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로 무엇을 꿈꿀 수 있는가?

[테크니컬 道] 인터넷TV 활성화를 위한 제안

등록 2009.11.23 10:42수정 2009.11.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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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속기사입니다. 앞선 두 아래 두 기사(인터넷TV, 과연 방송의 미래인가? 인터넷TV는 인터넷과 어울리는가?)를 먼저 읽어야 이해가 빠릅니다.

인터넷TV의 기술적 문제: 효율을 위한 방송 품질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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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TV 선로의 현실 현재 최고 속도 10Mbps에 못 미치는 속도로도 주문형 비디오 인터넷TV를 설치해 줍니다. 10Mbps급의 인터넷 최저보장속도는 1.5Mbps입니다. DVD급 화질을 버퍼링 없이 보기 위해서는 10.4Mbps 속도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이전 기사에서 살펴보았듯이 인터넷TV의 전송 품질은 케이블TV에 비해 열악합니다. 현재 인터넷TV를 이용해 공중파를 실시간으로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지역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지방의 느린 인터넷에서는 실시간 방송이 불가능하며 주문형 비디오도 제대로 서비스되기 힘든 상태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최대한으로 화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문형 비디오는 DVD에 훨씬 못 미치는 화질로 방송됩니다. 공중파마저 손실 재압축으로 인해 화질이 손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결국 인터넷TV로 인해 다른 방식의 방송 품질도 하향 평준화될 것이란 점입니다. 벌써 케이블TV도 공중파 손실 재압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효율만을 생각하는 인터넷TV가 자신의 비용 대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방송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고 다른 모든 방식들이 이 경향을 따라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TV 화면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시청자들은 점점 나빠지는 방송을 봐야 하는 것입니다. 50인치 이상의 대형 LCD TV로 보면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이 변화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 정도 크기의 TV에서는 손실 없는 공중파 원래 영상조차도 화질이 좋지 못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손실 재압축된 화면은 어떻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참고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 가능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케이블, 위성TV와 경쟁해야 하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 좀 더 나은 영상을 보낼 여력도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인터넷TV엔 이런 것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중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적 인터넷 네트워크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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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는 서버들이 칸칸이 들어 있는 시원한 냉장고를 상상하시면 딱 맞습니다. 작업하는 사람들에겐 춥고 시끄러운 곳이지만 서버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사진은 국내 모 포털의 데이터센터. ⓒ 김인성


인터넷 업체들이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버들이 필요합니다. 이 서버들은 '데이터센터'라고 하는 곳에 있습니다. 그곳은 수천, 수만 대의 서버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창고입니다. 서버들이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뽑아내고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해주며 고속의 인터넷 속도를 보장해주는 서버들의 호텔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데이터센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안정성입니다. 항온항습기가 적절한 온도를 항상 유지해야 하고 충분한 전력을 확보해서 전기가 모자라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규정에 의하면 데이터센터의 서버들은 각각 서로 다른 발전소에서 끌어 온 독립된 전원을 연결해야 합니다. 서버들의 파워가 두 개인 것은 이 때문입니다. 두 발전소가 동시에 문제가 생겨도 이상이 없도록 배터리로 만든 정전 대비 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지하에 별도의 발전소까지 두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이런 여러 가지의 이중화를 통해 서버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서류상의 규정일 뿐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스프링클러를 오작동하여 서버를 샤워시킨 곳도 있었고 윈도우 바이러스 때문에 전체 네트워크가 다운된 일도 있었습니다. 전력이 부족해 때때로 정전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UPS를 잘못 건드려 항온항습기를 꺼뜨리는 바람에 서버가 고열로 다운되기도 합니다.

