여성회

▲ 자연체험 지금은 아이들과 자연체험 중이다. 여름 들녘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 안성 여성회

우리나라 여성들에겐 짐이 많다. 엄마, 아내, 며느리 그리고 직장여성의 몫까지 해내야 하는 슈퍼우먼을 요구한다. 그러다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면 초라해지곤 한다. 그것으로 그치면 다행이지만, 소위 '주부 우울증'이라는 뜻하지 않는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하지만, 출구와 대안이 없어 번번이 혼자만의 고민으로 넘기곤 한다.

 

이러한 고민들을 단박에 날려버리고, '행복반란'을 일으킨 당찬 여성들이 안성에 있다. 오랫동안 가족 때문에 자신의 끼와 꿈을 장롱 속에 묻어 두었던 여성들이 뭉쳤다. 30대에서 50대까지의 여성이 주축인 '안성여성회http://cafe.daum.net/anwo' 멤버들이다. 예전엔 각자가 혼자였지만, 지금은 '우리'라는 이름으로 같이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에게 이모가 수십 명이에요"

 

a

고기잡이 아이들과 함께 고기를 잡고 있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흥미롭게 참여하고 있다. ⓒ 안성여성회

▲ 고기잡이 아이들과 함께 고기를 잡고 있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흥미롭게 참여하고 있다. ⓒ 안성여성회

"주부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해지고, 세상이 행복해집니다."

 

무슨 공익광고 문구 같지만, 여기에 가면 이런 모토가 조금씩 실행되어 가고 있다. 이 모임에선 기본적으로 '누구 엄마'라는 호칭을 찾아볼 수 없다. 거의 모두가 서로의 이름으로 불려진다. 나이 차이가 나면 '언니 동생'으로 통한다. 그러다보니 해당 자녀들은 이모가 수십 명이 된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겐 이모로 불려진다.

 

여성회관 등에서 행해지는 프로그램처럼 개인적인 필요를 채우고 끝내는 곳도 아니다. 공통의 고민과 관심사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프로그램 또한 원래부터 짜놓은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하나하나 만들어져 간다. 앞으로도 어떤 프로그램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회원들의 필요에 의해서 주체적으로 만들어지니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평소 '풍물, 역사기행, 문화체험, 영화감상'등의 프로그램이 행해지고 있다. 그 중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역사기행'이 단연 인기다.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역사 기행은 그동안 공주, 부여, 서울, 국립박물관, 강화도, 안성 칠장사 등등 전국 곳곳을 자녀들과 함께 누볐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이 모임엔 30여 명의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듯이 이어져 왔다. 아이들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기가 일쑤다.

 

a

박물관 3년간 이어져온 역사기행은 회원 모두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다. 그동안 공주, 부여, 강화도, 서울, 안성 등 각지의 역사를 탐방해왔다. 사진은 이집트 문명을 체험한 후 찍었다. ⓒ 안성여성회

▲ 박물관 3년간 이어져온 역사기행은 회원 모두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다. 그동안 공주, 부여, 강화도, 서울, 안성 등 각지의 역사를 탐방해왔다. 사진은 이집트 문명을 체험한 후 찍었다. ⓒ 안성여성회

도심 속 확대된 형태의 또 하나의 가족이 여기에

 

여기에 가면 빼놓을 수 없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수다가 항상 만발이다. '자녀교육 문제부터 시집살이까지'. 굳이 다른 곳과 구별하자면 자녀들의 교육 문제에서는 생존경쟁이 아닌 더불어 사는 방식의 교육에 대해 엄마들이 고민한다는 것. 그러다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상담자가 되어 수다를 통해 치유되기도 한다. 

 

아이들끼리도 친척처럼 여긴다. 아이들끼리 서로의 학교생활을 나눈다. 때론 맞지 않은 자녀 옷을 물려주기도 한다. 임부복도 나눈다. 동화책도 서로 돌려가며 읽는다. 감자도 서로 나누고, 김치도 나눈다. 서로의 삶에 있어서 노하우를 나눈다. 도심 속에서 공동체성을 살려가는 또 하나의 색다른 '공동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a

고인돌 강화도에서 한 고인돌 체험 장면이다. 아이들에겐 전혀 색다른 경험이었다. ⓒ 안성여성회

▲ 고인돌 강화도에서 한 고인돌 체험 장면이다. 아이들에겐 전혀 색다른 경험이었다. ⓒ 안성여성회

꿈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초두에 이야기 했지만, 여기에선 단순히 가정만을 살리고자 하는 차원을 넘어서 여성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마당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다른 도시 여성회에선 애니메이션 강좌를 듣다가 전문 강사로 나간 여성도 있다. 취미생활에서 전문가로 거듭난 경우다. 여기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소중하게 이어갈 속셈이 있다.

 

여성 자신들의 자기점검과 자기발전이 주요과제다. 자기점검을 위해서 얼마 전엔 '주부 우울증 치료'에 관한 강좌도 열었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서 이루어졌다. 회원 들 중엔 역사체험 강사도 있다. 개별 가정으로 인해 묵혀 두었던 꿈과 끼를 위해 다양한 길을 구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공동의 이름으로.

 

그러면서도 이 모임의 김영미 대표는 말한다. "행복하기를 원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오라"고. 여전히 그들은 "내가 행복해야 가정도 세상도 행복해진다"라는 그들의 모토를 벗어나지 않은, 대한민국의 소박한 주부들임을 말해주고 있다.

 

a

단체사진 역사 기행을 떠난 사람들이 바위 불상 앞에서 함께 했다. ⓒ 안성여성회

▲ 단체사진 역사 기행을 떠난 사람들이 바위 불상 앞에서 함께 했다. ⓒ 안성여성회

'안성여성회http://cafe.daum.net/anwo'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안성여성회( 070-8807-0416) 사무실에서 김영미 대표와 이루어졌다. 안성여성회는 평택,오산 등 경기도 19개 도시의 여성회와 연대하여 안성 여성들의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여성회에 참여하려면 자신이 사는 도시의 여성회에 문의해보자. 

2009.11.22 11:4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안성여성회( 070-8807-0416) 사무실에서 김영미 대표와 이루어졌다. 안성여성회는 평택,오산 등 경기도 19개 도시의 여성회와 연대하여 안성 여성들의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여성회에 참여하려면 자신이 사는 도시의 여성회에 문의해보자. 
#안성여성회 #여성회 #대한민국 주부 #안성 #경기도 여성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5. 5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