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신도시 고등학교에 나붙은 현수막명문대 합격 현수막에 이름이 붙지 않은 학생들은 소외감, 더 나아가 열등감, 자괴감마저 느끼지 않을까?
한현자
서울대 ○○명, 연세대 ○○명, 고려대 ○○ 명 등 스카이(SKY) 대학은 물론 명문대학이 차례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딸을 학교에 태워다주기 때문에 매일 보게되는데, 정시지원을 하는 고3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 현수막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닙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이런 생각도 드네요. '누구집 자식들은 어찌 저렇게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턱 하니 붙나? 부럽다 부러워' 물론 딸에게 이런 내색을 하지는 않습니다. 남들보다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수시보다 정시지원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눈길을 두지 않으려 해도 자꾸 눈이 가네요. 학부모인지라 부러움 반, 시샘 반이죠.
명문대 합격 현수막을 보고 씁쓸한 것은 수시 1차 합격생들이 마치 최종 합격된 것처럼 버젓이 현수막에 이름이 걸린다는 것이죠. 물론 재수생들까지 모두 조사해서 이름이 걸리는데, 재수생이라는 표시는 하지 않아요. 그런데 합격자 현수막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자도 생기고 있어요.
딸의 친구도 명문대 수시 1차에 합격해서 현수막에 이름이 걸렸습니다. 최종 합격은 오는 12월 9일 수능 발표 후 수능 1등급이 2개인 조건부 합격인데요, 수능을 평소보다 잘 보지 못해 불합격할 것 같은데 이름이 걸려 부담스럽다네요. 친구들은 평소 실력으로 봐서 당연히 합격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떨어지면 본의 아니게 현수막에 이름이 걸려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는 거지요. 이런 거 학교에서는 전혀 감안하지 않나봐요.
그러면 고등학교 정문에 매년 명문대 합격 현수막이 붙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학교로서는 자랑거리가 될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명문대 지상주의를 심어주게 되어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인성교육, 전인교육 등 공교육이 표방하는 교육목표를 깡그리 부정하는 것으로 '성적 지상주의'를 불러오게 되죠. 좋은 대학에 갔다고 해서 모두 다 성공하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단 명문대 합격을 축하해주는 현수막은 '명문대가 곧 성공이다'는 잘못된 생각을 학생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심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서울권 대학의 중상위권 대학부터 합격자 이름을 붙여놓기 때문에 대학을 서열화시킨다는 겁니다. 어느 대학이 명문대고, 그 다음 상위권, 중상위권까지 알아서 정해버리죠.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갈 실력이지만 등록금 문제, 장래 직업성을 고려해 지방대를 간 학생들의 이름은 붙지 않아요. 심지어 서울에 중상위권 대학을 갈 실력인데, 지방대 간다고 하면 말리는 학교도 있지 않나요?