전기처럼 인터넷 회선도 이중화되어야 합니다. 한 데이터센터에는 여러 업체의 인터넷 백본을 모두 끌어다 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한 업체의 회선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업체로 우회해서 전송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데이터센터는 망 사업자로부터 독립되어 중립적이어야 합니다. 때문에 거대한 서버를 운영해야 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발전소 옆에 전용 데이터센터를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부분도 무시되고 있습니다. KT와 SK 같은 망사업자들은 자신들만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업체들을 입주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포털이라고 해봐야 서버 대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5위 안에 들어도 몇 만대 수준이며 이 정도는 데이터센터 몇 층에 다 들어가고 남습니다. 억지로 전용 센터를 지어봤자 유지비를 감당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독립된 데이터센터를 만들지 못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망 사업자 주도의 인터넷 네트워크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런 데이터센터는 어느 인터넷 회선도 끌어오지 못해 망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때문에 포털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던 계획을 모두 포기하고 저마다 조건 좋은 망사업자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제 인터넷 이중화, 문제 발생 시 우회 전송 같은 사치스러운 개념은 꿈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자신이 의지하는 망 사업자가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한국적 인터넷 네트워크의 현실입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성격과 망 중립성

인터넷은 평등합니다. 누구든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곳으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이트도 특별히 우대를 받거나 차별받지 않습니다. 전체 인터넷을 관통하는 등뼈가 되는 백본망은 어떤 업체에게도 공평한 속도와 접속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터넷 망 중립성의 근본 이념입니다. 인터넷의 시작이 그랬고 그 이념이 직수입된 한국에서도 초창기에는 이랬습니다.

그 시기가 '민주 정부'가 들어서 있던 시기와 겹쳐 기적적으로 한동안 한국에서도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와 망 중립성이 지켜졌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면서 인터넷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습니다. 인터넷을 불온한 매체로 인식하여 규제 중심으로 돌아서고 있고 망중립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료들이 기업 편에서 자의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폐쇄적이며 검열과 통제, 독점과 쏠림이 강화된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망 중립성은 정치적인 구호가 아닙니다. 망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에서 공정한 룰이 무너집니다. 특정 업체를 편들기 시작하면 정보 산업이 왜곡됩니다. 특정 포털이 인터넷 망 사업자 K의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를 운영한다고 해서 K업체의 네트워크를 쓰는 사용자들에게 특별히 더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K업체의 사용자들은 그 포털에만 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K업체의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K의 데이터센터에 웹 업체가 몰릴 것이며 그 때문에 다시 K 데이터센터에 들어 있는 포털들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위험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터넷TV입니다. 인터넷TV는 자사 전용의 프리미엄 망을 통해 자신들의 방송 데이터만 보낼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망 중립성 위반 사례입니다.

망 중립성을 위반하기 시작하면 이제 네트워크를 장악한 자가 인터넷을 지배합니다. 그들은 물리적인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그 위에 흐르는 데이터 종류를 제어하고 검열까지 하고 싶어 합니다. 평균 이상의 트래픽을 쓰는 자들을 골라내 비용을 더 물리고 공유기 같은 사설 네트워크 장치를 못쓰게 만들려는 시도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접속자 개개인의 신상 정보를 확인하여 인터넷을 통제하기를 원합니다. 경쟁 업체의 데이터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쓰는 사용자는 자사 상품만을 쓰도록 강요합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망 사업과 방송 사업 그리고 컨텐츠 사업까지 총괄하여 모든 것을 다 하는 포털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인터넷TV까지 모두 자신들의 것으로 쓰게 만들고 인터넷TV에서는 자신들이 골라주는 영상만 보게 하려고 합니다. 프리미엄 망은 철저히 이 목적을 위한 것입니다. 그 위에는 자신들의 돈 되는 데이터만 보낼 뿐 다른 업체의 데이터 특히 타사 인터넷TV 데이터가 흐르는 것은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경쟁에 의한 발전을 하기에는 한국의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았습니다. 때문에 특정 업체들을 지정하여 한시적인 독점권을 부여하고 대신 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써 왔습니다. 이런 정부 주도형의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독점의 횡포는 적절한 규제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사업 활성화 정책과 동시에 요금 규제 정책을 편 것이 그 한 예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정부가 산업 발전을 고민하고 국민의 편에서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근본적인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없이 방송 장악이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최악의 길로 가게 됩니다.

웹 업체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 받았고 인터넷 민주화도 성숙되었던 시기가 끝나고 이런 부분에 철학과 의지가 없는 정부가 들어서서 인터넷을 규제하고 독점 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자 인터넷TV가 최대의 수혜자로 떠올랐습니다. 이제 아무런 제한 없이 자의적인 법 해석을 하고,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무시하면서까지 의도가 뚜렷한 법을 만들었으며, 독점의 폐해를 막을 각종 규제를 풀어버림으로써 시장은 공룡들이 미쳐 날뛰는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TV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허용한다면 방송 품질 저하, 방송 공정성 훼손, 인터넷 망 중립성 훼손, 인터넷 품질 훼손이 진행되어 결국 인터넷의 사유화로 귀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규제 철폐가 해당 기업에게는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 실현을 위한 경쟁 구조 왜곡은 장기적으로 공멸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 시장에는 반드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다면 인터넷 사업의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 옵니다. 인터넷TV또한 그렇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정말 제대로 사용한다면 많은 것을 꿈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되돌릴 수 있는 시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꾸어야 합니다. 인터넷TV의 이런 위험을 제거하고 오히려 한국을 인터넷 강국으로 올려 줄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공정한 경쟁

방송이라는 매체의 위력 때문에 정부는 매우 까다로운 규제 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방송 내용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전송 방식이나 규격 등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자들이 그 범위를 반드시 지키도록 명시해 놓고 있습니다. 케이블 방송도 이런 제한 속에서 사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인터넷TV는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새 정부에 들어와서 인터넷TV 편향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더욱 그 불균형이 심해졌습니다. 하루빨리 다른 방식과 형평성에 맞는 규정을 확립해야 합니다. 특히 디지털 케이블TV에 대한 규제 정책의 완화가 시급합니다.

인터넷TV는 방송 품질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주문형 비디오의 영화는 불법 동영상 수준의 품질로 서비스됩니다. 공중파 손실 재 압축도 문제입니다. 방송 품질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품질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인터넷TV를 서비스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회선 속도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확립하고 이를 만족시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방송 품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1080p급으로 컨텐츠 품질을 높이고 있는데 한국은 점점 더 나쁜 화질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중파 방송사들이 인터넷TV 업체들과는 유료 송신에 합의했지만 디지털 케이블 방송과는 법적 공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케이블 방송이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방송을 이용한다는 주장과 공중파 난시청 해소 비용을 줄여 주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어서 한 쪽만을 편들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돈 많은 거대기업 쪽은 인터넷TV에 날개를 달고 사용자 수를 늘리고 있는 동안에 상대적으로 영세한 디지털 케이블TV 쪽은 소송에 발목이 잡혀서 제대로 경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케이블TV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갈길 급한 케이블TV를 구제할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프리미엄 망의 개방

프리미엄 망을 자사 인터넷TV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인터넷의 사유화입니다. 여기에는 모든 인터넷TV 업체의 데이터가 평등하게 전송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망을 국가적으로 단일화해야 합니다. 어떤 업체의 초고속인터넷을 쓰던 내가 원하는 인터넷TV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도 인터넷 전화는 아무 인터넷에나 붙여서 쓸 수 있습니다. 심지어 외국에 나가서도 국내에서와 같은 가격에 쓸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망도 이렇게 개방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멀티캐스트에 대한 표준을 정하고 각 망 사업자들이 이것을 지키도록 하면 되는 일입니다. 실시간 방송을 위한 멀티캐스팅은 데이터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따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사 프리미엄 망이 아니면 실시간 인터넷TV를 볼 수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기술적으로는 거짓말입니다. 각 업체들이 마케팅적인 이유 때문에 강제로 막아 놓았기 때문에 안될 뿐입니다. 더 이상 업체들이 자체 규격 굳히기에 들어가버려서 정말 표준화 하려고 해도 힘들어지기 전에 빨리 공통 규격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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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망의 통합 KT 인터넷을 쓰는 사용자도 myLG070을 쓸 수 있듯이 myLGTV 셋탑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LG 파워콤을 쓰는 사용자도 쿡TV 셋탑으로 인터넷TV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두 업체가 멀티캐스트 표준에 따르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김인성


더 나아가 한국의 멀티캐스트 방송 방식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국가들과 국가 단위의 멀티 캐스트 망 연동을 하여 한국에서 만든 한류 컨텐츠가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외국의 인터넷TV로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각 나라의 방송 정책과 규제를 지켜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겠지만 이것은 정보 고속도로를 만든 후에 맞추어 나가면 되는 문제입니다. 전세계 인터넷TV 규격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통일 시킬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컨텐츠의 기본 매출액 증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외국 수출을 전제로 제작할 수 있게 되면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들 수 있어 한류가 더욱 위력을 떨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TV의 개방

인터넷TV 셋탑은 컴퓨터이며 TV는 모니터이고 리모컨은 마우스와 같습니다. 인터넷TV에 연결된 셋탑을 켜면 실행되는 프로그램은 인터넷TV 업체의 전용 웹브라우저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업체가 정해 놓은 방송 컨텐츠만을 보여주도록 설정 되어 있습니다. 이것도 개방되어야 합니다. 인터넷TV 셋탑으로 어떤 곳이든 접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브로드앤TV 셋탑으로 myLGTV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네트워크 망도 없고 셋탑도 없이 컨텐츠만을 가진 업체도 인터넷TV 사업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터넷TV의 초기 화면을 공백으로 두거나 메뉴 버튼으로 원하는 다른 인터넷TV에 접속하여 그들의 컨텐츠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지금의 인터넷TV의 현실은 망사업자가 포털을 소유한 다음 자신의 인터넷을 쓰는 사용자들에게 그 포털만 쓰도록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주문형 비디오 사업은 점점 독점적인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실시간 방송은 CP라고 불리는 컨텐츠 제작자가 방송 내용을 결정하지만 인터넷TV로 볼 주문형 비디오 컨텐츠는 인터넷TV 업체가 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허용하지 않는 한 아무리 보고 싶은 컨텐츠가 있어도 인터넷TV로 볼 수 없습니다.

한 비디오 가게에 내가 원하는 비디오가 없으면 다른 비디오 가게로 가면 되지만 한 인터넷TV 업체에 내가 원하는 컨텐츠가 없다고 다른 인터넷TV 업체로 이동하기가 힘든 일입니다. 더구나 대기업의 특성상 영업적인 이유에 의한 컨텐츠 선별과 함께 진보적이고 파격적인 컨텐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자체 검열을 감행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또한 컨텐츠 선별권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 방송을 통제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인터넷TV가 개방되지 않으면 언론의 자유도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수 많은 채널을 가질 수 있는 인터넷TV의 특성을 살려 컨텐츠 전문 인터넷TV 방송국이 인터넷TV 사용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휴대폰의 인터넷을 이동통신사가 지배하면서 살인적인 패킷 요금으로 이동형 무선 인터넷 시장을 죽였듯이 주문형비디오 시장을 그들이 독점하게 되면 검열과 통제로 사용자의 시청권이 제한되고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로 주문형 비디오 시장도 죽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 프리미엄망이 개방된다면 인터넷TV 방송국이 되고자 하는 업체들은 전용 셋탑만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여 인터넷TV 방송 사업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인터넷TV까지 개방된다면 전용 셋탑을 제공할 초기 자본이 없는 업체도 인터넷TV 시장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소프트웨어와 컨텐츠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오는 진정한 인터넷TV의 부흥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컨텐츠 제작자(CP)의 활성화

아이엠에프 시절,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벤처뿐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돈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사업뿐이었습니다. 인터넷의 개방성과 망 중립성 덕택에 빈 손으로 월 몇 만 원을 내고 서버를 빌려 인터넷 사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유명 D 포털이 그 때 외상으로 구입한 서버 대금을 갚을 길이 없자 대신 주식 30%를 주겠다고 제안했던 전설 같은 일이 가능했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그들이 그 주식을 받았다면 도시 전설이 아닌 성공담이 되었겠지요.

망 사업자가 망 중립성을 지키고 공평한 인터넷TV 접근을 허용한다면 인터넷TV 업체뿐만 아니라 컨텐츠 제작자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 됩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인터넷TV는 인터넷 부흥의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TV라는 새로운 매체에 필요한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업이 부흥하게 될 것이니까요. 이 어려운 시기가 오히려 새로운 희망의 시기로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입안자들이 정말로 인터넷TV의 활성화를 고민한다면 정부 정책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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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만 가진 인터넷TV 사업자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개방을 무기로 모든 포맷의 동영상을 지원하며 스트림을 서비스하는 모든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PC에서 동작하며 게임기와 일부 셋탑에 포팅되고 있습니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인터넷TV 독점권을 부여 받은 망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프리미엄 망을 구축했습니다. 이제 가입자만 끌어 모으면 됩니다. 1600만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이 디지털 케이블로 가지 않고 인터넷TV로 오게 할 수만 있다면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유료 주문형 비디오 사업도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꿈에 부푼 망 사업자들에게 프리미엄 망을 개방하고 인터넷TV 사업까지 개방하라는 말이 황당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망 중립성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네트워크 구축 비용 한 푼 내지 않는 컨텐츠 제작자들이 인터넷TV 사업의 수익을 가로채기 위해 들고 나온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청난 사업비를 쏟아 부은 망 사업자들에게 회선 사용료만 받으라는 것은 너무 억울합니다. 인터넷TV 방송을 장악하고 컨텐츠 선택권도 독점하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비즈니스 룰로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독점은 결국 망 사업자들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합니다.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망 중립성을 지키고 개방을 기본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망 사업자들이 독점권을 포기하면 어디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인터넷 망 사업자들은 가능성 있는 인터넷TV 업체를 지원하여 성장시키고 전세계에 통할 수 있을 컨텐츠를 만들 능력이 있는 제작자들에게 투자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외국 인터넷TV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컨텐츠를 먼저 확보해야 하니까요. 얼마 되지도 않는 국내 인터넷TV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서로 상대편의 사용자를 뺏어오는 경쟁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인터넷TV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 안에서 가능성 있는 업체를 측면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인터넷TV 강국을 꿈꾸며

이런 희망적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암담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인터넷TV 망 구축을 이유로 컨텐츠만을 가진 업체들이 인터넷TV 사업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망은 자사 전용의 멀티캐스트 네트워크로 사유화되고 있습니다. 규제도 풀어버려서 다른 방송 방식에 비해 특혜를 받고 있습니다. 기간 망 사업자들은 인터넷 네트워크의 등뼈인 기간망을 장악하고 포털과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를 독점한 채 방송까지 점령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포털이 검색 시장과 컨텐츠 그리고 사용자를 독점하여 웹 다양성을 해치고 있듯이 인터넷TV에서는 기간망 사업자가 셋탑을 통해서 컨텐츠 선택권까지 제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검열과 통제로 인해 상상력이 제한되면 경쟁력 있는 컨텐츠가 만들어 질 수 없습니다. 망 사업자가 인터넷TV 방송국이 되면 컨텐츠만 가진 인터넷 방송국들이 도태됩니다. 인터넷TV 업체가 방송 컨텐츠를 선별하게 되면 그에 순응하는 자들만 살아남게 됩니다. 컨텐츠 제작의 자유와 다양성이 사라지면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제작자들이 몰락합니다. 그와 함께 사용자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하여 넓고 넓은 정보 고속도로에 흐를 데이터는 사라지고 텅빈 공간만 남습니다. 결국 이곳을 채울 것은 외국의 방송 컨텐츠입니다. 육백만불의 사나이를 극복했던 한류가 사라지면 미국과 시차 없이 CSI를 시청할 수 있는 축복받은 미드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벌써 그들의 공격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외국의 인터넷TV 업체들이 망 중립성을 무기로 자사 인터넷TV 방송을 한국에도 내보낼 수 있도록 인터넷을 개방하라는 압력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실시간 멀티캐스트를 위한 프리미엄 망도 개방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인터넷TV의 경쟁력을 갖추었다면 바로 우리가 외국에 했을 요구입니다. 인터넷TV의 올바른 발전을 더 이상 미루다가는 외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구현된 글로벌한 컨텐츠의 공격에 시장을 모두 내어주고 결국 우리에게는 망 사용료 빼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방송 품질을 향상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망 사업체, 모든 인터넷TV 업체에게 열려있는 인터넷TV 망, 다양한 컨텐츠를 서비스하는 인터넷TV 방송, 뛰어난 아이디어를 컨텐츠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가능성 있는 업체를 지원하는 회선 업체, 이들의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정부… 우리는 정말 잘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만 한다면 한국의 인터넷TV로 꿈꿀 수 있는 미래가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인터넷TV #IPTV #프리미엄망 #망중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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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엔지니어 입장에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정보통신, 컴퓨터, 인터넷, 방송, 사회적 인물등이 관심분야입니다. http://minix.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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